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드니 시티의 한 한식당을 방문했다.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말 모임이 그곳에 열렸다.

시론에서 가급적이면 동포 업소에 대해서 쓴소리를 자제해 왔지만 이번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음식이 형편없어 기분이 상했다면 앞으로 그 업소를 가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보다는  이런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 솔직히 한식의 앞날이 걱정될 정도라는 점에서 거론을 해 본다. 

한식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질 낮은 음식이었다. 

요즘 한식 식당이 한인들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중국인 등)이 투자해 위탁 경영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이 식당이 그런 곳인지는 모른다.   

1인당 약 $50의 세트메뉴(불고기 백반, 제육, 파전, 잡채)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어느 것 하나 권장할만한 음식이 아니었다. 대중 식사임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이런 질 낮은, 국적 불명의 음식이 한식이란 이름으로 계속 팔릴 경우 미래가 걱정됐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모임이 있어 타이 푸드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식당 음식을 비교했다. 맛과 식재료, 신선도, 식당의 청결상태 등 모두 점에서 타이 푸드는 합격 수준이었다. 가격도 한식보다 비싸지 않았다. 우리 입맛에 약간 달았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타이 푸드 메뉴 중 잘 고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함께 식사한 호주인 지인들도 좋게 평가하며 즐겼다.  

한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호주인들은 한식에 대해 익숙한 편은 아니었다. 만약 이 음식을 한인들에게 대접했다가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후끈거렸다.

시드니를 비롯 많은 해외 도시에서 한식 식당, 치킨숍, 카페 등 이른바 ‘K-푸드 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분명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비스업인만큼 양질의 음식(quality control)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점이다. 신뢰와 지속성이다. 

타이 푸드도 태국인이 아닌 호주인, 아시아인 요리사둘이 음식 만들어 파는 곳도 많다. 인도계 셰프가 이탈리안 식당을 하는 곳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중요한 점은 최소한 기본은 해야 사업이 지속 가능하다(sustainable)는 점이다. 반짝 눈속임으로는 사업이 계속 잘 될 수 없다.

연말이 되면 떠오르는 속담 중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란 영어 표현이 있다.  

무슨 일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급하게 뛰어들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때로는 늦어보일지라도 한결같은 접근법(more consistent approach)을 통해 보다 더 좋은, 이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미처 못 다한 일에 대해 서두르는 대신 하나를 해도 ‘제대로’, ‘똑바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한식 업소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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