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할 말을 하세요”가 주제인 글을 썼었다. 독자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기 전에 여적(餘滴)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 쓴다.

민주주의는 민의에 따르는 정치라면 민의는 몇 년 만에 오는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자주 표출되어 잘 수렴될수록 좋을 것이다.

순식간에 거의 160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 간 이태원 참사는 참 어이없는 사고였다. “이 대참사와 민주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라”는 시험 문제가 나왔다고 하자. 모두 뜬금없고 웃기는 발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태원 시비

그러나 나는 다르다. 사고 뒤 땅을 치며 통곡하거나 못다핀 생명들을 애도하는 시를 쓰기보다 전번 글에서 말한대로 큰 신문의 알짜베기 지면인 독자의 투고난에 할로윈이 뭔데 복잡한 이태원에 그 많은 인파가 모여야 하나, 모여야 한다면 어떤 조심을 해야 할까의 경고음을 보내는 글들이 있었다면 이 불행한 사건은 사전에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난번 글에서 나의 걱정은 해외 한인사회 매체에는 지면이 넉넉하나 투고자가 많지 않거나 없는 게 현실이었으나, 한국은 반대다. 서울의 큰 신문에는 독자 투고난보다 더 멋진 이름의 1-2쪽의 지면을 할애해서 외부 투고를 받고 투고도 넘치지만 평소 이태원 놀이터를 시비하는 글도 없었고 있어도 실릴 찬스가 없었다고 믿어진다. 

과거 몇 개 신문사의 그런 지면을 살펴보니 돈 있는 정치 세력과 특정 기업체나 단체들의 미디어 담당자가 암암리에 자기쪽이나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외 홍보용으로  썼다는 의심을 주는 게 대부분이다.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 독자 투고나 칼럼 기고를 큰 신문에 보낸다면 기사의 퀄리티는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 실린다는 보장은 없다. 그만큼 지면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외부 인사가 많다. 이 또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의 이슈로 귀결된다.

내가 사는 호주의 신문에 이 나라의 정치와 사회에 대하여 쓰고 싶은 충동을 가끔 느끼지만 하지 못한다. 좋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으니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대부분 중요한 국가적 이슈는 원어민 언론인이나 기고가들이 더 잘 다루고 있을테니 내가 제2 외국어인 영어로 머리를 쥐어짜며 어렵게 써야 하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짧은 독자난 투고로 평소 생각해 본 게 하나 있으나 아직 실천 못했다. 다름이 아닌 전철 좌석에 신발을 신은 채 발을 올려놓는 행위다. 이건 전철 안에 명시되어 있는 규칙위반 사항 중 하나인 “Don’t place feet on the seat”인데 백인과  유색인 다르지 않게 청소년 남녀들 가운데 적지 않다. 

일본에서 국민학교 5학년, 한국에 나와 중고등학교를 나온 나로서는 다른 승객들이 앉게 될 자리, 그것도 새 차인 경우는 깔끔한 천으로 된 커버에 개똥 부스러기도 붙어있을 수 있는 신발을 올려놓는다니, 여간 불쾌하지 않다. 순찰하는 경찰이나 철도 직원들도 상관을 안하니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아주 오래 전에 <서구의 몰락, The Decline of the West, O. Spengler>라는 타이틀의 책이 나온 적이 있지만, 법규정과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는 영미국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동양지예의국 출신인 우리가 지적할만한 사항이지만 그러려면 우리부터가 모범을 보여야하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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