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TV 드라마가 거의 없는 나라다. 특히 한국과는 비교조차 않된다. 잘 모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TV 드라마가 가장 많은 나라인 듯 해 보인다. 

몇 안되는 호주 드라마 중에서 ‘네이버(The Neighbours)’는 호주는 물론 영어권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네이버를 통해서 세계적인 대형 가수 카일리 미노그와 배우 제이슨 도노반이란 빅스타도 탄생했다. 

거의 40년동안 이어져온 네이버는 아쉬움을 남긴채 올해 중반 종영됐다. 7월 종영된 네이버의 마지막회는 최소 9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차에 이번 주 네이버의 부활을 알리는 뉴스가 보도됐다. 호주 영화제작사 프리맨틀(Fremantle)이 아마존 프리비(Amazon Freevee)와 방영 계약 후 내년부터 네이버의 뉴 시리즈를 촬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스테판 데니스, 알란 플레쳐, 라이언 몰로니, 재키 우드번 등 주요 남녀 배역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를 탄생시킨 네트워크 10이 호주 방영권을 보유하고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프리비를 통해 보급될 전망이다.

이 칼럼에서 느닷없이 호주 드라마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네이버의 내년 뉴 시리즈 제작 기사와 함께 발표된 출연진 사진을 보면서 호주 방송계는 아직 다문화와는 거리가 먼 나라라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관련 사진을 보면 알듯이 네이버 뉴 시리즈의 출연진 대부분은 유럽계 백인들이다. 아시아계나 원주민은 없는 것 같다.

네이버 뉴 시리즈 출연진
네이버 뉴 시리즈 출연진

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출연진 중 일부를 비유럽계로 충원하는 아이디어는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상태(백인 일색)가 지속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던 터에 이번 주 발표된 스캔론재단의 호주 TV방송계 다양성 보고서 기사는 일종의 ‘확인 사살’이었다. (6면 관련 기사 참조) 

호주 미디어 다양성(Media Diversity Australia) 조사에 따르면 2022년TV 뉴스와 시사 방송 저널리스트의 78%가 앵글로-켈틱계(Anglo-Celtic background)였다. 올해 비율은 2020년 75.8%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호주의 비유럽계 인구는 24.7%(즉, 4명 중 1명 비율)이지만  비유럽계가 TV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 출연하는 비율은 6.1%에 불과했다.  

호주 사회 여러 분야의 인종/문화적 다양성 결여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문화, 행태, 관습과 연관성이 큰 사회 현상이 바뀌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현상에서 변화를 기대하려면 구성원이 다양해져야 하는게 우선이다. 필자는 시드니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는데 약 1년 전 센트럴코스트(와이옹 인근) 지역으로 이사했다. 시드니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어 보였지만 2가지 차이가 확연했다. 하나는 동네 주민들 중 건설관련 인력(tradesmen)이 매우 많다는 점과 아시아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시드니에서 출퇴근(약 1-2시간 거리)이 가능한 지역임에도 동네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백인계 일색이다. 어쩌다가 인도계나 중동계 외모가 가끔 보일 정도다. 시드니에 그 많은 아시아계가 왜 와이옹 인근엔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상황이 이러니 ‘작은 해안가 동네’를 무대로 한 네이버 같은 TV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유럽계 일색으로 묘사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계는 대체로 대도시에 집중 거주하는 경향이 높다. 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와 식당 등 요식업, 미용업 등 한인 밀집 지역에 너무 많은 비즈니스가 몰려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광역 시드니에 골고루 퍼져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거주지, 비즈니스, 학교 선택 등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은 특히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 네트워킹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 한인들의 직업분포가 호주인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배경도 바로 이같은 경험 부족과 시야의 한계, 새로운 것 도전을 망설이는 점 때문일 것이다.

호주 TV 방송인들의 ‘백인 일색’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비유럽계가 많아지면서 언젠가는, 또 느리겠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지방 도시의 ‘백인 일색’도 비유럽계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차차 변화될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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