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킹으로 인한 옵터스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숫자가 천만명에 이르면서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메디케어 등의 재발급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옵터스는 피해자들의 운전면허증과 여권 재발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호주 정부와 합의했지만, 피해자들이 옵터스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집단소송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서 반드시 소송에 참여를 해야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호주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소송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인정된다면 추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송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판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호주 법원은 집단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건의 피해자 전부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수가 많은 경우 손해배상 규모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옵터스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이 호주 법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바로 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어마어마한 피해자의 숫자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번 옵터스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호주처럼 모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2년 10월 현재, 한국에서는 주가조작 등 증권분야에서만 집단소송이 인정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는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소비자 단체소송으로 대표되는, 동일한 사실관계로 인하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집단소송의 범위를 일반 손해배상소송까지 확대하여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올해 입법예고 되었는데, 국회에서 본 개정안이 통과될지 많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직 집단소송법은 시행되지 못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한국에서도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동일한 사안의 경우 법원의 판결에 근거하여 해당 기업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도 소송에 참여한 사람과 동일하게 피해 배상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했던 ‘즉시연금’ 상품의 특정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생명보험사들을 상대로 미지급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는데, 소송 당사자에게만 법원의 판결이 효력이 있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 등의 권고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도 일괄적으로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떤 기업의 행위로 인하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한국과 호주 모두 사안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도 일괄적인 배상이 이루어질 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법언이나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도 자신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어떠한 사안에 ‘나’의 권리가 연관되어 있다면 나의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남’이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먼저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조옥아 한국 변호사(H & H Lawyers)

호주법 감수: 홍경일 대표 변호사

작성일: 202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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