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에젤 미션(이하 에벤, 대표 차민정 사진)은 시드니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이다.

2살부터 70세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거나 에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에벤의 프로그램은 ‘얼리 인터벤션 서포트’(Early Intervention Support), 7세 이하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듀크 오브 에딘버러(Duke of Edinburgh), 14세부터 25세의 청소년들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이 외에도 음악학교, 합창단, 오케스트라, 장애인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기획 운영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27년전 유학생으로 호주에 처음 왔다. 음악을 전공했는데 그때 청소년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 공부를 마친 후 신학교를 다니면서 전도사로 사역을 했다. 그때 청소년 합창단 운영을 계속하면서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토요음악학교도 운영하게 됐다. 이후 음악 선교사로 1년 정도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 시드니의 버우드(Burwood)에 본격적으로 센터를 설립하고 합창단에 국한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로 운영을 하게 됐다.”

5월 14일 호주한인장애인 페스티벌에 참가한 에벤 바리스타팀
5월 14일 호주한인장애인 페스티벌에 참가한 에벤 바리스타팀

2000년 에벤 설립 이후 많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장애인들 대상 바리스타 교육에 이어 ‘에벤 커피하우스’를 오픈해서 교육과 삶의 현장이 직결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맞다. 현실적으로 정상 운영이 되는 카페를 만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많이 인내했고 도움의 손길 덕분에 ‘카페’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고 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 에벤 커피하우스는 정말 특별하다고 자부한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 회사인 ‘놈코어 커피’에서 에벤을 위해 블렌딩 된 원두를 제공받고 있다. 원두 이름은 ‘에벤 이웃사랑 블렌드(Eben Neibourhood Blend)’이다. 그 원두로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직접 커피를 그들이 만든 도자기 커피 잔 세트에 담아 서빙을 한다. 도자기 장인 소혜 김재곤 선생님의 지도아래 직접 만들어서 의미가 있다. 또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케익과 쿠키도 맛볼 수 있다.”

에벤의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생들
에벤의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생들

굳이 ‘바리스타 교육’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장애인들은 호주에서도 대체로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임금이 낮다. 또 지적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반복적인 노동은 고되다. 일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취직을 하면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하거나 사직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고민 후 ‘사회화가 가능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으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정교화된 시스템안에서 교육, 관리를 받으면 조금은 느려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장애가 없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복잡하게 변한다. 그 속에서 우리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아직 장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당장에는 그들을 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에벤이라는 안전한 시스템과 울타리안에서 장애인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에벤의 장애인들이 만든 캔들
에벤의 장애인들이 만든 캔들

2년동안 에벤은 장애인들의 사회화를 위해 초, 도자기 만들기, 디자인, 가드닝, 세차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차 대표는 당분간은 ‘카페’를 통한 장애인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이 단순히 커피를 내리고 서빙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창작품을 판매하거나 공연을 하는 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하지만 직업 훈련을 받는 장애인들은 1:1 수업으로 진행한다. 어려운 점이라기 보다도 장애인 친구들이 무언가를 배울 때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반복’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 라테 아트를 하는 것도 똑같은 그림을 수도 없이 그린다. 엄청난 양의 반복속에서 아주 작은 발전이 생긴다.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칭찬하고 응원을 해준다.”

에벤 커피 하우스에서 미술전시,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다고 하던데..

“10월 오픈 기념으로 장애인 프로그램에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작은 낙서같아 보이는 그림들을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옆에서 정말 많이 수고해주었고, 사랑이 가득 담긴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 예 정이다. 또 ‘런치타임 콘서트’도 준비가 되어있다. 

2명의 장애인 피아니스트와 장애인들의 합창공연인데 10월 5일은 제임스 윤(James Yoon)군의 피아노 독주와 10월 10일 조다난 양(Jonathan Yang)군의 피아노 독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21일에는 장애인 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피아노 독주를 하는 죠나단 양과 제임스 윤
2021년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피아노 독주를 하는 죠나단 양과 제임스 윤

 

에벤과 차 대표님이 품고있는 비전은?

“에벤은 한인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러 나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한다. 그만큼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와의 이해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에벤과 제가 그 한계점을 돌파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특별히 한인사회에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에벤의 좋은 케이스를 발굴하고, 그들이 조금 더 편하고 빠르게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인 비전은 좋은 생각과 선한 꿈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가까운 비전으로는 에벤 커피 하우스의 활성화이다. 버우드 지점이 활발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확신이 생기면 점점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려고 한다.”

▲   에벤 커피하우스(10월 4일 오픈)

주소: Shop 1, 1-3 Elizabeth Street Burwood)

에벤 커피 하우스 오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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