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할매's 데카메론'.

호주에 사는 70대 한인 할머니 7명이 최근 한국에서 공동 출간한 수필집(푸른길刊)의 제목이다. 시드니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김수영•김정인•박조향•배명희•심무경•양혜자•이마리 작가가 7명의 공동 저자다. 

김수영은 남태평양 섬 피지에서 15년을 지내고 시드니에 이민한지 22년된 주부이고, 김정인은 한국내 대학에서 정신과 간호학 교수로 10여년 재직하다 남편과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미술가인 박조향은 40대 중반에 남편과 3남매를 데리고 호주에 둥지를 틀었고, 서울에서 교사를 했던 배명희는 미국, 일본,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살다가 호주에 뿌리를 내렸다.

심무경은 이민 법무사 등을 하며 호주에서 반백년을 살았고, 양혜자는 한국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남편을 따라 일본 도쿄와 사우디아라비아 젯다에 이주했다가 30년전 호주에 안착한 케이스다.

호주에서 아동•청소년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마리 작가는 이번 수필집을 출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수필집에는 일곱 할머니가 각자의 개성과 감각으로 그려 낸 일상과 이민 생활의 애환이 담겨 있다. 난생처음 눈에 담은 호주의 풍경부터 서툰 언어로 친구를 사귀었던 날, 이웃집에 초대받았던 일,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했던 기억,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보듬었던 순간 등을 따뜻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출판사에서 책을 소개하며 ‘진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수필집’이란 평을 달았다. 

이들은 모두 고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해 살면서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밥과 김치보다는 빵과 치즈에 익숙해져야만 했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하지 못하자 독서 모임을 온라인에서 꾸렸고, 할머니들은 온전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했다.

동화작가 이마리를 필두로 꾸려진 ‘할머니 독서 모임’은 코로나 봉쇄령으로 외출이 어려웠을 당시 글쓰기 모임 ‘팔색조’로 변모한다. 어른이 된 자녀들이 훌쩍 떠난 집을 돌보던 어느 날, 저자들은 문득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나를, 내 것을 사랑할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할머니로 지내느라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던 ‘나’의 순간을 온전히 만나고 싶었다.

수필집 발간 소감에 대해 이 작가는 “이분들이 꾸준히 독서그룹으로 맺어져 있어 처음 글쓰기하시는 분의 무한한 능력이 놀라웠다. 그분들과 함께 하며 제가 더욱 성장했다. 한글의 위대함,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이 들어 다시 찾으신 그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이들어서 꾸준히 자기를 가꾸어나가는 글쓰기로 자신을 발전시키라고 권유드린다. 그것도 위대한 한글로..”라고 말했다.  

아 작가는 "각자의 자리에서 기나긴 흔적을 남기며 오늘에 도달한 할머니들이 글쓰기마다 마주했던 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며 "삶이 계속되는 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기에 책 제목에 '데카메론'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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