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만 시니케어 그룹 회장
박성만 시니케어 그룹 회장

올해로 창업 20주년을 맞는 제약회사 시니케어(Sini Care) 그룹의 박성만 회장은 ‘진정성’과 ‘긴 안목’을 강조하는 경영인이다. 시니케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말 제약회사 면허를 취득했다. 현재 동포 사회에서 유일하게 건강보조제 제조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포장 판매 단계를 뛰어 넘어 직접 생산, 판매하면서 ‘시니케어 2.0’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제약회사 면허를 받으려고 준비를 했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팬데믹 기간동안 손 세정제 생산 공급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고 2020년말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제약면허는 시설만으로 취득할 수 없고 당국이 요구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작년말 2년만의 감사(auditing)에서 우수 평점을 받았습니다.“

제약회사 오디팅은 하루 비용이 무려 2-3만 달러에 달한다. 한번 감사하는데 5-6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10여년 전 한 동포 사업가가 제약면허를 취득했다가 사업을 정리했다. 현재 시니케어가 호주 동포 기업 중 유일하게 제약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드니 서부 민친버리(Minchinbury) 산업단지에 본사가 있는 시니케어 그룹에는 4개 회사가 있고 각 사장들이 운영을 한다.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약 7-80명이 근무했다. 한국에도 풀타임 직원 10여명 등 4-50명의 직원들이 있다.

2021년과 2022년의 1년 2-3개월 사이에 한국 시장에서 식약청의 허가를 받고 38가지의 새로운 제품을 런칭했다. 기억력 증가 상품인 메모리 파워, 불면증, 머리털이 빠지지 않은 제품 등 30여 가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호주 시장에서 의약품은 크게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는 PBS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처방의약품 보조제도) 의약품, 처방전이 필요한 일반 의약품, 처방전 없이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OTC(over the counter) 의약품(진통제, 아스피린, 감기약, 연고, 붕대 등), 비타민 및 건강보조제의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시드니 서부 민친버리에 있는 시니케어 본사 
시드니 서부 민친버리에 있는 시니케어 본사 

OTC 의약품을 포함해 처방 의약품의 80%가 PBS 혜택을 받고 있다. 일반 의약품은 PBS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이 해당되며 총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다. 호주산 비타민과 건강보조제는 국내 소비자들과 아시아 국가로부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이다. 

호주에서 건강보조제도 제약업계에 포함돼 TGA(식약청)의 통제를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을 계기로 건강보조제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정리 바람이 불었다. 

박 회장은 주변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오르는 시기에 왜 미욱하게 제조업을 고집하는가?”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중 투자를 늘리는 ‘오기’를 부렸다.

“이 업종에서 약 30년동안 일해 왔습니다. 한 세대가 지났는데 한인 기업도 이제는 제대로 하는 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팬데믹 기간 중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지금 보면 잘 한 결정이 됐습니다.

제품 원가가 배 이상 올랐고 물류비용, 인건비 모두 급등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왜 직접 제조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중간 유통은 변화가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는 항상 존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영업 매장(오프라인)은 줄었지만 온라인 주문 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클릭으로, 또 핸드폰으로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성이 더 커진 셈입니다. 중간 유통은 크게 변했지만 소비자와 생산자는 그대로 존재합니다. 손을 덜 쓰는 분야에 집중해 생산 비용 부담을 최대한 낮추면서 시니 제품의 차별화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시니 제품의 성분과 캡슐 차별화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된 배경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보통 건강보조제는 젤라틴 캡슐에 담아 제조한다. 프로폴리스, 초록홍합, 폴리코사놀 등 파우더는 하드 젤라틴 캡슐에, 오메가3  등은 소프트 젤라틴 캡슐에 담는다. 이 젤라틴 캡슐의 원료는 소와 돼지에서 생산되는 동물성이다. 반면 모든 시니 제품은 식물성인 베지 캡슐(veg caps)을 사용한다. 원가가 3-4개 차이나지만 제조 면허를 취득하면서 차별화 정책을 도입했다.

또 다른 차별성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시니 케어는 원료 구매 후 테스트를 여러 번한다. 생산 전 원료 검사를 분석하고, 생산 후에도 테스트를 해서 성분이 제대로 들어있는지를 분석한다. 테스트 관련 비용이 상당하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호주 업계에서 부러워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호주와 중국의 관계 악화와 더불어 코로나 사태(국경 봉쇄)로 호주 건강보조제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시니도 한국 시장 외 호주와 중국 본토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었기에 예외가 나이었다. 다행히도 손세정제 제조 설비를 갖추어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박 회장은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데 약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제는 인력 부족이란 난제가 등장했다. 

“저는 매장을 오픈할 때 장소, 근무 인원 등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생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지속적인 백업(지원)이 필요합니다. 한 매장에서 약 5명의 고용 창출도 크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서비스업이 적성에 맞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관건인데 저희 업종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세배 이상의 일손 부족이 약  3배 이상입니다.”

사업가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자 박 회장은 서슴없이 ‘진정성’을 강조했다.

“특히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사업을 하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 분야에 집중하는,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에게 대충이란 건 없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많은 정보에 접합니다, 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된장찌개가 나오면 안 되는 것처럼 재료와 기술을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룰(규정)을 지키면서 긴 안목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진정성을 담아 승부해야 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박 회장은 조용히 선교사업을 후원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섬기는’ 마음자세로 연간 2회 선교지를 방문한다. 레바논 국경지대인 시리아 난민촌과 로힝야 난민들의 방글라데시 정착촌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세운 뒤 현지인에게 기부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판매 이윤으로 학교를 설립해 기술교육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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