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7회 챔피언 이본느 굴라공 컬리(왼쪽)와 그랜드슬램 3회 챔피언 애쉬 바티가 호주오픈 원주민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랜드슬램 7회 챔피언 이본느 굴라공 컬리(왼쪽)와 그랜드슬램 3회 챔피언 애쉬 바티가 호주오픈 원주민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호주오픈(AO)은 세계 4대 그랜드슬램 대회의 개막전으로 매년 1월 중하순 멜번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호주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연례 스포츠 제전이다. 1905년 시작돼 올해로 11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호주오픈을 주최하는 호주테니스협회(Tennis Australia)가 18일(수) 경기가 아닌 행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주 원주민들이 의회에 적절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 신설과 관련해 범국민적인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고 공표한 것. 

호주오픈의 ‘원주민의 날(First Nations Day)’에는 원주민 예술, 음식, 공연 등이 함께 했다. 그리고 호주를 빛낸 원주민계 스포츠 레전드들이 참석했다. 그랜드슬램 7회 챔피언 이본느 굴라공 컬리(Evonne Goolagong Cawley)와 그랜드슬램 3회 챔피언 애쉬 바티(Ash Barty)가 초청됐다.  

연방 정부는 올해 후반 원주민 목소리 의회 반영(an Indigenous voice to parliament)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아직 세부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스포츠단체인 호주테니스협회가 정치적인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공표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시각은 매우 편협하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유는 호주를 대표하는 스포츠단체 중 하나인 호주테니스협회조차 그런 공표를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적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협회 이사회에서 이같은 공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매우 용기있는 앞서가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린다 버니 원주민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호주테니스협회 울루루 성명(the Uluru Statement from the Heart)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호주테니스협회는 공표를 하면서 “우리 스포츠의 마음에는 항상 포용 정신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승자는 물론 패자, 관중 모두를 포용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페어 플레이(fair play)’의 미덕을 배우는 것이다.

그동안 호주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원주민들에게는 ‘동등 기회(a fair go)’가 주어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차별이 은연 중 만연됐다. 한 예로 임대 주택 신청에서 세입자가 원주민계인 경우,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이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호주의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차별 종식을 비롯 원주민 관련 사안에서 원주민 대표기관이 의회에 자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 원주민 목소리 의회 반영의 골자이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의한 국민투표가 통과되어야 한다.

올해 후반에 국민투표 일정이 공개될 것이다. 호주테니스협회를 필두로 많은 사회단체, 정당, 기업들도 원주민 목소리 반영에 대한 찬반 의견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호주에 사는 한 이 이슈는 피할 수 없는 국민적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을 기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말 자유당의 연정 파트너인 연방 국민당(The Natjonals)은 원주민 목소리 반영에 반대 당론을 공표했다. 이에 국민당의 앤드류 지(Andreww Gee) 의원은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며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국민당의 이같은 행위는 정말 단견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란 점에서 실망스럽다, 국민들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들로서 진정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자유당이 분명한 당론을 밝혀야 한다. 피터 더튼 야당대표는 원칙에 찬성한다면서도 세부 내용 공개를 압박하며 찬성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자유-국민 연립은 세계적인 대세인 기후변화 행동 거부로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차별 종식을 위한 시대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은 집권은 차치하고 정당으로서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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