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제한된 자원으로 국민소득(또는 경제적 복지)을 최대화하려는 학문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줌으로써 국민소득을 증가시킬 정책을 제시한다. 1970년도 초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 수준은 높아지지 않는다는 실증분석을 하고 이를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 명명했다. 이것을 계기로, 행복의 요소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국민의 행복 수준을 증진시키려는 소위 ‘행복 경제학’이 부상하게 되었다. 

행복 경제학이 서서히 발전하면서 2011년에 유엔(UN)은 행복이 인간의 근본적인 목표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세계 모든 사람의 행복 증진을 위한 첫 과제로서 각국의 행복지수와 행복 요인을 탐색하고 측정하여 2012년부터 매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발표하고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자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하여 고심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인과 호주인들의 행복수준을 비교 분석하면서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유엔의 2022년 세계행복 보고서
            유엔의 2022년 세계행복 보고서

행복은 주관적인 정신상태로서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개개인에게 정신상태를 묻는 설문조사(survey)를 통하여 측정한다. 행복 수준을 측정하는 세계적 기구가 여럿 있지만 유엔(UN)의 세계 행복 보고서의 측정이 광범하게 활용되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갤럽(Gallup)이 여론조사를 통하여 측정하는 150여개국의 행복 수준과 그 순위를 수용하고 있다. 

행복보고서에서는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여섯 가지의 주요 공통 요인을 탐색하여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 요인으로 i) 개인 국민소득과, 사회정치적 요인으로 ii) 건강 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iii)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iv)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 v) 관용(generosity), vi)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perception of corruption) 등 여섯 가지 요인들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호주가 덴마크를 물리치지 멜번 페더레이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호주가 덴마크를 물리치지 멜번 페더레이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개인 국민소득은 구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를 감안한 것을 사용한다. 건강 기대수명은 단순한 기대수명과 달리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대수명이다. 사회적 지지란 가까운 대인관계의 형성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곤란에 처하여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설문에 대한 단일 응답(예(1)/아니요(0))의 평균값으로 측정한다.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에 만족하십니까?”에 대한 단일 응답의 평균값이다. 관용은 일정 기간 기부를 하는 사람의 수를 적용한다. 부패인식은 ‘정부와 기업에 부패가 만연한가’라는 질문으로 측정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섯 가지의 세계 공통적 요인들은 행복 수준의 약 3/4 정도를 결정할 수 있지만 나머지 1/4부분에 대한 요인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소득수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괄목할 만큼 낮다. 2021년 한국의 개인소득은 세계에서 28위인데, 행복 수준은 59위이다. 38개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개인소득은 18위로 높은데 행복수준은 36위이다. 이렇게 소득에 걸맞지 않게 행복 수준이 낮은 이유를 개인 국민소득이 비슷한 호주와 비교하면서 탐색해 보고자 한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측정된 세계 행복지수의 평균치로서 호주의 행복지수는 7.16(10점만점)으로 세계 약 150 국가 중에서 12위인데 비하여 한국의 행복지수는 5.94로 세계 59위였다. 호주와 한국의 구매력평가 개인소득은 호주가 12% 정도 높지만 선진국에서 약간의 소득증가가 행복수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감안할 때 두 나라의 개인소득 차이가 행복수준 차이의 큰 이유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의 건강 기대수명은 OECD 국가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제일 높고 호주보다 약간 높아 각각 73세와 71세이다. 따라서 개인소득과 건강 기대수명은 한국의 행복지수가 호주보다 낮은 것에 대해 요인이 되지 못한다. 

2022 세계행복지위 상위권 1-23위 순위
2022 세계행복지위 상위권 1-23위 순위
2022 세계행복지수 39-61위 순위에 포함된 한국
2022 세계행복지수 39-61위 순위에 포함된 한국

사회적 지지는 호주가 세계순위 21위인데 비하여 한국은 85위이다. 한국의 사회적 지지가 월등히 낮아 한국 사람의 상대적 행복 수준을 낮게 하는 것 같다. 낮은 사회적 지지는 고립감으로 연결되어 불행감으로 이어진다. 가족중심 사회인 한국에서 사회적 지지가 낮다는 것은 다분히 경이로운 것으로 심층분석이 필요하다.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에서 호주는 세계에서 20위인데 비하여 한국은 112위이다. 프레이저(Fraser)연구소에서 측정하는 객관적인 개인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포함한 인간(human) 자유지수에서는 호주와 한국은 각각 8위와 31위로 한국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개인에게 설문을 통해 측정한 삶의 선택 자유가 낮다는 것은 그 차이가 법치, 법적 제도 및 규제가 아닌 사회, 문화, 정신상태에 기인한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이 바람직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이런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 생기는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소유, 꿈 등의 포기현상에서 생기는 자유의 제재인 것을 암시한다.  

‘지난 한 달간 기부를 한 사람 수’로 측정하는 관용에서도 호주가 세계에서 8위인데 비하여 한국은 54위이다. 기부뿐 아니라 봉사나 낯선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활동에 호주는 국민의 55%가 참가하는 데 비하여 한국 사람은 35%로 호주와 한국은 세계에서 각각 4위와 88위로 나타났다. 이타적인 활동은 대인관계와 협동정신을 높이고, 감사하는 마음과 자부심을 증가시켜 그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의 행복이 올라간다는 실증분석이 많다.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은 한국이 훨씬 높아 세계 97위인데 비하여 호주는 126위였다. 각국의 부패인식을 측정하는 세계 기구가 네댓 개 있는데 하나 같이 한국의 부패가 높다고 평가하고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층에 속한다. 국내 기관 두 곳에서도 부패인식을 측정하였는데 국민의 과반수가 한국 사회가 부패하였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는 사회 신뢰를 낮게 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법치 정신과 준법정신을 훼손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높여 우리의 행복을 저해한다. 또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는 행복에 중요한 미래예측이 어려워, 좋은 교육제도와 사회안전망을 필요로 한다. 

행복-소득-삶의 만족도-웰빙의 상관관계 최근 트렌드
행복-소득-삶의 만족도-웰빙의 상관관계 최근 트렌드

이런 여섯 가지의 요인이 행복 수준의 상당부분(약 1/4)을 결정짓지 못하는 것을 감안할 때, 호주와 한국의 행복 수준 차이를 다 설명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개개인의 감성(emotional affect)도 행복 수준에 영향을 주는데, 호주인과 한국인의 부정적 감성은 비슷한데, 긍정적 감성(웃음, 즐거움, 재미)에서는 호주가 세계에서 38위, 한국은 117위로 이 또한 한국 사람의 낮은 행복 수준의 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저조한 대인관계에서 오는 낮은 신뢰, 정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야기되는 낮은 윤리와 준법정신, 유교문화에서 권력이 지도자에게 집중되는 정치문화 등 문화와 정신적 요인이 한국의 낮은 행복 수준을 초래하고 있다. 또 국민들 간의 행복지수의 분배차이도 국가 간 행복 수준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인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 수준에서 선진국민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절대적으로 낮고, 다른 선진국인 호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도 아주 낮은 편이다. 한국인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인관계 구축, 이타적 행동, 준법정신과 윤리 향상 등이 개개인이 노력할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는 전제하에서 한국의 정책 관계자들은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정책에 필요한 국민 행복 수준과 중요 요인이 개발되고 측정되어 있어 근거 기반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할 수 있다.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하여 정부는 국민소득 성장과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제도 개선이라는 재래의 정책수단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가 없는 사람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교육 개선, 국민들의 폭 넓은 삶의 선택, 부패 척결 등이 중요하다고 본다.

권오율 (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SFU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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