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한국 LG에서 4년동안 근무하며 모은 적금을 탈탈 털어 1996년 2월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김선혜(49)씨. NSW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호주에 정착했다. 현재 시드니 노스쇼 지역인 윌로비 카운슬 소속 ‘모자이크 다문화센터(MOSAIC)’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하고 있다. 

                               모자이크 다문화센터 김선혜 슈퍼바이저
                               모자이크 다문화센터 김선혜 슈퍼바이저

호주에 와서 어떤 일을 했는지.. 

“사회복지사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상담(버우드지법), 혼스비병원 사회복지사 등으로 일했다. 아이 둘을 낳고 휴직했는데 우연치 않게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억울하게 당한 한국인을 돕다가 시드니북부지역 세입자 서비스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이후 정식 직원으로 2년 정도 근무했다.” 

올해로 14년째 모자이크센터의 슈퍼바이저로 근무하고 있다. 이민자 정착, 지역의 화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예산편성, 다문화 프로젝트와 문화이벤트 진행, 시드니 북부지역 다문화 서비스 기관들과의 네트워킹, 자원봉사자 채용과 교육 등을 담당한다. 

모자이크다문센터를 소개해달라

“윌로비 카운슬 소속 커뮤니티센터로 30년전 몇 분의 자원봉사자들이  채스우드 청소년센터에서 새 이민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영어교실을 운영한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 자원봉사자팀과 협동하여 49개 정규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영어교실 11개, 외국어교실 10개, 취미활동반 18개, 남성그룹을 포함한 민족그룹 10개가 운영된다.” 

2023 Premiers Multicultural Community Award
2023 Premiers Multicultural Community Award

이번에 모자이크센터가 2023년 큰 상을 받았는데..

 “Premier's Multicultural Community Business Excellence Medal(주총리의 다문화커뮤니티비즈니스우수상)은 가장 탁월한 다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정부에게 수여하는 뜻깊은 상이다. 올해로 모자이크 다문화센터가 30주년을 맞이했다. 언어와 문화장벽에 부딪쳐 힘들고 지친 이민자들을 위해 영어학습과 다양한 자기계발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자들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자원봉사자분들이 13분이다. 대만 출신 케이 선생님(94)은 2021년 NSW 시니어 자원봉사자상을 받았다. 센터에서 대만 전통춤, 일본 전통춤과 스타킹 조화꽃반을 가르치신다. 고령이지만 자원봉사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아들한테 부탁해서 전기스쿠터를 구입하고 운전연습을 해서 출퇴근한다. 엊그제 비가 내려 우비를 입고 스쿠터를 운전해서 오셨다고 한다.”

2022 Mid-Autumn Festival
2022 Mid-Autumn Festival

윌로비시와 서울 강동구의 우호 결연은 잘 진행되나?

“2011년 6월말 윌로비와 서울특별시 강동구가 자매결연을 맺은 후 양국 사찰단들이 교환 방문했다. 한국 청소년들이 호주인 홈스테이를 하며 여행을 했다. 강동구에서 2천여권의 한국어도서를 채스우드 도서관에 기증했다. 매년 개천절을 맞아 시드니총영사관이 윌로비시에서 국기게양식을 해 왔다. 팬데믹으로 교류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올해 한국에서 윌로비 카운슬, 유치원, 도서관, 청소년센터와 모자이크센터를 방문할 계획이다.” 

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면

이민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영어프로그램’일 것 같다. 다양한 레벨의 수업이 준비되어 있다. 한국고전무용과 한국서예도 권해드리고 싶다. 마음수련도 하고, 작품 전시회도 참가할 수 있다. 그 외에 외국어 수업(중국어, 일본어, 프랑스러, 스페인어 등)이 있으며 요가, 합창, 라인댄스는 이미 마감이 되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할만큼 인기가 많다. 특히, 센터에는 16개국 출신의 코디네이터 100여명이 근무를 하는데 그 중 9명이 한국인이다. 누구보다 남다른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라 마음을 한결 편하게 가지시고 센터에 방문하셔도 된다.” 

2022 Multicultural Dance Party
2022 Multicultural Dance Party

한인들의 지역사회 활동 참여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뚝심 그리고 뛰어난 두뇌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들 앞에 나서서 주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서 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들의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미팅에서부터 정치,선거에도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학교 행사나 시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서도 한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을 마음껏 펼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프리미어상 수상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의 존재감을 뽑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모두 함께 하면 좋을 거 같다.”

호주와 한국의 다문화 정책 차이는?

“호주는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로 이민의 역사가 길고, 고급인력을 기술이민으로 받아들이는 이민정책이 구축되어 있다. 이민자들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고 이중언어, 나라별 문화 유산을 장려한다. 또 법적으로 이민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 

한국에서는 농어촌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보고 주로 그런 가정에 포커스를 둔다.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한국이 좋아서 이민을 오는 외국인들도 있다. 한국의 이민 정책, 다문화 정책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모자이크 다문화센터 29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부채춤 공연을 하고 있다
모자이크 다문화센터 29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부채춤 공연을 하고 있다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과 앞으로의 비전을 소개한다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감사’이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건 사고들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지난 14년동안 센터에서 근무하며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혼자서 이룬것’이 아닌 이 자리를 함께 지켜주신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니 ‘감사’만이 남았다. 앞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요즘은 저녁시간에 정신건강에 투자하고자 하시는 분들을 코칭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더 깊이 공부해서 나눠드리고 싶고, 9월에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한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일들에 도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