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에서 “또또또”를 외치던 ‘향란’역을 맡은 정옥향 배우는 45년생(76세)이다. 첫 연극 무대 공연 후 어떤 느낌이 들었나?

“굉장히 행복하고.. 뭐라 그럴까 젊어서부터 원했던 꿈에 도전해서 그런지 만족감도 느꼈다. 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서시의 ‘향란’과 닮은 점이 있나?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데 힘이 들었다. ‘향란’역은 성질이 급하고 할말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나는 반대로 대인관계에 생각이 많은 편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라 좀 생각한 후에 가능하면 좋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향란이의 눈치가 빠른 점은 약간 비슷하다.”

19세때
19세때

시니어 배우에 도전한 계기는? 

“친구를 통해서 EU극단의 강해연 감독을 알게 됐는데 시니어 배우 오디션에 참가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오디션을 거쳐 이렇게 연극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긴 대사와 많은 동작을 외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사를 외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동작을 맞춰보고 무대 위에서 액션을 하는 건 많이 서툴렀다. 강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나름 연습도 많이 했다.” 

76세 나이에 연극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매우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가족들이 해보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남편과 함께
남편과 함께

호주와의 인연은? 

“1974년 5월 11일 호주로 이민을 왔다. 동포들 중 초기 이민자인 셈이다. 남편이 1973년 7월 11일 멜번체육관 유도 사범으로 초청을 받아 먼저 왔고 6개월 후 가족이 왔다. 그후 연극 서시에 나오는 것과 정말 똑같다. 공장도 다니고 청소도 했다.” 

정씨의 호주 이민생활도 한동안 고달프고 낯설었고 때로는 슬펐다. 향수병에 사무쳐 밤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자녀를 키우면서 점점 슬픔도, 괴로움도 잦아들었다. 지금은 즐겁게 살고 있다. 

스페인 여행중
스페인 여행중

이민자의 향수병을 어떻게 이겨냈나? 

“그 못된 향수병은 한가할 때 찾아오는 것 같다. 아이들이 크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니 그럴 때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몇년동안 한국에 가지를 못했다. 조만간 한국에 다녀와야겠다.” 

어린 시절 ‘정옥향’의 꿈은 무엇이었나?

“글쎄.. 시인이나 작가, 배우를 꿈꾼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노경희 배우가 나오는 영화 ‘느티나무 있는 언덕’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때 엑스트라로 잠시 영화에 나왔는데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인생은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데 배우라는 직업은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혼을 일찍한 정씨는 “아이도 일찍 낳았고 힘들었다. 결혼이 늦어지더라도 ‘자기의 삶’을 경험하라”고 조언했다.

이유창작연극 서시 공연후

앞으로도 시니어 배우로서 무대에 오를 생각인가? 

“지금은 잠시 쉬고 싶다. 그런데 또 모른다. 사람 마음이 언제 변할지..  무대, 연극, 영화같은 것이 일종의 마약과도 같은 것 아니겠나?” 

동년배의 시니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감히 제가 격려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원하시는 게 있다면 너무 망설이지 마시고 일단 도전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그리고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에 문도 열리고 결과도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호주 동포 시니어분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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