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이커 버우드 시장과 김혜영 회장
존 페이커 버우드 시장과 김혜영 회장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1월이 매우 바쁘다.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민자인 내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경축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국경일 행사를 왜 한인 이민자 단체에서 주관하는지도 묻는 분들이 많다. 

나는 이민 온지 올해로 35 년차다. 그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내게 있어서 그저 여름 휴가 기간 중 마지막으로 놀러 갈 수 있는 ‘쉬는 날’이었다. 딱 한번 호주 건국 200 주년이 되던 1988년도 시드니하버에서 열리는 보트 경주를 구경하고 기념품 머그잔을 두개 산 기억이 전부였다. 

행사 내빈들
행사 내빈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1788년 영국 해군 선장 아서 필립이 해군 함대에 죄수들을 이끌고 시드니 코브(뇨우됴 Cove)로 들어와서 영국 국기(Union Jack)를 꽂은 날이다. 1800 년대 초에는 파운데이션 데이(Foundation Day: 건국절 의미)라고 불렸고 주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축하 모임을 가졌다. 

1836년 처음으로 시드니 하버에서 기념 보트 경기를 열었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트 경주로 남아있다. 

커뮤니티 봉사 표창
커뮤니티 봉사 표창

1838년 50주년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공적 경축 행사가 열렸다. 1888년에는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고 150주년이 된 1938년에는 처음으로 1월26일이 공적인 휴일로 지정됐다. 200주년이 되던 1988년도에는 국경일이 되었다. 

1940년도 초반에 이르러서는 국가적인 경축행사를 치르는 날로 발전하였다. 많은 스포츠 행사가 이루어졌는데 주로 요트 경기, 승마 등이 주요 행사였다. 밤에는 불꽃놀이로 하루 행사를 마감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원주민들과 지지자들은 지나치게 국가적인 경축 행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고 정부는 이에 대한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원주민 입장에서 토지를 비롯 모든 것을 백인들에게 빼앗긴 통곡의 날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많은 나라에서 들어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이다. 4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 무용
중국 무용

이런 국가적 특성으로 인하여 한국과 달리 호주 정부는 다문화를 지지하고 유지하지만 가능한 다문화 민족들이 자신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바로 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상호 존중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다양성의 풍요로움은 다양한 문화를 맛보게 하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로 뻗어 갈 수 있게 하는 반면 갈등(conflicts)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고 우리는 모두 한 호주 시민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경축 행사도 정부 주관아래 시티의 바랑가루나 서큘라 키에서 공식 행사를 하지만 각 지역 카운슬이나 다문화 그룹들이 참여하여 정부를 대신하여 행사를 주도하게 한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이해하게 함으로써 정부의 의도가 전달되게 하려는 취지이다. 

행사 참석 주민 1
행사 참석 주민 1

우리 한호문화교류협회(AKCEA)도 정부의 이런 방침을 지지하고 따르기에 정부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이 경축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한국인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전달하면서 다문화 민족들과 함께 우리 모두는 한 호주 시민임을 확인하고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날이 되게 하는 것이다. 

한 국가가 국가로서 직면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고 그 해법도 여러가지다. 수많은 민족들로 이루어진 호주가 더 든든하고 건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1년에 단 하루라도 다 함께 우리가 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일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필자 역시 이 나라에 살아오는 30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내가 호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해외 여행을 다닐 때만 국적이 호주인(호주 시민권자)이라고 했지. 내 일상에서는 호주 시민이라는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이제 이 행사를 주최하게 되다보니 정부의 정책도 이해하게 되고 그 깊은 뜻도 헤아리게 되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준비하고 그날을 다함께 같이 기념 하려고 한다. 많은 한인 동포들의 이해와 참여를 당부 드린다. 동참하는 정신이 있으면 우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주인인 호주의 날임을 기억하고 기뻐하면 좋겠다.

김혜영 한호문화교류협회(AKCEA) 회장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