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 작가
신아연 작가

소설가이며 칼럼니스트인 신아연 작가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독자(호주 동포)와 스위스까지 동행한 기록을 담아 삶과 죽음을 다룬 철학 에세이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책과 나무)을 펴냈다. 

신 작가는 "그 긴장감, 그 절박함, 그 두려움, 그 안타까움이 다시금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며 "납골당에 유골함을 모시듯 이 책을 펴냈다. 스위스에서 그를 보낸 뒤 1주기에 맞춰 출간책이 되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책은 2016년과 2018년에 이어 2021년,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택한 이와 동행한 저자의 체험 기록을 낱낱이 담았다. 

신 작가는 독자라는 인연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호주에 살고 있는 폐암 말기 환자의 조력사 동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스위스로 떠나기 전, 저자는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보리라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 죽음의 침상에 눕고 마는 그를 보며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든다.

책에는 죽음 여행을 떠나기 전, 죽음과 삶을 성찰하며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인문적 대화와, 실제로 죽어야 하는 사람과 그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사람의 공포와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당시 느꼈던 감정적 파고와 안타깝고 절박했던 현장의 상황을 내밀한 시선과 섬세한 필체로 담담히 써내려간다.

죽음을 택한 독자는 마지막 밤까지 마치 이 세상에서 소풍을 떠나듯 너무나 담담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어디든 가겠지요.” “좋은 데로 가실 것 같나요?” “있다면 갈 것 같아요.”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신가요?”“어머니요. 부모님이 마중 나와 계시면 좋겠어요.”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pp.96~97)

죽음을 배웅 하고 돌아온 저자는 그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으로 침잠한다.

저자는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으로 뜨거운 우리 사회를 위태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에 동행했다고 해서 본인이 조력사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조력사 현장을 경험한 후 기독교인이 됐다는 저자는 생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며 따라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그분의 영혼을 안치하고 저는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삶과 죽음의 여행을 아직은 계속해야 하니까요"라는 말을 전했다. 

호주에서는 올해 NSW를 마지막으로 모든 주에서 조력사가 허용돼 1년 후부터 시행된다. 물론 말기 환자로 제한되며 의사 2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2018년 서호주의 104세 과학자(식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불치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며 스위스 바젤을 찾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초고령화 시대’에 품위 있게 죽을 권리는 생명 경시 풍조 등 여전히 논쟁 중인데 ‘존엄성 있게 죽을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추세인 것 같다.  

자발적 조력사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실행한 호주동포의 마지막에 동행한 경험을 한 신 작가의 의견을 듣고 싶다.   

“품위있게 죽을 권리, 존엄하게 죽을 권리, 저는 이 말에 혼란을 느낍니다. 무엇이 품위있고 무엇이 존엄한 모습인가요? 

말기암 증세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자기조절력을 잃거나, 치매 등으로 평소 보이지 않던 인격적 누추함을 드러내면 품위와 존엄을 잃는 건가요? 간호하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으로 힘들게 하면 품위와 존엄을 상실하는 건가요? 그 기준이 모호해요.

물론 누구든 그런 식으로 자신 삶의 마지막을 맞고 싶진 않지만, 인간 존재의 실존적 한계가 그런 것 아닌가요? 

제가 동행했던 분은 말기 암환자로서 통증조절이 되지 않을까 봐 무척 두려워 하셨지요. 하지만 과연 안락사가 최선이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제 마음 깊이 남아 있어요. 호스피스를 통한 통증완화케어도 대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본인이 아니고는 결코 알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는 전제하에, 그럼에도 이분의 결정이 사회에 끼치는 여파는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닐테니까요. 안락사 논쟁의 초점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호주에서 상당 기간 거주한 ‘호주동포 출신’인 신 작가는 최근 크리스천이 됐다고 들었다. 만약 지금 누군가 조력사에 동행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종전과는 대응이 달라질 것인가?

“이 질문엔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호주에 살 때 시드니새순교회 신자였으니까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진정한 믿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위스를 다녀온  4개월 후 저는 비로소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안락사 현장 체험은 저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묘한 장치이자 섭리임을 느낍니다. 

실은 책이 나온 후 췌장암 말기 50세 여성 환자로부터 스위스에 동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이번에 돌아가신 분과 같은 단체에 가입하셨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지만 하나님을 만난 이상 이젠 그럴 수 없죠. 하나님 앞에 가장 큰 죄가 자살이니까요. 안락사나 조력사는 엄밀히 말해 자살입니다. 그 어떤 이유가 되었건..

대신 하나님을 전하고 평안을 간구하며 친구가 되어 드렸어요. 종종 이메일로 소식 전하며.”

호주에서는.. 다음 부분의 2개 질문과 답변은 한호일보 인터뷰이고 그 앞 부분은 일요서울의 신간 소개를 작가의 허락을 받고 발췌했다. - 편집자 주(註)

[신아연 저자 소개]

소설가 / 칼럼니스트 / 기자 

자생한방병원 / 브라보마이라이프 필진

(전) 호주동아일보, 호주한국일보 기자

대구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철학적 인문단상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저것이 아닌 이것을 위한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등 지은 책 10권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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