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오선민 씨는 8개월 전부터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 신참 스튜어디스다. 동기 중 유일한 아시아계인 그는 “항공업은 많은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두려워말고 적극 도전하라”고 동포들에게 권유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버진항공 오선민 승무원
오스트레일리아 버진항공 오선민 승무원

오씨는 2006년 한국관광대학 항공과 1기로 입학했다. “과에서 키가 가장 작았고 나이가 가장 많은 학생이었다. 당시 부친이 여행사를 운영해서 자연스럽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초등학생 때는 단순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 성격과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졸업 후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승무원은 그렇게 그녀에게 ‘드림잡’으로 남겨졌다.

‘아들’로 인해 승무원 다시 도전 

27살 때 워킹홀리데이로 시드니에 왔고 호주에 정착을 한 지 이제 10년. 이민, 결혼 그리고 출산과 육아 모두 분주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브리즈번 공구마켓을 운영하게 됐다. 집에서 일을 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10년 후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에 대해 고민했다. 문화적으로 호주 생활에 잘 적응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버진항공 승무원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워킹맘 승무원 오선민씨가 아들과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워킹맘 승무원 오선민씨가 아들과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혹독한 ‘그라운드스쿨 과정’ 첫 눈물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호주에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20대 후반에 호주에 와서 ‘영어 때문에’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이력서를 썼다. 15년동안 서비스직의 경력을 기재했다. 가장 중요하고 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영어’인데 아들한테 영어로 이야기하고 면접영어를 미친듯이 준비했다. 이력서 심사를 통과하면 비디오 인터뷰를 진행하고 다음 단계는 그룹 토론면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 혼자 아시안이었다.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하고 연습한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후, 6주의 그라운드스쿨 과정을 갖게 되는데 쉽게 생각했던 곳에서 오 씨는 처음 진한 눈물을 흘렸다.

“막상 그라운드스쿨 과정을 시작하니 정말 힘들었다. 브리즈번에서 한국인 승무원이 내가 3번째라는데 참고할 정보가 거의 없었다. 육아와 함께 병행해야 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활용해서 공부했다. 모든 스크립트를 내 목소리로 녹음해서 아이를 재우면서 듣고, 트레이닝 센터로 가면서 계속 듣고, 수업 2시간 전에 늘 도착해서 예습을 했다. 수업이 5시에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갈 수 없었다. 집으로 가면 다시 육아 시작이기 때문에 새벽 1시까지 맥도널드에서 공부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배 이상으로 노력해서 따라갈 수 있었다.”

“시험에서 2번 떨어지면 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한다. 동기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가르쳐주고 배우고 함께 열심히 공부했다. 압박이 심해서 우는 동기들도 있었는데 사실 내가 가장 먼저 눈물을 흘렸다.”

어려움, 압박 극복 원동력은 ‘가족의 지원’ 

오 씨의 가족은 그녀가 오랫동안 승무원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앞서 호주에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두번 지원했었다. 서류는 통과했지만 두번 다 면접에서 떨어졌다. 남편은 ‘그 사람들이 눈이 없어서 당신을 안뽑은거야’ 라고 나를 위로했다. 또 아들을 픽업하러 갈 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가고 싶은지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가족들이 든든하게 서포트해주고 원동력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새벽 1시까지 맥도날드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할 수 있었다.”

호주 항공사에는 워킹맘들이 많다. 파트타임 승무원으로 일 할 경우는 1달 9-12일 정도를 비행하는 로스터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육아와 충분히 병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비행 중 가장 힘든 점은 안전상의 이유로 전화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차일드케어에서 전화가 와도 받을 수 없다. 남편이나 가족들이 그런 점을 이해해주고 감당해주어야 하는 게 사실 가장 힘들다.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할 수 있고, 할인된 비행기 티켓으로 아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아빠가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셨던 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레이오버(layover)를 하게 되면 오롯이 호텔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도 장점일 것이다.”

많은 동포들 항공업 지원하도록 적극 권유  

“지금도 내 영어는 절대로 완벽하지 못하다. 그런데 10년 전 콜스에서 물건도 제대로 못샀던 내가 모든 트레이닝 과정을 통과하고 유니폼을 입고 꿈을 이루었다.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가 좋고, 일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서 도전을 꺼려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승무원이 되고나서 인스타그램으로 정말 많은 문의를 받는다. 호주 회사, 영어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용기를 내서 도전하기를 적극 권유한다.”

오선민 버진항공 승무원
오선민 버진항공 승무원

승무원의 꿈은 이루었지만 오 씨의 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호주동포 사회에서 카운셀러로 자리 잡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그녀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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