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주택시장(이미지 출처: AAP)
멜번 주택시장(이미지 출처: AAP)

호주중앙은행(RBA)의 공격적인 10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빅토리아주 많은 지역에서 집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렌웨이벌리와 돈카스터 이스트 등 멜번 일부 지역에서는 해외 구매자들의 귀국으로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과열 기미를 보이는 등 혼돈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글렌웨이벌리에서는 멜번을 통해 호주로 입국한지 얼마 안되는 중국인 투자자가 경매가 진행 중이던 집 앞을 차로 지나다가 계획에 없이 입찰 경쟁에 참여해 애당초 제시 가격인 135만-145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164만달러에 구입했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투자자는 구매 전 집 내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 FIRB)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호주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흘러든 해외 투자자금은 무려 43억달러에 이르며 이 가운데 44%인 19억 달러는 중국과 홍콩에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REA그룹 산하 부동산 데이터업체인 프롭트랙(PropTrack)에 따르면 10회 연속 금리인상과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압박으로 주택 구매자들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3월 이래 광역 멜번 내 44개 동네(suburbs)의 주택 가격 중간값이 1백만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중 큰 인기를 모았던 모닝턴 페닌슐라 툿가룩(Tootgarook)의 주택 중간가격이 115만달러에서 91만8천달러로 20.3% 떨어진 것을 비롯해, 북동부의 허스브릿지(Hurstbridge)가 1백4만4천달러에서 83만9천달러로 19.6% 떨어졌다. 남동부의 첼시 하이츠(Chelsea Heights)와 헤더튼(Heatherton) 역시 18%대 하락을 기록했다. 유닛의 경우 큐 이스트(Kew East, 21.6%)와 투랙(Toorak, 19%), 캔터베리(Canterbury, 14.8%) 등 전통적 부촌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1인가구 증가와 유학생 수요가 겹치면서 역대급 세입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임대시장에서는 일부 부동산들이 애당초 광고 금액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며 예비 임차인들 사이의 가격 경쟁을 비공개로 유도하는 이른바 ‘렌트 경매(rental auction)’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빅토리아주에서 예비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집 주인이나 부동산이 이 같은 경쟁을 유도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으로 위반시 개인에게는 1만1천달러, 법인의 경우 최대 5만5천달러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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