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지난 12월18일 부터 8일 동안, 흔히 ‘빛의 절기’라 불리는 하누카(수전절) 절기를 지내고 있다. 보통 11월 말이나 12월초이던 행사가 이번 해에는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와 거의 정확히 겹쳐, 더욱 ‘빛’으로 표현되는 유사한 절기를 동시에 축하하는 행사들이 여럿 열리고 있다. 

시드니 대회당의 하누카 행사
시드니 대회당의 하누카 행사

며칠 전, 12월20(화)일에는 시드니의 대회당(The Great Synagogue)에서 기독교 기관들과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함께 그 행사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행사의 소식을 전하고 수전절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날의 행사는 주 강사로 주 호주 이스라엘 대사인 아미르 마이몬(Amir Maimon)과 멜번의 랍비 이삭 리젠버그(Risenberg)가 초청되었고,  기독 민주당의  프레드 나일(Fred Nile) 목사, 예루살렘 조찬 기도회의 조엔 오니엘(Joen O’niel), ICEJ-International Christian Embassy Jerusalem)의 사라 웨이(Sarah Way) 등 여러 교회와 단체의 지도자들이 참석하였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약13여명의 지도자들이 참석해 주최측으로부터 특별한 감사와 관심을 전달 받았다. 

한인 참석자들
한인 참석자들

1. 수전절의 역사

수전절은  BC 168년 알렉산더 대왕이 자신의 영토를 나누어 통치할 때 유대와 시리아지역을 다스리던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가 팔레스타인을 장악한 후, 유대인들을 핍박하면서 촉발되었다. 그는 성전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고 제사드리는 예배를 금지시켰고 하나님 대신 제우스 같은 그리스의 신들의 형상을 성전에 들여놓았다. 게다가, 유대인들이 부정한 동물로 금기시 하는 돼지를 잡아, 그 머리를 성전 제단에 올려 놓고 예배를 강요하는 지시를 내렸다. 가장 치욕스럽고 모욕적인 일에 분개 하였지만 권력의 힘에 살아남기 위해  이들 타협하며 이들 문화에 동화하며 지내야 했다. 그 가운데 하스모니안 왕조의 마카비 가문이 분개하여 BCE 164년 게릴라식 항쟁을 일으키고 2-3년의 혈전을 벌이고 마침내 안티오쿠스의 세력을 몰아내고 더럽혀졌던 성전을 회복하여 하나님께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호주시온주의 연맹의 론 와이져, 랍비 이삭 라이젠버그와 함께
호주시온주의 연맹의 론 와이져, 랍비 이삭 라이젠버그와 함께

그때 이들의 전통 대로 정제된 올리브 오일에 불을 붙여 금 촛대에 불을 붙였지만 하루 분량 밖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도, 기적적으로 촛불이 8일 동안이나 계속 활활 타올랐다. 이때로부터 ‘하누카-봉헌, 빛의 절기’라 부르며 새로운 구약과 신약 중간기의 성전 회복 역사를 기념해 오고 있다. 신약 성경엔 예수님도 이 절기에 일부러 예루살렘에 찾아온 것을 기록(요한복음10:22)하고 있다. 

2. 하누카의 의미

이날의 메인 스피커인 이스라엘 대사 ‘아미르 마이몬’은 단상에 올라 밝게 웃으며 먼저, 그 때 성전을 밝히는 데 남아 있는 기름은 하루 치 였지만 8일 동안이나 불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하루 분량의 기름이 그들에게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것에 있다고 그의 이야기를 시작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최선을 다하기 시작하면 내 분량을 벗어나 8일 동안 불을 밝힐 수 있는 기적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기름은 적어도 성전을 밝힐 수 있는 정제된 순전한(Pure) 기름이어야 하듯이 우리에게도 성전 안에서 빛이 되려는 순전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자신이 대사로서, 자신 보다도 대사의 역할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성전과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서의 대사의 역할을 함께 해 나가자는 것이 자신이 느끼는 2022년 하누카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의 인사가 끝나자 많은 유대인과 기독교인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한인 참석자들과 함께
한인 참석자들과 함께

3. 12월의 하누카

탈무드는 “ (레 22:32) 너희는 나의 거룩한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아라.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은 나를 거룩한 자로 알아야 한다.”는 구절에,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말은 이사야 서 43:10에서 말한 것과 동일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아, 너희는 나의 증인이다.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 종으로 삼은 것은 너희가 나를 알고 믿으며 나만이 유일한 하나님인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이다.” 에서도 증인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이 해석하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창조한 ‘창조주’이시다. 창조주는 유대인과 비 유대인에게 차별없이 하나님의 형상을 담아 두신 분이고 그래서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 삶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증인으로 세상의 역할을 할 때 이루어지는 말이라고 이해한다. 

단상의 이스라엘 대사-아미르 마이몬, 대회당 담임 랍비-벤 엘튼, 랍비- 이삭 라이젠버그
단상의 이스라엘 대사-아미르 마이몬, 대회당 담임 랍비-벤 엘튼, 랍비- 이삭 라이젠버그

하지만, 아모스 선지자에게 한탄하듯 “(암 2:7) 힘 없는 자를 땅의 티끌처럼 짓밟고 겸손한 자를 무시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한 창녀를 찾아다녀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고” 이스라엘 백성은 타락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성전이 무너져 바벨론으로 쫓겨났을 때의 선지자 였던 에스겔에게는 “ (겔 36:18-19) 그들이 그 땅을 살인과 우상 숭배로 더럽혔으므로 내가 내 분노를 그들 위에 쏟고 들을 그 행위대로 심판하여 세계 각처로 흩어버렸다.”고 흩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랍비들은, 못된 자식을 감옥에 보낸 부모의 마음이 곧 이스라엘 백성을 포로되게 한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한다. 탈무드는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달려 있다’라고 정의한다. 즉 모든 인간의 삶에 달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에게 ‘람밤’이라고도 불리는 중세의 현자 ‘마이모니데스’는 “극단과 과장을 피해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야 말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사람” 이라고 평가했다. 

                                          마노라(촛대)와 3일차 촛불
                                          마노라(촛대)와 3일차 촛불

랍비 노만 램의 ‘선상의 유대인 웨이터 멘델’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기적적인 비행기 납치 사건이 엔테베에서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감격한 크루즈의 승객들이 ‘이 배안에 유대인 승무원이 있다면 그를 유대인을 대표하는 대사로 세우자 제안했고, 그 배의 유일한 유대인이었던 ‘웨이터’, 멘델이 선장과 모두의 결의를 모아 ‘대사’ 로 임명하게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이 야야기는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것처럼 “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 위대한 리더는 그저 증인의 역할을 하는 것과 또한 자신의 사람들을 증인으로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말은 곧 “ 누구든 기본을 다하며 살아간다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드니 대회당
시드니 대회당

하누카는,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작은 분량의 순수한 기름을 준비하는 삶이 된다면 누구든 성전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는 대사의 위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12월의 하누카는 가진 것이 적어도, 위대한 삶을 살게하는 하나님의 기대가 더욱 송구한 감사의 절기이다.  샬롬! 

대회당에 입장하는 참석자들
대회당에 입장하는 참석자들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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