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인 질 루첼, 호바트에 거주하는 매디 파슨즈, 지자체 시설관리자로 일하는 스튜어트 킹 
프리랜서 작가인 질 루첼, 호바트에 거주하는 매디 파슨즈, 지자체 시설관리자로 일하는 스튜어트 킹 

껑충 뛴 주택 임대비 때문에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호주 전역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호바트에 거주하고 있는 38세 매디 파슨즈(Maddy Parsons)는 15년 동안 쉐어하우스를 이용했고 약 13번의 이사를 해야했지만, 한 주 $60만 내면 좋은 집의 한 방을 빌려 편하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2000년 후반부터 임대비가 치솟으며 쉐어비용 역시 감당할 수 없을 수준만큼 올라 어쩔수 없이 짐을 또 다시 싸야만 했다. 계약 기간이 완료됨과 동시에 쉐어비용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야했던 것. 

파슨즈가 이사하는 이유는 집을 구매해서가 아니다. 독신으로 소매업에 종사하고 있어 홈론으로 내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다.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고 부모의 집도 큰 편은 아니라 창고를 개조할 예정이다. 

“계획하고 바랬던 주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주변에 나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 놓인 지인들도 많다. 그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SGS 경제 및 계획(SGS Economics and Planning)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비해 호주 전역의 임대비가 상승했다. 퍼스의 경우 2016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타즈마니아, 빅토리아, 퀸슬랜드 및 NSW의 교외지역 역시 임대비 앙등 상황이 좋지 않은건 마찬가지다. 

주택문제 압력단체 중 하나인 내셔날 쉘터(National Shelter)의 엠마 그린홀(Emma Greenhalgh) 대표는 “수십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지금이 최악의 시기라고 말한다. 호주 전역에서 또 대부분의 소득수준에서 임대비 인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모하마드 쿠레쉬(37, Mohammed Qureshi)는 임대 주택 구하는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장을 퍼스로 옮기게 되면서 거주할 집을 찾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 50여개의 부동산에 임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두달의 시간을 보냈다. 집을 보러가면 3-40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이고 경쟁이 심하다보니 제시된 금액보다 더 올리는 경우가 많다. 

두달만에 겨우 구한 집이 직장에서 먼 곳이지만 멜번에서 이주해 가족과 함께 지낼만한 적정한 금액의 집을 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멜번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질 루첼(62, Jill Ruchel)은 집주인이 주당 $255의 임대비 인상을 요구했다. 

“코로나 기간동안 저렴한 곳을 찾아 지낼 수 있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조금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몇 주 안에 다른 집을 구해 나가야 하지만 막막한 상황이다.” 

호주 임대비의 앙등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집주인이 늘어난 이자율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 넘기는 상황에서 임대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또 상승하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면서 임대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9월 임대 주택 공실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거기에 코로나 이후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이 호주로 대거 다시 유입하면서 한정된 임대 부동산 공급에 추가적인 수요 증가 압력이 된 점도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지자체 시설관리자(government ranger)로 일하는 스튜어트 킹(48, Stuart King)은 집 주인이 임대주택을 팔기로 결정해 퇴거해야만 했다. 

“평균 연봉 10만달러인데도 불구하고 임대 신청시 번번이 거절당해 캐러밴을 생각했을 정도다. 지난 2년동안은 침실 2개, 욕실 2개짜리 아파트에서 지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500 임대비에 침실 1개짜리 아파트 밖에는 구할 수가 없다” 

NSW 남부 해안가 베이트만스베이(Batemans Bay) 인근 지역인 베이크헤븐(Bateheaven)의 연금수급자인 카렌 워른(Karen Warren)은 오랜기간 머물렀던 집에서 나와 30년동안 지낸 메림불라(Merimbula)를 떠나 2시간반 북쪽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친척들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싶지만 임대비가 너무 비싸 고향에서 떨어진 외딴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시드니 남서부 캠벨타운(Campbelltown)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린다 톰린슨(49, Linda Tomlinson)은 크리스마스 4일 전인 12월 21일 집에서 짐을 빼야한다.

“나는 싱글맘이고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현재 오른 임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캐러밴파크도 알아봤는데 지금은 다 차서 공간이 없다. 앞으로 한 6개월 가량은 캠핑장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지금의 현상은 마치 대공황과 같은 시대로 돌아간 것 만 같다.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앤소니 알바니지 정부는 전 정부의 세금 재정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주택 건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요구된다. 

2024년 중반부터 1만채의 추가 주택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으며 100만가구를 대상으로 저렴한 정부 임대주택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은 한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동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너무 오랜 기간 정부 개입없이 시장 경제에 맡겨둔 임대주택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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