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 멜번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으니 이제 3년이 되었다. 경기도 화성시와 주민들이 기금마련에 정성을 모았고 빅토리아 한인회도 물심양면으로 힘을 합친 결과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해방 이후 50년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부모님 곁으로 가지 못하고, 아픈 몸과 마음을 달래가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갔던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가슴이 미어진다. 딱 한 번 밖에 살아 볼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심장은 까맣게 타서 신음하신지 벌써 오래다. 이미 많은 분들이 저  하늘의 나비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고통을, 전쟁과 폭행이 없는 다음세대를 위한 염려로 승화시킨 그들의 정성은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가?

멜번 빅토리아한인회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멜번 빅토리아한인회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서울과 부산의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을 방문하였고, 관련 서적도 읽고 영화도 봤다. 일본이 세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권유린을 우리는 차마 되새기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 희생자되시는 우리의 어머니들, 할머니들께 그저 송구할 뿐이다.

일본군 강제징용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곳이 경상남도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들이 가꾸는 웹사이트 ‘다가가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한때는 일본군에 의해서, 그리고 해방후에는 동족의 싸늘한 눈길로 인해서, 갖은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시민들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 맺히고 응어리진 가슴을 안고 세상을 떠나시기 때문에, 아픔을 겪는 주민들의 애끓는 사랑과 정성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통영거제’에서, 이곳 멜번과 시드니, 오클랜드에서, 그리고 전 세계 각 곳에서 연대하고 있다.  

할머니들께서 원하시는게 무엇일까? “무너졌던 당신 인권의 존엄성이 결국, 조금은 회복되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사과 이외에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인권, 평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미 나비가 되어버린 할머니들, 그리고 오늘 우리와 운명을 같이하시는 할머니들도 오늘 이 순간까지 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실까? 할머니들과 함께 우리는 우리의 소녀들이 다시는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유린당하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평화의 날이 반드시 오게 해야만 한다. 반드시 그날은 오고야 말리라!

한길수 교수 

모나쉬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멜번 평화의 소녀상 연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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