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데이비스 감독
조 데이비스 감독

호주 오페라단에 첫 여성 감독이 탄생해 문화예술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카디프 출신의 오페라 및 뮤지컬 연출가인 조 데이비스(52, Jo Davies)가 호주 오페라단(Opera Australia: 이하 OA)의 66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으로 임명됐다.

데이비스 감독은 내년 11월 파트너와 함께 호주로 이주해 신임 OA 예술감독 직책을 맡는다. 

13년동안 감독직을 맡아온 린든 테라치니(Lyndon Terracini)가 지난 10월 예기치 않게 사임한 이후 OA 예술감독은 계속 공석인 상태다.

데이비스 감독은 20년 동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West End), 런던 바비칸(Barbican), 프랑스 파리 샤트레극장(Théâtre du Châtelet), 워싱턴 국립오페라단 등 공연 감독으로 런던, 뉴욕, 파리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인물이다. 호주 무대는 처음이다. 

ABC 예술(Arts)과 인터뷰에서 데이비스 감독은 “호주 오페라단 소속 단원들 중에서도 이전에 작업을 함께한 배우들이 있다. 전체 아티스트들과 커뮤니티와 함께 협력하고 비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호주의 기존 컨텐츠를 발전시키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작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감독직을 맡게되면 호주 이야기를 담은 신작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호주 예술가를 발굴하고 호주 이야기를 개발하고 육성하는데 큰 관심이 있다. 호주만의 진실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가장 어필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진실된 나의 가족, 나의 지역, 커뮤니티의 이야기가 사실 가장 공감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비스 감독의 임명은 호주 오페라단이 최초 여성 CEO인 피오나 알렌(Fiona Allan)을 임명한지 16개월만에 이뤄졌다. 

피오나 알렌 CEO
피오나 알렌 CEO

알렌 CEO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오페라단도 변화하고 있다.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재 등용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펼쳐질 오페라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뱅가라 댄스 극장(Bangarra Dance Theatre)의 프랜시스 링스(Frances Rings)와 멜번 극장(Melbourne Theatre Company)의 안느 루이즈 사르크스( Anne-Louise Sarks)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주요 공연 예술단체에 몇 안되는 여성 수장의 탄생이다.

호주의 주요 문화단체에서의 다양성과 성평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주 문화계는 성적 불평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호주 오페라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문화계에서 권한이나 책임이 있는 자리에 근무하는 여성이 약 13-14%에 불과하다. 지휘자와 감독의 위치는 8%에 그친다. 

테라치니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도 차별적 시선에 대한 움직임에 일환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13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오페라단의 수익이 두배로 늘어났으며 2012년부터 3천석 규모의 야외 팝업 오페라 극장을 만들어 진행한 ‘한다(Handa)’ 시리즈의 경우, 음악 제작을 오페라단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과감한 시도를 진행했고 첨단기술을 가미한 오페라의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찬사를 받았다. 반면, 인종차별주의적, 성차별적 발언과 프로그램으로 비판도 지속됐다. 

알란 CEO는 “호주오페라단에 올해가 가장 힘든 한해였다”고 인정했다.

“오페라단에 깊숙이 자리잡은 직장 문화 인식에 따른 직장내 따돌림과 성차별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직장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진취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오랜 관습을 쉽게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관하지 않고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하나씩 고쳐 나가고자 한다. 괴롭힘 등 정신적 폭력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데이비스는 감독으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비롯해 노래, 지휘, 작곡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해 왔다. 그의 다양한 경험이 호주 오페라단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호주 오페라단뿐만 아니라 호주 문화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비스 감독은 “테라치니 전 감독이 시도한 오페라와 뮤지컬의 접목은 기존 보수적 오페라단원들과 리더십에 큰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호주 오페라단의 명성이 쌓였다. 

앞으로 여러 음악과 장르와의 결합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다. 새로운 청중에게 오페라를 보다 더 쉽게 접근할수 있게 하는 장점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보엠이나 나비부인같은 정통 오페라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오페라를 폭넓게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페라만이 고상한 엘리트적 문화이며 뮤지컬은 상업적인 문화라는 식의 차별적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현대적 다양성과 연결하고 반영하는 것이 오늘날의 오페라 제작자들에게 가장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오페라의 장르적 특성상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여성혐오적 묘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주인공은 참혹한 죽음으로 절정에 이르는 내용이 대다수다.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의 문화라는 부분에 대해 큰 도전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도 일부 여성들에게 여전히 삶의 일부라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무대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에 대한 내용을 다 없애자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을 나타내는 방식과 투영되는 렌즈로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정적이지 않다. 문화와 시대,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또 반영되어야 한다. 오페라만이 그런 모든 변화로부터 면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작품이라면 무대에 올리는 가치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하지 않고 옛것만을 고수한다면 대중에게 버림 받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전통은 잘 지키고 나가되 현대적 흐름에 따른 다양한 시도를 해 호주오페라단에 발전적인 청사진을 구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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