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탁구선수 출신인 최선옥(65) 탁구국제심판이 27-30일 노던준주의 다윈(Darwin)에서 열리는 2022년 세계청소년탁구대회(WTT  Youth Contender) 심판으로 선발되어 호주를 방문한다. 중학생 때부터 탁구를 시작한 그는 국제심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6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2022년 WTT Youth Contender 

WTT(World Table Tennis)는 국제탁구연맹(International Table Tennis Federation: ITTF)에서 탁구대회의 상업성 강화를 위해 2019년 신설한 단체이다. 청소년 육성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최 감독은 호주 방문을  앞두고 “정말 오랜 만에 해외 국제대회에 참가하는데 긴장된다. 심판으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학교 1학년 때 선수 생활 시작

산업은행 실업팀 입단 

최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육상부로 활동하면서 운동회에 반 대표로 출전하며, 중학교 1학년 때 선수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19살 때 한국산업은행 실업팀 선수로 선발됐다.

“선수 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는 ‘새벽 달리기’이다. 친한 동료와 새벽에 만나서 차 중앙선을 따라  달렸다. 당시 학교가 동대문 근처였는데 창신동부터 장충동 국립극장까지 달리는 코스였다. 또 하나는 방학 중 합숙훈련이었는데 전날 밤에 새벽훈련을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좋은 위치에 라켓과 운동복을 준비해두고 새벽에 운동 파트너와 함께 탁구연습을 했다. 고요하고 단 둘만 연습을 하는 그 시간이 정말 뿌듯했다.“

“탁구는 내게 보석같은 존재”

20년 무관심 후 심판 활동 시작

1979년 실업팀 선수에서 은퇴한 최 심판은 20여년 동안 탁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마디로 탁구가 지겨웠다. 산업은행 동호회에서 주 1회 직원들 탁구 레슨을 제의받고 퇴근 후 탁구교사로 ‘탁구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그렇게 돌아보니 운동선수로 내 삶에 체화된 끈기와 인내심, 성실함과 협동심으로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베풀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래서 나에게 탁구는 ‘보석’ 같은 존재이다.”

한 선배로부터 “더 늦기 전에 심판활동을 하도록” 권유를 받았다. 그렇게 늦깎이로 국제 심판을 준비했다. 

“국제심판 자격증 취득 후 첫 시합장을 앞두고 선배들이 실전 연습을 시켜주었다. 선수와 심판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내가 받은 것을 잘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지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2016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심판 중인 최선옥 심판
2016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심판 중인 최선옥 심판

시합 도중 ‘깨져버린 탁구공’ 힘든 판정 

선수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내야 하는 심판의 자리는 여간 쉽지 않았다. 모든 순간 집중해야하고 신중히 귀를 기울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몇 년전 국제대회 시합 도중 탁구공이 깨졌던 해프닝이었다. 

“랠리 중 공이 깨진 것을 렛(let)이라고 해서 이는 랠리의 결과가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랠리가 끝나고 깨진 것은 포인트(Point)가 된다. 당시 중계가 되고 있는 경기였는데 나의 판독과 선수들의 주장이 달랐다. 나는 랠리가 끝난 후 볼이 깨졌다고 판단했고 선수들은 랠리 도중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에 금이 가거나 깨지면 바운드가 다르다. 급기야 게임이 중단됐고 나의 요청으로 심판위원장(Referee)이 왔고 심판의 결정대로 하라는 위원장의 결정으로 게임이 다시 속개됐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심판으로 참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심판으로 참가

17년동안 매달 봉사 활동하는 탁구선수 출신 은행원

최 심판은 1997년 한국산업은행 봉사단을 창단해서 ‘한빛맹아원’으로 봉사를 다녔다. 이후 버려진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설인 ‘성로원’ 간사로, 은행 심부름꾼으로 봉사했다.

“은행에서 공식으로 자원봉사단이 창설된 이후 은행의 심부름꾼이라는 생각으로 봉사를 지속했다. 성로원에 탁구대가 기증됐고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자 금새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탁구 선생이 됐다. “

이후 성로원 아이들은 체육시설이 갖춰져있는 산업은행으로 운동을 하러 오게 됐다. 

“좁은 시설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식사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는 가장 좋아하는 명소가 됐다. 아이들이 말을 안들으면 산업은행에 운동하러 안보낸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판은 우선 경기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공정하고 정확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2022년에서 2024년으로 연기됐는데 이 대회 심판으로 선정돼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지나치지 않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좋은 선배, 후배’로 잘 살아내고 싶다.” 

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심판으로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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