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윤서영(28, Estelle Yoon) 작가는 밀란 링(Milan Ring), 낸시 데니스(Nancy Denis), 프라이시(Pricie), 다이안 타이(Dyan Tai), 안소(AnSo), 로매오(Romæo)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했다. 최근 바로 리(Baro Lee) 감독의 단편영화 ‘비목’의 촬영현장 사진작가로 작업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드니대에서 비쥬얼 아트와 필름(영화)를 전공하는 윤 작가는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윤서영 포토그래퍼

 

“사실 배우가 꿈이었다. 꿈을 펼치기 위해서 파리로 유학을 잠시 갔었는데 생각보다 파리는 심심한 도시였다. 그래서 필름카메라를 구매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재미로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포커스도 안맞고, 만족하는 사진은 아니었지만 아날로그 사진을 찍는 감성이 멋지고 좋아서 그때를 기점으로 계속 사진을 찍고 있다”

호주의 자연과 본인을 담은 사진

주로 ‘인물’에 포커스를 두는 사진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렇진 않다. 풍경을 찍는 일도 좋아한다. 특히 버려진 혹은 잊혀진, 외진 장소들. 미니 로드트립 방식으로 운전해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장소들을 찍거나 인터넷에서 이러한 장소들을 검색해서 사진에 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가 없기에 비교적으로 인물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다.” 

윤작가의 사진 ‘할머니와 튤립’
윤작가의 사진 ‘할머니와 튤립’

할머니를 찍은 사진은 깊은 인상을 주는데 할머니를 대상 인물로 선정한 이유가 있는지?

“어느날 할머니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강의를 마치자마자 아직 다 피지도 않은 튤립을 사다가 햇빛이 드는 창 앞에 자그만하게 셋업을 해놓고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트로트를 틀어놓고 대학 과제 때문이라는 변명을 대며 사진을 찍었다. 

갑작스러운 촬영이었지만 할머니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디렉션도 잘 받으시고 너무 아름다웠다. 울컥하면서 좀 정신 없게 찍은 기억이 난다. 할머니가 미스트롯을 매일같이 즐겨 보셨는데 어린 가수 김태연 트로트 영상에 즐거워하시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보통 어르신들의 말을 존중하고 순종하며 자라게 되는 데 사진을 찍을 때는 자연스럽게 반대가 된다. 내가 디렉션을 주고 리드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권력 역학의 변화 때문에 할머니나 아빠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의 느낌이 묘하고 흥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모델들을 촬영할 때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윤 작가만의 사진철학이 있다면?

“굳이 사진 철학이 있다면 ‘와비사비’라고나 할까.. 빠르고, 틀에 박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모더니즘의 트렌드를 뛰어넘어 투박하고 단순하며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가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사진들 속에서 묻어나오길 바란다. 더 바란다면, 사진들을 봤을 때, 어떠한 생각보다는 가지각색의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간에.. 사진을 통해서 나만의 경험과 감정, 관점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잠시나마 시간의 개념을 잊고, 생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윤 작가는 일본어 표현에 나온 ‘와비사비’란 표현을 썼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미완성, 단순함을 가리키는 일본어 ‘와비’와 오래됨, 낡은 것이란 의미의 ‘사비’가 합쳐져 ‘미완성의 아름다움’이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Archie I
Archie I

호주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할 때 어떤 매력적인 요소가 있나? 

“자연환경과 문화적 다양성일 것 같다. 다양한 로케이션이 많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호주는 정말 다양성이 많은 곳이다. 시드니 시티에서 남쪽으로 한시간만 운전하면 사막같은 모래사장이 있고 서쪽으로 가면 산(블루 마운틴 등)이 있다. 동쪽은 차로 30분 안에 바다, 태평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 교외마다 캐릭터와 바이브가 달라서 시각적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다양한 곳들이 많은만큼 사람들도 다양하다. 호주는 다문화적이기에 흥미로운 인격과 개성을 만날 수 있어 포토그래퍼로서는 아주 만족스럽다.” 

Archie II
Archie II

사진작가로서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Voulouir c’est pouvoir.’ 이 프랑스어 문구가 첫 타투였는데, 한국어로는 "원한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는 뜻이다. 어디서 보고 알게 된건지도 기억 안 날 만큼 어릴 때부터 주문같이 말하고 다니던 이 문구가 제 인생의 좌우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이루고자 하는 꿈, 비전은?

“스틸 이미지인 사진 매체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무빙이미지인 16mm 필름으로도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더 다양한 시각적인 작품들을 만들어서 빠른 시일 안에 사진, 영상을 접목한 전시회를 출품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사진 작가로 하고 싶은 것들을 어느 정도 이루고 여유가 생기면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또 전체적인 꿈과 비전은 일을 통해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디아스포라를 경험하는 한 사람으로써 잃게된 정체성과 문화는 유기적으로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전세계의 문화를 접해보고 싶고 다양한 개개인의 스토리를 듣고 싶고, 보고 싶고,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다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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