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호주 양국에서 헤드라인으로 크게 보도되었던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제2n번방’이라고 불리는 아동성착취 범죄조직의 주범인 ‘엘’(가명)이 호주에서 검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 뉴스에 의하면, 호주로 파견된 한국 경찰들이 호주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 11월 23일 시드니의 한 주택에서 20대 한국 국적의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이 남성은 2020년 12월말부터 올해 8월까지 아동 및 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현재 아동학대물 소지죄(최대 15년 징역형)와 휴대폰 암호공개 거부죄(최대 10년 징역형)로 기소되었습니다. 기소명으로 추측하건대, 체포될 당시 경찰은 이 남성이 소지한 아동성착취물을 발견하였고 이 남성은 경찰이 압수한 휴대폰 비밀번호 등의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남성의 휴대폰과 컴퓨터에 대한 포렌식이 완료되면 추가로 발견되는 증거에 따라 추가 기소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경찰은 범죄인 인도절차를 통해 한국으로의 송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호주 경찰은 이 사건이 호주에서 일어난 만큼 호주의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이 남성이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호주에서는 피의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호주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호주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엘’은 현재 호주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이고, 호주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호주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재판 절차가 이루어질까요?  

시드니에서 호주 연방 경찰에 체포된 한국 국적 남성. 한국 경찰이 수사를 공조했다. (사진 출처: 호주연방경찰)
시드니에서 호주 연방 경찰에 체포된 한국 국적 남성. 한국 경찰이 수사를 공조했다. (사진 출처: 호주연방경찰)

일반적으로 이러한 형사재판은 첫 재판에서 증거 제출 명령이 내려지고 8주 후 차회 재판이 진행됩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이 남성에 대한 첫 재판은 체포 직후 시드니 북부 혼스비(Hornsby) 법원에서 진행이 되었고, 2023년 1월 18일에 다음 재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까지 경찰은 확보한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심각하고 그 피해가 중대하여 관련 증거가 많을 경우 경찰은 증거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본 사안과 같이 외국에서 수사 협조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증거 제출에만 4, 5개월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경찰의 증거제출이 완료되면 이제 이 사건은 검찰이 담당합니다. 아동성착취물 소지죄는 연방범죄이기에 NSW주 검찰이 아닌 호주연방검찰이 관할을 가지게 되고, 검찰은 모든 증거물을 확인한 후 기소 여부와 기소 죄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검찰과 변호사는 모두 경찰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유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립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하여 경찰은 경찰이 확보한 모든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있으나 변호인은 무죄를 다투기 위하여 자신이 따로 확보한 증거를 사전에 공유할 의무가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진 후, 피고인의 변호인과 담당 검찰은 유무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때 기소 내용과 증거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데, 보통 이러한 협상은 2, 3개월 정도 진행되며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배심원 재판을,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선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만약 기소된 죄명에 대한 유죄 선고시 약 6개월 정도 소요되나, 배심원 재판시에는 약 1년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총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1년에서 2년 정도입니다. 

위 사안에서 ‘엘’이 호주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위의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엘”은 한국에 송환될 수 없습니다. 만약 실형이 선고된다면 형기를 모두 마친 후 한국으로 송환 절차를 밟게 됩니다. 한국법은 ‘속지주의’와 함께 ‘속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한국국적자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한국에서 기소되고 처벌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으로의 송환 여부는 한국-호주간 맺은 범죄인인도 관련협정과 호주의 범죄인송환 관련법에 근거하여 호주 법원이 결정할 것입니다. 

특히 이렇게 증거확보에 고도의 기술과 긴 시간이 필요한 디지털범죄 사건은 범죄 여부 입증이나 한국으로의 즉시송환 모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는 범죄 발생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피의자가 호주에서 해당 범죄 관련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한국 경찰에서 송환을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의 ‘제2n번방’ 사건은 관련 증거들이 이미 많이 확보된 것으로 보이지만, 화제가 되는 모든 형사 사건들이 이미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어 유죄가 확실시되는 경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뭘 잘못을 했고 증거가 있으니 체포를 했겠지”라며 유죄를 단정하고는 하지만, 이는 형사법의 가장 큰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생각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무죄’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묵비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한국이나 호주에서 모두 형사재판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법률 비용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유리한 재판결과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변호사 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절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형사전문변호사를 선임하여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재판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작성일: 2022년 11월 28일

한국법 감수: 조옥아 한국변호사

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

이메일: info@hhlaw.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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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대표 변호사 H & H Lawyers 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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