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정치권에 양당제가 오래기간 잘 정착된 선진 의회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 진보 성향의 노동당이 한 축이고 반대편은 보수 성향인 자유당 또는 자유-국민 연립(Coalition)이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두 기둥의 한 축인 자유당에 ‘경고등’이 커진지 꽤 오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몇 년동안의 선거를 보면 쉽게 이유를 알 수 있다. 남호주, 퀸즐랜드. ACT준주, 노던준주(NT), 서호주 선거에 이어 지난 5월 연방 총선과 11월 26일의 빅토리아주 선거까지 연방 선거와 3개 주선거, 2개 준주 선거에서 자유당 또는 자유-국민 연립이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6전 6패’라는 부끄러운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의 분석이 한창이다.

특히 올해의 연방 총선과 지난 주 빅토리아 선거에서 자유당은 참패했다. 예상보다 크게 패배했다. 빅토리아에서는 다니엘 앤드류스 노동당 정부가 빅토리아 역사상 두 번째로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이제 2023년 3월말 NSW 선거로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NSW에서도 다른 주처럼 자유-국민 연립이 질 경우, 노동당은 12년만에 정부교체에 성공하게 되며 섬인 타즈마니아주(자유당 정부 집권 중)를 제외한 호주 본토는 동서남북으로 ‘노동당 집권 전성시대’가 된다.     

빅토리아주는 호주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the most progressive state)’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유당의 원로인 존 하워드 전 총리도 “빅토리아주는 호주의 메사추세스(Massachusetts)”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었다. 보스톤, 필라델피아 등 동부 명문대(아이비 리그)가 있는 메사추세츠주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로 지목되는 점을 하워드 전 총리가 호주의 빅토리아주에 인용한 것이다. 

26일 선거 승리 후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는 빅토리아주가 호주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존 하워드는 빅토리아주를 호주의 메사추세츠라고 말했는데 아니다. 메사추세츠가 미국의 빅토리아”라고 주장했다. 앤드류스 주총리는 “빅토리아는 진보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thoughtful), 창조적인 사고의 중심(centre of critical thinking)이고 호주에서 모든 큰 아이디어의 본산(centre of all the big ideas)”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주장에 찬반 논의가 있겠지만 빅토리아주가 그만큼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연중 가장 많은 국제 이벤트를 유치하는 곳임을 부인할 수 없다. 

  

모나시대 정치학자 자레 가자리안(Zareh Ghazarian)은 2022년 11월 빅토리아 선거 결과는 앤드류스 주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명한 승인(clear vindication)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매스컴을 통해서 유명한 경제학자 알란 콜러(Alan Kohler) ABC 뉴스 경제해설가는 온라인 신문 뉴데일리 칼럼(11월 28일)에서 ‘망각 상태로 빠져드는 자유당 선거 패배’란 제목으로  자유당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분석했다. 

“자유당은 사업으로 치면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고 새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이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전환(시대 변화)에 실패한 사업은 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블록버스터 비디오(Blockbuster Video), 보더스서점체인(Borders bookstores), 필림 메이커 코닥(Kodak)이다. 

자유당도 비슷하게 될 수 있다. 자유당은 주요 지지 기반인 노년층, 보수층 유권자를 잃지 않으면서 도시권 청장년 세대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자유당에는 크게 2가지 걸림돌이 있다: 기후변화 거부와 예산적자 및 정부 부채(deficits and debt) 몰두가 그것이다. 

자유당 정치인들은 머독 미디어의 나팔소리(신문과 폭스 뉴스)를 통해 이 두 이슈를 오도해 왔다. 마치 다수의 목소리인양 떠들어대 착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자유당이 즐겼던 ‘겁주기 켐페인’(에너지 가격과 정부 부채 급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11월26일 빅토리아주 선거 결과에도 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빅토리아 선거에서 자유당의 여러 과제는 과거 타령을 하며 현실 직면을 거부(same old refusal to face reality)한 것과 연관됐다. 매튜 가이 야당대표와 일부 자유당 의원들이 탈탄소를 떠들어댔지만 자유당 브랜드는 여전히 ‘기후부정론(climate denial)’ 으로 인식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행동을 거부했고 머독 부자를 비난하지 못했다.  

지난 10년동안 자유당의 전략은 노동당을 적자와 부채와 연관시켜 경제관리가 부실하다는 데 초점을 두었다. 최근에서 에너지 가격 앙등으로 공포감을 선동했다 

가이 야당대표는 “빅토리아의 부채가 NSW, 퀸즐랜드, 타즈마니아 세 주 부채 합계보다 많다”고 주장하며 그런 이유 때문에 순환 철도(suburban rail loop)를 포함한 노동당의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효과가 없었다. 팬데믹이 정부와 부채에 대한 개념을 완전 바꾸었기 때문이다. 연방 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일자리유지 수당(Jobseeker payment)으로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출했다. ‘적자는 나쁘고 흑자는 좋은 것(deficit bad, surplus good)’이라는 절대 개념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자유당 브랜드를 받쳐 온 기둥이 없어진 셈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 거부라는 다른 핵심 브랜드 기둥은  2019-20년 호주 동부 산불과 올해 홍수로 제거됐다 

기후변화가 실제적 문제라는데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를 위해 무언가 하는데 실패한 것은 정치적 망각(political oblivion)으로 가는 길이다 

자유당이 지방 기반의 국민당과 연립을 구성하면서 도시권 보수층과 연관된 중도 우파 정당으로 유지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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