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미스 패밀리 로고 
더 스미스 패밀리 로고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저와 제 아내는 배달을 갑니다. 

저희가 배달을 하는 물품은 자선단체 스미스 패미리(Smith Family)에서 제공하는 과자와 비스킷이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햄퍼)와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가득 담은 보따리입니다. 

저희는 스미스 패미리 물류창고에서 이 물품들을 공급받아 차에 싣고 접수된 가정으로 배달을 갑니다. 

지난 2 년간 코로나 팬대믹으로 이 배달을 못 했다가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난 12월 11일(일) 제 아내와 진우회 한 회원과 함께  시드니 남서부 캠벨타운 지역의 12 가정에 크리스마스 햄퍼를 배달했습니다.

저희가 스미스 패밀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호주에 이민을 온 1977년부터였습니다. 당시 저희 부부는 5세, 3세, 1세였던 세 자녀를 데리고  쌀쌀한 6월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온 친지의 주선으로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한국에서 아직 이민 짐(가구 들)이 도착하지 않아 집에는 전기 스토브 외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전기 스토브로 밥을 지었지만 마땅히 놓고 먹을 도구가 없어 사과 상자를 엎어 놓고 신문지를 깔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45년동안 스미스패밀리 회원으로 후원과 크리스마스 햄퍼 배달 등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시드니 동포 김석환, 김인숙씨 부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45년동안 스미스패밀리 회원으로 후원과 크리스마스 햄퍼 배달 등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시드니 동포 김석환, 김인숙씨 부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마침 현관 문이 열려 있었는지 앞 집에 사는 호주 내외 분이 저희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저희도 궁색한 모습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었죠. 

그리고 며칠 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체구가 큰 호주인이 가구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분은 스미스 패밀리에서 우리에게 보낸 가구를 배달왔다며 어디에 놓는게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대형 트럭이 아파트 앞에 서 있었고 그 안에서 아이들 침대2개와 막내를 위한 유아 침대 1개, 부부용 더블베드, 식탁과 의자 등의 가구를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너무 갑작스런 방문에 고맙다는 인사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과 상자를 엎어 놓고 식사를 하던 우리 가족을 본 앞 집 이웃이 스미스 패밀리에 가구를 신청해 준 것이 였습니다. 

저는 다음 날 마침 회사 근처였던 스미스 패밀리 본사를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한국에서 아직 짐이 오지 않은 것이니 가구가 오면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스미스 패밀리 직원은 잘 쓰다가 필요 없을 때 알려주면 다시 가지러 가겠다라며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결국 그 가구는 이사를 가서 새 집을 지을 때까지 수 년동안 잘 사용했고 그때까지도 상태가 좋아 스미스 패밀리에 연락해 트럭이 와서 다시 실어갔습니다. 

저는 그후 스미스 패미리 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저희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김인숙씨와 스미스패밀리 관계자, 봉사자와 함께
김인숙씨와 스미스패밀리 관계자, 봉사자와 함께

직원이 스미스 패밀리 회원에 가입해 자원 봉사를 하거나 후원금을 내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고 그 자리에서 회원이 됐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45년동안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호주 생활은 스미스 패밀리와의 인연으로 따뜻하게 시작됐습니다.  지난 수십 여년동안 우리는 매년 빠지지 않고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을 해 왔습니다. 우리 부부가 시간이 되지 않을 때는 출가한 두 딸과 사위, 아들, 며느리가 대신 배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5년 전(2007년) 스미스 패밀리 85주년 주주 총회 행사에 참석했을 때  저희는 처음으로 스미스 패밀리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스미스 성을 가진 한 부유한 자선가가 재산을 헌납해 만들어진 자선 단체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1922년 개인 사업을 하는 5명의 동료들이 출장을 가면서 파라마타의 한 호텔(Woolpack Hotel, Parramatta)에 머물며 호텔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호텔 근처에서 아이들이 장난감 하나 없이 쓸쓸히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 동료가 자신이 마시고 있던 맥주 한 병의 값으로 장난감을 사서 저 아이들에 주면 어떨까라고 동료들에게 즉석에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5명의 사업가들은 즉시 장난감과 과자 등을 사서 칼링포드의 한 소년원(Carlingford Home for Boys)을 찾아가 전달했는데 그때가 마침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였습니다. 

성탄 선물을 나눠주고 나오는데 소년원 원장이 고마움에 이름을 물었답니다. 

한 사람이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인 ‘스미스’라고 말했고(한국의 김씨 성 같은) 옆 사람도 ‘스미스’라고 연이어 말하면서  ‘스미스 패밀리’가 탄생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봉사활동은 결국 5명을 넘어 친구에서 친구로 확대돼 1923년 단체가 설립됐고 100주년이 된 올해 2022년 12월 결산기준(AGM)으로  스미스 패밀리는 1만4,036명의 정회원(봉사자 5,199명)이 19만1,872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는 호주 최대의 아동 구호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스미스 패밀리는 이름없는 선행을 뜻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발기인 조차 이름이 없고 스미스 가족이라는 단체명으로만 존속합니다. 

‘우리 모두 스미스 한 가족(The Smith Family, Everyone’s family)’이라는 로고가 얼마나 사려 깊은지 다시 생각합니다. 

환경봉사단체 진우회를 이끌어온 김석환씨 부부 라이드시(City of Ryde Council)가 지난 20여년간 매월 ‘클립업더월드(Cleanup the World)’ 행사를 통해 라이드시와 시드니 일대에서 공원과 해변의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정화에 앞장서온 한인 환경운동 봉사단체 진우회의 지역사회  봉사를 인정하는 기념 동판을 2021년 11월 퍼트니 퍼트니 키싱포인트공원에 세웠다.  호주에서 한인단체가 지자체로부터 이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으며  시 명의의 기념 동판이 세워진 것은 진우회가 처음이란 점에서 한인 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동판에 봉사 활동을 이끌어온 코디네이터 김석환(Austin Kim)씨와 진우회(FITA)의 오랜 라이드시 강변 정화활동에 감사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한호일보 기사 인용) 
환경봉사단체 진우회를 이끌어온 김석환씨 부부 라이드시(City of Ryde Council)가 지난 20여년간 매월 ‘클립업더월드(Cleanup the World)’ 행사를 통해 라이드시와 시드니 일대에서 공원과 해변의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정화에 앞장서온 한인 환경운동 봉사단체 진우회의 지역사회  봉사를 인정하는 기념 동판을 2021년 11월 퍼트니 퍼트니 키싱포인트공원에 세웠다.  호주에서 한인단체가 지자체로부터 이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으며  시 명의의 기념 동판이 세워진 것은 진우회가 처음이란 점에서 한인 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동판에 봉사 활동을 이끌어온 코디네이터 김석환(Austin Kim)씨와 진우회(FITA)의 오랜 라이드시 강변 정화활동에 감사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한호일보 기사 인용)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이웃에 대한 배려심과 겸손함이 스미스 패밀리의 정신입니다.  아직도 기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더 스미스 패밀리의 정신’이 알려지길 희망합니다. 

저는 새해 83세가 되는데 반 평생이 넘게 스미스 패밀리와 인연으로 어려운 아동의 개별 후원자로(individual supporter), 지난 45년(1977-2022)간의 정회원(Subscription Member)으로 봉사활동을 겸하게 된 것을 내 제 생애에서 큰 보람을 안겨주는 ‘선물(a gift)’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물은 물질이 아니라 스미스 패밀리의 정신 그 자체인 것입니다.  

우리 가족이 받은 이 선물(a gift)을 다시 사회로 돌려주어야(return to the society)할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후원과 봉사를 할 것입니다.

이제 곧 성탄절이 다가 옵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스미스 패밀리의 모든 후원자, 회원분들과 임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모두의 가족, 스피스 패밀리(The Smith Family, Everyone’s family)’ 정신으로 100세를 맞이하는 이 구호단체의 계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즐거운 연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석환  & 김인숙 부부

(환경봉사 단체 진우회 회원, 시드니 퍼트니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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