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지콤과 함께 시드니 한인업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IYAGI(이야기)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한호일보는 두번째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소울델리의 류선규(27) 헤드쉐프는 한국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업소에서 캐쥬얼 쉐프로 일을 했었다. 당시 헤드쉐프가 호주 다이닝 경력이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들으면서 외국 파인 다이닝에서 근무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처음 생겨났다. 대학교 겨울 방학 때 시드니 2 Hatted(미슐랭 2스타 의미) 레스토랑인 벤틀리(Bentley)에서 인턴쉽으로 근무를 하면서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고, 그렇게 다시 호주로 돌아와 ‘쉐프’라는 꿈을 이루었다.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으로 요리에 관해 생각했었다. 조리학과에 진학을 하기 위해서 수능 공부를 하고 정식적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였다.”

호주에서 쉐프로 근무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2014년도에 호주의 파인다이닝 세계가 궁금해서 방학기간 인턴십을 했었다. 그 당시 2 hatted restaurant에서 근무 할 때만 하더라도 호주에서의 셰프는 주 100 시간이 넘는 업무와 아시안이라는 이유의 인종차별이 심하던 때였다. 2019년에 다시 호주에 왔을 때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있었고, 이전과 같은 고강도의 중노동, 인종차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민자로서 팬데믹 기간을 지낼 때 어려움이 많았었다. 주위에 많은 한국분들도 이민자의 생활을 포기하고 돌아갔었던 때라 ‘나도 돌아가야하나’ 많이 고민했지만 쉐프로 호주에서 살며 일(working), 라이프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나의 목표를 이루기위한 좋은 무대라고 생각을 하며 극복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번 <이야기 프로젝트>에서 한인 업소들의 이야기과 음식을 스토리텔링하여 선보였다. 어디서 그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아무래도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이민자로서의 고민과 고충들이 가장 큰 영감이 되었던것 같다.

저도 생생히 기억나는 정착 초기의 무서움과 두려움이 있었기에 그러한 점들이 많은 영감적인 부분으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코스로 나갔던 히로바의 콘치즈가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의 추억과 엄마에 대한 향수가 있는 음식을 취지에 맞게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소개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외국인 고객들에게는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이해, 동시에 차이점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한인 고객들에게는 오래된 향수가 묻어있는 음식들을 재해석하여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또 위로받게 해드리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오너분들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준비 기간이었다. 팝업에서 행사 2주 전에 컨셉과 인터뷰 내용을 받았다. 짧은 시간동안 그 내용을 읽으면서 메뉴를 구상해야 했었다.” 

유명 카페들이 즐비한 서리힐즈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류 쉐프에게 ‘정체성’은 어떤 의미인가?

“정체성은 비유하자면 뿌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온전한 기억과 신념 모든 것들이 합쳐져 정체성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한 정체성을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에는 추억, 문화와 같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음식을 통해 느끼는 노스텔지아는 추억을 되살려주기도 하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우리를 붙잡아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고객 관심 존중, 다양한 카테고리도 중요

K-푸드가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첫번째는 그들에대한 존중이라고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어떠한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통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마인드 보다는 우리문화, 음식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들을 존중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두번째로는 카테고리라는 생각도 든다. 오래 전에는 한국 식당이라고 하면 그저 변변찮은 안주를 파는 술집들이 대부분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국식의 파인다이닝, 캐쥬얼다이닝, 비스트로, 와인바, 카페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한식당들이 생겨났다. 단순한 한식이 아닌 다양하고 풍성한 종류의 한식을 그들에게 선보여 흥미를 끄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류 쉐프가 호주에서 이루고자 하는 비전, 목표가 있다면.. 

“고등학생이 되어 요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한국 요리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한식의 세계화였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고민해오던 숙제였고 현업에서 일을 하며 배워왔던 여러 지식들을 바탕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이 들어간 한식의 세계화를 창조해내고 싶다. 한국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배경의 문화를 가진 모든 분들이 ‘친숙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호주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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