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 후 소감을 말하는 노박 조코비치
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 후 소감을 말하는 노박 조코비치

“내 생애 최고의 우승이다” ‘킹 오브 멜번파크(King of Melbourne Park)’ 별명의 노박 조코비치가 마침내 통산 10번째 호주오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뒤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우승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우승 확정 후 가족과 매니저, 코치가 모여 있는 관중석 플레이어 박스를 찾은 조코비치는 이내 그곳에서 쓰러져 하염없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다시 경기장으로 내려온 후에도 그의 눈에선 한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일견 감정이 없는듯 느껴지는 그의 외면에 감춰진 지난 1년여간의 깊은 상처를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트로피를 받아 든 조코비치는 자신이 작은 나라 세르비아 출신임을 상기시키며 전세계에서 테니스 선수를 목표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꿈을 가져라.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내가 바로 그 희망의 증거”라고 말했다.

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출처: AAP)
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출처: AAP)

조코비치는 29일(일) 저녁 멜번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2시간56분 동안 진행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와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두차례의 타이 브레이크가 연출되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 속에 치치파스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고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주도해 결국 세트스코어 3-0(6-3 7-6 7-6)으로 완승했다. 

조코비치는 2023 호주오픈 우승으로 역대 최다인 2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공유하게 됐다. 

그는 2년만에 다시 찾은 자신을 환대하고 지지해준 호주 국민과 멜번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서 조코비치와의 맞대결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해 우승자 나달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고질적 왼발 통증으로 2회전에서 미국의 매켄지 맥도널드에게 패배하면서 대회 초반 탈락했다. 

지난해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로 대회 개막 직전 호주에서 추방던 조코비치는 이번엔 러시아의 안르레이 루블료프와의 8강전 직후 나온 아버지의 전쟁 지지 발언으로 또 한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멜번 유력지 디 에이지(The Age)에 따르면 아버지 스르잔 조코비치는 경기장 밖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가 새겨진 국기를 들고 있던 러시아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하면서 세르비아어로 "러시아 만세"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코비치는 자신의 가족이 90년대 발칸사태 당시 전쟁의 피해자로서 "아버지는 결코 전쟁을 지지할 의도가 아니었다"며 "오해가 커져 매우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세르비아 응원단이 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 AAP)
세르비아 응원단이 2023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 AAP)

치치파스 역시 지난 24일 저녁 체코의 지리 레체카와의 준결승전 도중 실점에 격분해 벽에 부딪혀 튕겨나온 공을 강타한 행동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바로 뒤에서 볼키즈 한 명이 공을 집기위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조금만 각도가 달라졌어도 볼키즈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공에 맞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실제 조코비치가 지난 2020년 US오픈에서 스페인의 파블로 카레노 보스타와 4라운드전을 치르던 도중 게임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화가 나 경기장 뒷편으로 날린 공이 선심의 목을 강타하는 사고를 내면서 실격 처리된 바 있다. 당시 조코비치는 직전 대회 우승자인 라파엘 나달 및 로저 페더러의 불참으로 그해 US오픈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졌었다. 

남자단식 결승에 앞서 28일밤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5위인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를 세트스코어 2대1 (4-6 6-3 6-4)로 누르고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홈페이지와 생중계 TV화면에서는 사발렌카 선수의 출신 국가명과 국기가 '공백' 처리됐는데 이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침공국가인 러시아에 동조한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에 대한 국가명, 국기 및 국가 사용 역시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발렌카는 앞서 멜번 디 에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저 운동선수일 뿐 왜 정치와 연관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2023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AAP) 
2023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출처: AAP) 

대회를 주관하는 호주테니스협회의 크레이그 타일리 CEO는 2년만에 코로나 방역 조치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2023 호주오픈 대회기간 중 이틀동안 많은 비가 내린데 뒤이어 폭염으로 경기 일정이 차질을 빚었고 중국 정부가 해외여행을 허용했지만 아직은 중국으로부터의 관광객 입국이 본격화되지 않아 애당초 목표로 했던 90만명 유료관중 동원은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관중은 83만9천192명으로 최종 집계돼 지난 2020년 경신된 81만2천174명의 기록을 깼다.

특히 올해 대회 본선 첫 주말 토요일이었던 지난 21일에는 총 9만4천854명이 멜번파크를 찾아 호주오픈 하루 유료관중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플레밍턴 경마장을 통해 입장한 멜번컵과 더비데이 관중수가 각각 7만3천816명과 7만1천327명이었으며, 멜번 크리켓 그라운드(MCG)에서 열린 T20 크리켓 월드컵 관중수는 8만2천507명을 기록했다. 

역시 MCG에서 9월 열린 AFL 그랜드파이널 관중수는 10만24명, 4월 앨버트 파크에서 열린 포뮬라1 하이네켄 호주 그랑프리는 이틀간 각각 12만8천294명과 12만3천247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등 호주의 스포츠 수도로서의 멜번의 명성과 위상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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