한호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시니어 배우 박은순

85세 배우로 연극 ‘서시’에 데뷔해 공연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성취감과 감동이 정말 넘쳤다. 어릴적에 교회 성극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진짜 연극 무대에 선 것은 이번 서시가 처음이다. ‘금희’ 역을 맡아 사고 안 친 것에 감사하고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갑자기 ‘연극배우’ 도전을 결정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사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창피하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 주책 맡다고 흉볼까봐 두렵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알렸는데 그때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잘했다고 하는 사람과 그런 거 왜 하느냐고 하는 반응이 나왔다.”

연극 포스터

‘금희’ 역과 실제 박은순은 닮은 점이 있나? 

“금희의 마지막 대사 중 ‘나는 멋있게 차려 입고, 예쁘게 화장할 때가 제일 행복해’라는 부분이 있다. 나도 진짜 그렇다. 늘 예쁘게 꾸미는 게 즐겁다. 또 극 중 친구로 나오는 ‘향란’이가 아들이면 죽고 못살면서 남 아들한테는 그렇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장면이 있다. 정말 나도 아들 바보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영어를 못 하는 점’이다.”

대사가 꽤 길고, 동선도 외워야 하는 연극 무대였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아이고, 정말 어려웠다. 금방 한 말도 잊어버리는 나이인데 긴 대사를 외우는게 정말 앞이 캄캄했다. 강해연 감독께서 “걱정말라, 다 외워지게 된다”고 엄청 격려했다. 속으로는 의문을 들었지만 정말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니 외워졌다. 너무 신기했다.” 

시니어 배우 도전에 상당히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배우 도전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어려서부터 열망이 있엇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시니어 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강 감독께서 용기를 주셔서 도전할 수 있었다.” 

결혼 후 29살때
결혼 후 29살때

박 씨의 친정 식구 중 ‘극단’을 하셨던 분이 있었다. 당시 할머니가 굉장히 열린 생각을 가진 분으로 초등학생 때 ‘좀 더 크면 극단에 보내줄테니 배우를 하라’고 했었다. 6.25 전쟁이 터지고 그분들이 월북을 해서 꿈이 무산됐다. 1987년, 호주로 이민 온 박 씨는 평범한 주부로서 아들에게 인생을 올인했다. 

연극 ’서시’처럼 초기 이민 생활 중 힘든 시절이 있었을 것 같다.

“수십년 전 초기에 이민 온 분들은 아마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청소일도 했고, 공장에서 미싱도 돌렸다. 주변에 친인척이나 친구가 없어 외로웠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힘들었섰다. 그럴 때마가 전화, 카톡에 불이 난다. 특히 명절에는 더 그렇다. 그리고 가끔 한국에 갔다오면서 그리움을 극복했다.” 

젊은 날의 ‘은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은순아, 너는 날마다 그 엄마(계모)한테 어려움을 당했던 것만 생각하고 주저앉는데 그러지 마. 그거는 지난 얘기야. 성경에도 보라 옛 것은 지나갔으니 이제는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씀이 있다. 지금은 마음껏 자유를 늘리고 누리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시니어 배우로 도전할 계획인가? 

“그렇다. 시켜만 주면 힘이 닿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도전해보고 싶다. 이 나이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뭐랄까 정말 자랑스럽고 좋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용기를 내서 있는 자리에서 뭐든지 도전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동년배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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