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뮤지션들
12일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뮤지션들

2월 12일(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MotherTongue, MotherLand(모국어, 모국 땅)’란 타이틀이 붙은 ‘이색적인 공연’이 열렸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인 동포 써니 킴(멜번대 교수), 이란, 중국, 네덜란드 출신의 유대인 등 4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중국 악기 고젱(Guzheng), 이란 전통악기 카만체(kamancheh), 클라리넷, 노래 말로 어머니와 이민이라는 주제로 협업 무대를 만들었다. 여러 나라의 전통악기와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서로의 배경은 다르지만 공감하며 어우러지는 공연이었다.

동포 한성주 영상감독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올렸다. (허락을 받고 이를 한호일보에 게재한다. - 편집자 주)

“12일 공연은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음악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경청했다. 그들 내면의 감성과 영혼이 담긴 소리를 온전히 흡수하려면 내 숨소리와 시각이 방해할까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모든 긴장을 풀고 오로지 두 귀와 온 몸의 촉각에 의존해 보기로 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 음악은 기존의 8음계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더 넓고 깊고 풍성하고 자유로웠다.

어느 순간부터는 연희자의 흐느낌과 한국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가 들리며 나의 눈가에 시나브로 이슬이 맺혔다.

MotherTongue, MotherLand 공연
MotherTongue, MotherLand 공연

자장가 소리에 이어 "엄마, 어머니, 마미, 마덜, 머다르, 암마.." 낮고 애틋하게 부르는 소리에 울컥할 뻔 했지만 그들의 연주는 내 무의식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게 절제하게 해 주어서 다행히 울음이 밖으로 터지지는 않았다.

마치 한 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계곡물이 따뜻한 봄기운을 맞아 녹아내리듯 내 몸 안의 탁하고 단단한 이물질이 내 몸 속에서 빠져나가 내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한 시간에 단 한 번 숨 쉰 듯한 공연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터질 때 누가 볼까봐 남 몰래 눈물을 훔쳤다.

두 눈을 떠 보니...

많은 분들이 상기된 얼굴로 입을 다물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희자, 관객 모두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고 치유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혹스베리강 정월 대보름 밤(사진: 한성주 제공)
혹스베리강 정월 대보름 밤(사진: 한성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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