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대학 1학년 시험지 제목 같아 여기 한인 어른들과는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호주(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한인사회에서 공인의 직함을 가진 분들은 물론,  일반 구성원들도 늘 고민해 봐야 할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여기 우리 커뮤니티에는 대표기관이라는 한인회말고도 코리안(Korean)이란 머리말이 붙는 크고 작은 단체가 많지만 거기에 권력과 상하 관계는 없다. 모두 이 나라에서  자유롭고 동등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민간단체일뿐이다. 그러므로 권력의 집중이니 분산을 말하겠다면 국가인 호주나 고국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호주의 소수민족 커뮤니티의 하나로 우리가 우리대로  따로 바라는 목표가 있고 할 일이 있다면 호주의 법과 제도와 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정책과 돈은 동전의 양면

이 경우 우리대로의 정책과 공익자금이라고 불리는 돈이 필요하게 된다. 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정책의 구체적 실천은 사업(프로젝트)이고 사업은 돈 없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는 결과 세금을 징수할 수 없으니 돈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금과 외부로부터의 지원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어떤 정책을 만들고 얼마만큼의 공익자금을 모금할 수 있겠느냐가 전체 사회의 역량과 장래를 결정하게 된다. 역시 권력이 없는 결과 누구도 정책을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모금의 풀(Pool, 원천)은 한인사회의 경제적 잠재력 또는 시장 규모다. 그게 크다면 자체적으로 모금될 수 있는 돈의 액수도 크다. 시장이 크다면 그걸 바라보고 흘러 들어올 외부 돈도 크게 마련이다. 그 수준이 기아(飢餓) 선상이나 겨우 먹고 살 수준(Subsistance line)이라면 모금이고 뭐고 없다. 이에 대한 윤곽을 알아보겠다면 한인사회의 총체적  자금순환을 분석해봐야 한다.

또 하나 있다. 구성원들의 공익에 대한 마인드다. 가령 구성원 대부분이 자기만 잘 살면 되고 다른 건 모른다고 생각하는 커뮤니티라면 따로 할 건 없다. 훌륭한 지도층(Leadership)이 있어 매력 있는, 말하자면 전체를 위하여 매우 유익하다고 느끼게 하는 사업들을 제안한다면 달라질 수는 있겠다.

한인백서

서두에서 말한대로 왜 이런 힘없이 들릴  글을 쓰는가? 마이크를 잡고 한인사회의 발전과 위상제고와 후손의 장래를 부르짖는 공인들이라면 위와 같은 전체 차원의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기초 자료와 지식을 모으고 취합하려는 최소한의 조사, 연구가 필요하지만 반세기의 역사와 15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한인사회에 그간 그런 움직임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1990대 중반 한호지역문제연구소 이름으로 나는 이런 한인사회의 기본 정책 이슈를 다루는 문서로서 일명 한인백서(The Korean Community Report)의 발간을 여기 간행물 지면을 빌러 여러 번 제안했었다. 역시 지면을 통하여 구체적 사업도 예시하였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된 게 없다.

생각해보시라. 한인사회의 공인들은 호주 정치인이나 여기 나와 있는 한국의 공관원과 또 여기를 방문하거나 한국에 가서 한국의 정치인이나 재외동포정책 실무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게 될 때 그런 기본 자료 하나 없이 우리의 필요는 무엇이라고 제대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간 여러 명 나온 한인 출신 시의원들은 먼저 호주의 시민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인 커뮤니티에 대하여 자문을 해야 일이 생길 것이다. 그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에서 강의하는 어떤 분 왈, 서울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여기에 들리면 언제나 “한인사회의 인구는 몇입니까”라고 묻는다는데 그들과 주고받는 모든 대화가 그런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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