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달력이 한 장만 남았다. 사라진 11개의 세월속에서 난 블루 마운틴에서 무엇을 느끼면서 지내왔던가? 연말 정산의 결과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언행과 생각이 옳을 것이라는 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그로 인해서 많은 불편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나 우린 좀처럼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중심은 크게 4부류로 나눠진다. 자기 견해에 대한 주장(我見), 상대보다는 내가 더 우월하다는 아만(我慢), 자신을 더 사랑하는 집착(我愛), 자신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아치(我痴). 이런 의식이 바탕이 되어 우리들의 삶은 계속 이어져 나간다. 이 속에서 갈등의 싹이 트고 누군가와 맞서게 된다. 이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전에는 연말 연시를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문구를 많이 썼다. 잘못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 하라는 뜻이다. ‘상대가 틀렸다’라는 지난날의 고정관념을 2023년에는 ‘내가 틀렸습니다‘라는 변화된 생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생각이 요구된다. 

중생들의 삶은 언제나 고달프기 마련이다. 생각과 취미 등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되고 욕심만큼 채워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따금씩 미움과 분노 등의 정화되지 못한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이때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단 3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라. 

이를 제시한 사람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라는 스웨덴 출신의 수행자이다. 그는 만 26세에 다국적 기업의 재무 담당 최고 책임자가 되어 전도가 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성공과 행복이 다르다는 것을 알만큼 영민했고 고액 연봉과 해변의 집, 차와 운전기사가 있음에도 왜 끊임없이 불안한지 의문을 품는다. 그러다 어느 날 앞으로 나아가야 될 때가 됐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울리자 전 재산을 모두 나눠준 뒤 홀로 길을 떠난다. 

그가 찾아간 곳은 부처님 당시처럼 생활하는 태국의 숲속 밀림 사원, 17년 동안 그는 돈을 만지거나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도 멀리 했으며 휴일도 없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 한끼만 식사했다. 숲속 사원의 계율은 왜 이리 엄격할까 이유가 있다. 삶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의지를 좌절시키기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런 연습이 쌓이면 삶이 불확실해질 때도 흔들리지 않으며 앞날을 모를 때도 내면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전형적인 전개라면 뼈를 깎는 수행 끝에 파란 눈의 스승이 되어 가르침을 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더 극적으로 펼쳐진다. 금욕 생활마저 편안해지자 그는 환속을 결심하고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영혼의 짝을 만나 결혼 생활을 하다가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좌절하는 과정도 겪는다. 

그가 17 년 동안 승려로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이었을까? 

“머리 속에 떠오른 모든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12월 달력을 바라보며 두서번쯤 생각해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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