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관련된 다양한 관련어 모음 (사진출처_ ©CanStockPhoto)
차별과 관련된 다양한 관련어 모음 (사진출처_ ©CanStockPhoto)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차별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UN은 특별히 인종, 피부색, 국정 등의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1966년에 매년 3월 21일을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을 지정하였습니다. 이는 1960년 3월에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샤프빌에서 일어난 “샤프빌 학살 사건”을 기리며 제정된 날짜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48년 국민당 수립 이후 국민은 반투(순수 아프리카 흑인)와 유색인, 백인으로 구분하였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국민의 약 1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백인이 다수 유색 인종과 토착민에 대해 직업의 제한, 백인과의 결혼 금지, 승차 분리, 공공시설 사용 제한 등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분리한 차별 정책입니다. 이 중 하나가 인종별로 거주지를 나눈 후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면 항상 통행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1960년 3월 21일 이러한 통행법에 반발한 사람들이 샤프빌 지역 경찰서 앞에서 평화 시위를 벌였습니다. 참여자 수가 수천 명이 넘어서면서 시위 분위기는 점점 격앙되어갔고, 경찰이 저공비행 전투기를 동원하고 해산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표하면서 69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많은 인종차별 법과 인종차별 관습이 수면에 떠올랐으며, 6년 후 UN 총회에서는 모든 종류의 인종 차별을 철폐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매년 3월 21일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1994년 다인종 총선거에서 ‘아프리카 민족 회의(ANC) 의장인 넬슨 델라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남아프리카에서 최초의 흑인 정권 탄생과 동시에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도 막을 내렸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공공시설에서 나타난 인종차별 (사진출처_ © Wikimedia)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공공시설에서 나타난 인종차별 (사진출처_ © Wikimedia)

호주 정부는 차별 금지법을 통해 특정 종류의 차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데요. 호주 정부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별은 인종(race), 성별(sex), 나이(age), 장애(disability) 등이 있습니다. 차별 금지법에 따라 호주에서는 개인의 인종, 성별, 장애 등의 특성을 근거로 개인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괴롭히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특정 인종 집단에 대해 모욕적인 농담을 하거나, 성적인 암시를 하는 이메일, 문자를 보내는 것도 이에 해당되며, 개인의 장애에 대해 경멸적인 말이나 조롱을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호주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별금지 캠페인 (사진출처_ Australia Government)
호주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별금지 캠페인 (사진출처_ Australia Government)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차별 언어란 “사람들의 다양한 차이를 바탕으로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편을 나누고, 다른 편에게 부정적이고 공격적 태도를 드러내거나, 다른 편을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과정에서 쓰는 언어 표현”을 포괄하는데요. 예를 들면, “오랑캐, 쪽발이, 코쟁이, 검둥이” 등이 그러합니다. 또한 “귀머거리, 난쟁이, 벙어리장갑, 결정 장애” 등 장애 차별 언어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부족함’, ‘열등함’을 함의하고 있다면 장애인은 사회에서 늘 열등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차별은 부당하며, 평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관념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도 모르게 위에서 언급한 언어 습관과 같이 무의식적으로 특정 대상을 차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권고하고 있는 있는 우리 말 속 차별 언어 순화 (사진출처_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에서 권고하고 있는 있는 우리 말 속 차별 언어 순화 (사진출처_ 국립국어원)

요즘 같은 지구화 시대에 ‘다양성에 대한 포용’은 반드시 필요한 소양일 텐데요, 발간 후 계속해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에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따라 누구나 ‘차이’를 가진 ‘소수’의 위치에 설 수 있음을 깨닫고, 인간을 본질적으로 가르는 차이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에서 한국인은 ‘소수 민족’이니까 우리에게 딱 와닿는 설명일 수 있겠네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표지 모습 (사진출처_ Naver)
선량한 차별주의자 표지 모습 (사진출처_ Naver)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하며, 오늘은 우리가 무심결에 차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않은지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고, 사소한 우리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차별 감수성을 점점 높여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좋은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모습 (사진출처_ UNESCO)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모습 (사진출처_ UNESCO)

"인종에 대한 편견이 평화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좌절 시킬 위험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유네스코는 그러한 편견을 규탄하고 계속해서 맞서 싸우겠습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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