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0일(일). NSW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큰 도시인  뉴카슬을 향했다. 천혜의 해안 요새이자 뉴카슬 하버의 관문인 포트 스크랫치리(Fort  Scratchley)에서 노을이 지는 태평양 앞 망대에 펄럭이는 호주의 국기 앞에 모든 일행들이 모였다. 

군인 나팔수의 기상나팔(Reveille)로 시작하여 군악대행진과 연주로 RSL(재향군인회)의 연차 총회(AGM)를 위해 모인 5백여명 맴버들을 환영했고 호주 전몰장병들을 위해 추념하는 묵념을 올렸다. 축포까지 더하여 근래에 보기드문 장엄함 속에 개막식이 시작됐다.

마가렛 비즐리 NSW 주총독, 데이비드 엘레오트 NSW 보훈부장관, 레이 제임스(Ray James) NSW 재향군인회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시드니 리드컴 RSL에서 우리 일행 2명(양상수 리드컴 RSL Sub-Branch 회장, 필자 한인국)도 함께했다.

엘리오트 보훈부 장관과 본부 대표와는 많은 안면이 있어 같이 사진도 찍고 어울려 대담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나라를 위한 헌신이 자랑스럽고 정의로운 것임을 깨우치게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국가의 안전과 평화, 자유를 어찌 누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 깊은 감사를 드렸다. 아울러 가족들과 함께 하는 RSL 회원이 되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가?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인 31일(월) 아침 8시에는 호주 RSL 역사 106년이 흐르는 오늘날까지 많은 전우들의 국가를 위한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소중한 자리로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호주를 더욱 존경하고 싶어졌다. 

특히, 리드컴 RSL을 위해 놀라운 적응력으로 낯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양상수 회장의 끈질긴 활동은 실로 놀라웠다. 유일한 동양인, 첫 한국인으로서 많은 장성 출신들과 임원들 속으로 어떻게든 파고들어 놓치지 않고 정보를 얻고 화합하며 리드컴 RSL을 홍보하는 그분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러한 노력에 우리 일행은 모든 이들로부터 친근감과 호감을 받으며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고 대우를 잘 받게 되었으니 회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많이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일행은 호주 NSW RSL의 큰 규모와 스케일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보람의 가치를 꼭 알아주고 대우해주는 호주 제도와 그런 행사에 더 많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350여 Sub Branch의 500명의 대의원들(Delegates) 중에 Lidcombe Sub Branch의 대표로서 연설할 기회가 주어졌다. 

양 회장의 Sub Branch의 현황 설명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 요청에 대해 모두 대견스러워하는 반응들이었고  집중해서 듣고 있는 모습에 더욱 흐뭇함을 느꼈다. 우리가 호주에 살면서 이런 기회를 얻게 됨을 고맙게 생각하며 모두 힘을 합쳐 Lidcombe Sub Branch가 어느 Branch 보다도 더욱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일과 후에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볼링클럽(Bar Beach Bowling Club)에서 친교를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시 회원들을 만나 더욱 반가운 시간이었다. 퀘인비안, 타르, 본다이, 블랙타운, 컴벌랜드, 카이야마 등 많은 곳에서 온 전우들과 ‘브라보’를 외쳐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인 11월 1일(화) 아침 일찍 콘퍼런스에 참석해 정해진 아젠다에 따라 토론을 하는 등 오후 5시반까지  하루종일 많은 의제를 다뤘다. 3일 동안 바쁘고 피곤했지만, 리드컴 서브 브랜치를 위해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2박3일이었지만 정들었던 많은 전우들과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작별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모든 전우들이여 건강하고 행복하며 각 소속 Branch의 발전이 있기를 빌었다.

2023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우리 일행은 시드니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땅거미가 지는 도시 뉴카슬, 석양이 진 어두운 길 위엔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한인국

(리드컴 RSL 서브 브랜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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