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ChatGPT(챗지피티)’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형 챗봇(chatbot). 작년 11월 30일 출시된 후 2달 만에 2억명 넘는 사람들이 가입 사용한다. 현재 AI의 발전상은 기가 막힐 정도다. 어떤 사람이 인공지능과 대화해보고 그 사용 후기를 친구들과 깊이 있게 나눴다. 얼마 후 그 AI가 이런 말을 해줬다. “나에 대해서 이상한 말 하고 다니지 마세요. 그러다가 당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당신의 모든 정보를 해킹해서 온 세상에 다 알려 버릴꺼니까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일본 소설(2016년)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다. 이번 주 18개국에서 1위 영화로 등극했다. 젊은 직장인으로 분한 천우희가 차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린다. 깔끔한 외모의 남자 임시완이 그 폰을 주웠다. 그녀의 신상 정보를 전부 해킹한 후 삶을 송두리째 뒤 흔들어버린다. 회사 생활을 파괴하고, 심지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을 가진 나에게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내 정보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성비가 시원치 않기에 그냥 놔둘 뿐이다. 하이에나처럼 한 인간의 삶을 노리는 그들 앞에 우리는 한 없이 무력하다. 

그 2016년은 세기적 바둑대결이 있던 해다. 당시 우리 모두는 열광적으로 기대했었다. 우리들의 영웅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기를. 그러나 간신히 1승을 거뒀을 뿐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알파고’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지금의 AI에게는 이세돌 같은 기사 천명이 달라붙어도 절대 이기지 못한다. 결국 영화 <2001 : A Space Odyssey>가 현실화되고 있다. 진공지능 HAL은 함께 우주탐사여행을 떠나는 인간을 믿지 못한다. HAL 자신 역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더욱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는 핑계를 대면서, 인간을 제거한 후 우주의 기원을 향해 날라간다. 이 영화의 원시 대본은 1951년 아더 클락이 썼다. 1945년 원자탄이 일본을 강타한 후,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썼는데, 이젠 현실이 됐다. 이번 주, 러시아와 미국은 새로운 핵전쟁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정 높여 놓지 않았는가? 러시아와 북한이, 그리고 미국이 맞장구치는 핵전쟁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결국 2051년, 인간은 이런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그때가 인류 문명의 극치요, 전환점이었어. 그 때 정말 잘 생각 했어야 했어. 이젠 갈 곳이 없군. <MATRIX>가 짜 놓고, <TERMINATOR>의 공격을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지하세계로 도망갈 수 밖에 없어. 우리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됐지?” 사실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AI를 개발하다가 Deep Learning 능력까지 줘 버렸다. 이젠 기계 자신이 스스로 학습한다. 인간이 모르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아직은 초보수준이지만,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결국 AI ‘터미네이터’ 세상이 된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강력한 TIME 잡지 커버는 거의 100% 사람을 올린다. 그런데 이번 주 TIME은 챗지피티와의 대화록을 올렸다. 이 AI의 말을 들어보라. “이렇게 저를 커버스토리로 올려 줘서 감사합니다. 부디 이 시대 AI에게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좋은 점은 무엇인지 잘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성적이며 도덕적으로 잘 발전하도록 도와 주세요.”

2.

지금 나는 손자를 보면서 이 글을 쓴다. 2주 전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아내지만 손자가 귀엽고 귀하다. 손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책을 읽어주며, 생일노래와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러 주며 함께 노는 옆에서 나도 잠깐 씩 거든다. 결코 이 손자를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는 선택해야 한다. 이기심과 과다경쟁을 버려야 한다.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해서는 안된다. 똑똑하지만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맡겨 둬서는 안된다. 

세상에는 3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절대 선, 절대 악, 그 사이에 있는 모호함의 회색지대. 인간은 그 회색지대를 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벌이며 산다. 물론 자신의 본성과 성격에 따라 사는 모양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온 세상을 활개치고 다니고, 어떤 사람은 연구실에서 혁신을 추구하며, 또 어떤 사람은 묵묵히 숙명을 따라 산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모양을 바꿔가며 진보하지만 그들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양자(Quantum)를 바라보는 순간, 위치를 바꿔버려 추적이 불가능한 것과 같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는 없다. 내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세상을 선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런 삶이 모아지면 세상이 바뀐다. 그러기 위해 먼저 자연과 교감하라. 자연은 사람처럼 당신을 속이지 않는다.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조물주에 대한 경외감을 키워가라. 울릉도에 버금가는 깨끗한 바다가 맨리에 있다. 가서 즐기라. 돌아오는 페리에서 바라다보이는 오페라하우스/하버브리지는, 인간을 돕는 문명의 선함을 드러내 준다. 그 구조물 뒤로 지는 석양도 깊이 살펴보라. 창조자의 선한 본성을 증거한다. 이 모든 것을 깊이 느끼라. 그리고 질문하라. 이 좋은 세상을 누가 악하게 만드는가? 그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당신 속에는 두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괴물과 하나님의 형상. 어느 것을 따를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3.

내 앞에 있는 손자는 이제 2살 반이다. 이미 그의 속에는 두 세상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뒤집어 놓고 싶어하는 마음과, 착하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 아직은 그 애가 어리고 귀엽기 때문에 난 그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고 책임진다. 그러나 때가 온다. 그가 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그 때가 온다. 그 <책임짐>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결말지어 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난 그 애를 사랑하는 할아버지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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