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your say.” 알다시피 문장 그대로 번역하면 “할 말을 하세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영미인들은 어려서부터 교육과 사회풍토 덕택인지 모임에서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이유 있는 지적, 불평, 이의, 의견, 주장, 제의, 질문 등을 서슴지 않고, 그러나 부드럽게 잘한다.    

물론 그렇지 않거나 못하는 예외적인 사람도 더러 있다. 여기 대학 학부에 가 공부를 해봐 본건데 어떤 외모가 잘 생긴 여학생 하나는 한 학기 내내 질문 한번 안하고 입을 다물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수줍어서, 열의가 없어서, 아니면 아는 게 없어 그랬을 수 있다.

반대로 늘 수다를 떨고 대화를 독점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나쳐 좋을 리는 없겠다. 여기서도 중용(中庸)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의 주제는 한인사회의 공익 이슈와 관련해 “할 말을 하세요”다. 여기 몇 개 카운슬과 행정기관에 가보면 입구나 사무실 한쪽에 걸려 있는 “Have your say” 안내문을 가끔 보게 된다. 해당 카운슬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지를 위한 발언을 실명 또는 무명으로 해줄 것을 구성원들에게 독려하는 것이다. 

이건 한국에서 살았던 우리 1세대에게 낯설지 않다. 의견함, 민원함, 신고함과 같은 이름으로 불렸던 제도다. 지금도 한국에 그게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역시 해당 지역 행정 기관이나 관련을 갖는 단체가  공익을 위하여 주민이나 회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세대라 함(函, 통)은 컴맹을 위하여 아직도 필요하겠지만, 대신 이메일 주소로 보내는 홈페이지가 주로 사용되지 않을까. 전 정권 때 실시되던 청와대 국민 청원은 현대판 신문고(申聞鼓)와도 같아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발언을 독려하는 제도인데 전달 수단은 종이가 아니라 역시 인터넷인 것 같다.   

여기 한인사회도 발전을 위하여 우리대로 할 일이 있다면 종이든 전자든 의견함이 절대 필요하고 필자는 과거 그런 필요를 글에서 간접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지만 아무 호응이 없었다. 

그런  구성원의 소리를 듣고 여론을 수렴해야 할 주체라면 1차적으로 대표기관이라고 불리는 한인회가 되어야 할 듯하다. 또 다른 주체는 한인사회의 대중매체인 우리말 신문이다. 

우리가 사는 영미국가의 사례를 보면 안다. 큰 신문은 물론이고 작은 지역신문도 대개 “할 말을 하세요”에 해당하는 ‘편집자에 대한 편지(The Letters to the Editor)’와 같은 지면을 두어 구성원들의 의견 표출을 장려하고 그걸 널리 구성원들에 전파하는 기능을 한다.

이 지면과 방송시간은 이들 매체의 알짜배기 공간이기도 하다. 원고비 없이 싣는 독자 투고난은 실제 큰 신문을 펴보면 칼럼말고도 엄청난 숫자의 길지 않은 글이 매일 실리는 것을 보게 된다. 구성원들이 그만큼 주변 문제에 대한 의견과 열의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런 필자의 글은 한인사회의 실정으로 봐 자다가 꿈꾸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한인회는 재정과 기타 여건으로 지금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해도 한인사회의 분위기로 봐 참여할 인원도 없을 것 같다.

교민매체인 과거 호주한국일보나 지금의 한호일보가 그런 넉넉한 지면을 할애해 문을 열어놓았지만 과거나 지금 호응이 저조하거나 거의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재외동포청

한인사회 인구를 10-15만으로 친다면 한국의 조그만한 중소 도시와 맞먹는다. 또 인구에 비해 적지 않은 공익을 내세우고 생겨난 단체가 많다. 이들이 제 구실을 하겠다면 커뮤니티의 현재 실태와 장래 변화를 위한 좋은 착상과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 데 아니다. 몸만 움직이면 되는 행사는 많아도 머리를 쓰는 이슈는 드물다. 

입법이 이미 끝나 한국에 재외동포청이 곧 생긴다고 한다. 필자가 볼 때 이 기구는 생기기만 하면 돈 값을 하는 건 아니다. 이 청의 전 단계가 되는 현재 연간 예산 600억원을 쓰는 재외동포재단의 그간의 실적을 봐도 그렇다.

재외동포청이 한국의 공무원 수를 늘리는 무늬만인 기구가 아니고 명실상부한 구실을 하자면 현지 사회의 필요와 우선권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와 체계적인 건의가 있어야 할텐데 그런 토픽에 대한 평소 우리대로의 발표와 토론이 없으니 그게 가능하겠는가.

많은 해외 한인사회의 기관장들이 고국과 현지에서 고국 또는 호주  정치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게 모두 대정부 활동의 일부가 될 텐데  이슈가 없는 커뮤니티에서 지내다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