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호주 정치道(도) 아십니까?’ 정책 토론회에서 Q&A 시간에 필자에게 첫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만약 연립이 재집권한다면 지난 12년동안 추진해온 민영화가 앞으로 4년동안 계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위 질문을 하기 전 필자가 “우리들의 젊은 세대는 어쩌면 앞으로는 정부의 공기(fresh air) 민영화를 우려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하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민영화로 인한 통행료, 에너지 부담 가중으로 생계비를 압박한다는 점이었다. 

선거를 이틀 앞둔 23일(목) 도미니크 페로테트 주총리는 “연립이 재집권하면 향후 4년동안 공공 자산 민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민영화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에너지, 유료 통행료 등)이 이번 선거에서 큰 아젠다가 됐다. 

자유당은 분명 민영화의 달인 경지에 있다. 새 고속도로, 터널 등 대형 교통 인프라는 완공 개통 후 여지없이 1년 안에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됐다. 야당도 시비를 걸지만 일부 미디어에서 비난하지만 제동 장치가 없다(no break). 

타당성에 대한 논의, 장기적 소비자 부담 예측 등 당연히 민영화에 앞서 논해야 할 사안들이 다뤄지지 않는다. 뉴스 코프 같은 보수 진영 미디어는 더욱 그렇다. 보수 정부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그저 조용히 입다물고 가십거리나 다루면 알아서 광고를 줄 것인가일까.. 이 민영화 이슈를 공영 ABC 방송 외 심각한 아젠다로 다룬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NSW 자유 국민 연립 정부는 12년(3연속) 집권했다. 이번 주말 선거에서 승리하면 4연속(16년) 집권의 대기록을 세운다. 

유권자들 중 30대 중반 이후 연령대는 NSW 노동당이 16년 집권하며 망가졌던 꼬락서니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부패와 무능의 시대였다. 이안 맥도널드, 에디 오비드 부패 스캔들과 ICAC 조사 재판이 항상 따라 붙는다.  

연립 여당은 12년 집권하며 분명 잘한 일도 많다. 특히 노후 인프라스트럭쳐를 대폭 구축한 점은 박수 받을 일이다. 전임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가 교통장관, 재무장관, 주총리직을 맡으면서 이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민영화도 함께 하면서..  

반면 임대 위기(rental crisis), 주택난 등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상 방치됐다. 주정부가 상당한 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인지세 부담을 낮추는 옵션 등 미봉책에 급급했다. 이런 정책도 없는 것보다는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치솟는 집값, 이자율 등 상황에 근본적으로 수요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공립병원 시설은 현대화됐지만 응급실과 수술 적체 현상도 10년동안 별 개선이 없었다.   

지난 팬데믹 당시 보건대응책처럼 정부가 주택난과 공립병원 개선에 의지를 가졌다면 상당 부분 문제를 줄였을 것이다. 

정부가 절박성(저소득층 어려움 공감 능력)과 진지함(의지)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장 개입을 못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은 생계비 앙등으로 고통 받는 유권자들에게 정부를 교체해 달라는 소리로 들린다.

에너지 가격 앙등은 국제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NSW의  문제가 심화된 배경엔 공공 자산 민영화가 한 몫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발전소와 변전소에 이어 고압선, 전봇대까지 민영화를 한 결과, 전기와 가스요금은 폭등했고 더 오를 전망이다. 시드니 서부 지역 거주자들 중 하루 20-30달러의 유료 통행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시장 왜곡(market mulfunction)과 정부 감독 기능 상실 (government failure)이 함께 가면 그 고충은 시민들의 몫이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수록 경제력이 취약한 중저소득층의 고생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집권 당내에서 무리한 민영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소리는 지난 12년동안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이익은 소수가 독점하도록 내버려둔채 고통 비용 부담은 모두가 같이하자는 참 뻔뻔한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하고 싶은 말이 선거를 통해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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