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 

2022년은 31대 현직 호주 총리인 ‘앤소니 알바니지의 해’였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보는 그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알바니지 총리는 지난 1996년부터 시드니 이너 시티 지역인 그레인들러(Grayndler) 연방 지역구에서 내리 9연속 당선된 정치 베테랑이다. 시드니에서 정부임대주택에 거주한 아일랜드계 호주인 싱글맘 가정에서 태어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는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가톨릭 종교, 노동당 그리고 사우스 시드니 래비토 럭비리그팀이라고 꼽을 정도로 본인의 정체성에 투철한 정치인이다.

그는 앵글로 켈틱계가 아닌 알바니지(Albanese)란 이탈리아계 성(姓)을 가진 호주의 첫 총리가 됐다. 흔히 ‘알보(Albo)’란 닉네임으로 불린다. 63년 3월생이니 2023년 환갑이 된다.  

노동당은 야당 시절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된 전례가 많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보수 성향 미디어(특히 뉴스코프)의 철저한 노동당 배격 논조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그래서 2022년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노동당은 ‘2019년 예측 불발’의 악몽이 반복될 가능성에 노심초사했다.  

3년 전 스콧 모리슨 총리는 불리하다는 예상을 뒤엎고 재집권에 성공하자 “나는 기적을 믿는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2022년 ‘스코모 vs 알보’의 총선 대결에서 자유-국민 연립 여당의 대패로 스코모가 갈망했던 ‘두 번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립 총선 패배의 최대 요인이 바로 스코모였기 때문이었다. 

정책보다 저돌적이고 일방통행식의 스코모 집권 스타일에 대한 많은 유권자들의 강한 거부감이 자유당을 찍지 않은 으뜸 이유였다는 점이 총선 후 여러 분석에서 거듭 확인됐다.

대체로 호주 정계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경우, 전직 총리나 야당대표들이 선거 직후 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났다. 이런 관행도 스코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전직 총리로서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현재 평의원 신분이다.

현직 총리가 팬데믹을 빙자해 무려 5개 장관직을 비밀리에 겸직한 호주 헌정사 유일의 스캔들이 뒤늦게 폭로됐지만 그는 사과를 거부하고 이런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에 집권 노동당이 ‘정부 신뢰 추락’을 이유로 회기 막바지에 불신임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해프닝이 있었다.

정치 연수가 많은 알보는 인내심이 강하며 때가 아니면 다음 기회를 기다릴 줄 안다. 실수를 하면 솔직하게 이를 시인하는 성격이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유지하면서 ‘작은 목표 전략(small-target strategy)’은 상대(연립)와 싸움을 피하지만 큰 아젠다를 놓고는 격렬하게 투쟁한다.  

집권 약 반년동안 굵직굵직한 법안을 여러 개 통과시키며 순항 중이다. 가장 큰 이슈는 기후변화 대응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노사관계법 개정이다. 사실상 기후변화 대응을 외면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늦었지만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알리며 호주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

최악이던 대중국 관계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국제 관계에서도 G20, APEC, 오커스동맹, 쿼드 서밋 등을 통해 호주의 존재감과 국제사회 기여를 확대하고 있다.

전임 연립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신뢰성(integrity) 이슈도 새해 연방 공직자부패사정기관 신설로 보완할 계획이다. 구시대 법안이란 비난이 많던 Privacy Act(개인정보 보호법)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해 개혁해야할 부분이다.

알보 주변에 장관 경험이 있는 중진들(리차드 마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페니 웡 외교장관, 크리스 보윈 기후변화 및 에너지 장관, 토니 버크 고용장관, 타니아 플리버섹 환경장관, 마크 드레이푸스 법무장관, 제이슨 클레어 교육장관 등) 다수가 포진해 있는 것도 노동당 정부의 큰 장점이다. 집권 218일(23일 기준)동안 장관들의 업무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2022년은 ‘알보의 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2023년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다. 이제 6개월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며 호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환갑이 되는 알보가 2023년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난국을 헤쳐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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