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에서 과거 십여 년 동안 오복 중의 중요 요소인 수(壽), 부(富), 강녕(康寧)이 괄목할만큼 증가했다. 

한국에서는 실질 개인국민소득은 17.6%나 증가했고, 기대수명은 81세에서 84세로, 건강기대수명은 71세에서 73세로 증가하여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는 6.3에서 5.9로(최저 0에서 최고 10사이) 약 5.3% 줄었다. 

호주에서도 수, 부, 강녕이 호전되는데도 행복수준은 좀 줄은 편이다. 특히 최근 한국의 경우 개인소득은 세계 150여개국에서 26위이고, 수명과 강녕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인데 행복수준은 59위로 상대적으로 훨씬 낮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행복을 주관적인 정신상태로 보고 그 요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 행복수준의 50%는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소득, 소유물, 주거 등을 포함한 환경 요인이 10%를 결정한다고 한다. 나머지 40%는 우리의 의도적인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어떤 의도적인 행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긍정심리학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재미, 대인관계 및 의미(meaning)라고 한다. 의미는 바람직한 목적을 갖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그 과정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의 의도적인 행동이 재미가 있고, 좋은 대인관계를 만들고, 의미 있는 행동이면 행복수준은 증가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건강(정신적 및 육체적)은 여러 통로를 통하여 우리의 행복수준을 높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러 실증분석이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은 운동, 오락 활동 등을 하게하여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게 한다. 또 건강이 있어야 목표를 정하고 추구할 의미를 느끼게 하여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는 세계 150여 개국의 행복수준과 그 요인을 탐구한 결과 건강(특히 정신적)이 세계 전 인류의 공통적인 행복요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역으로 행복은 건강을 증진시킨다. 행복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감정은 면역시스템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행복한 사람은 심장질환, 당뇨, 우울증 같은 만성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는 과학적인 연구도 많다. 즉 건강과 행복은 선순환을 한다. 역으로 건강이 나쁘면 행복수준을 낮추고 불행한 사람은 운동이나 건강을 돌볼 의욕이 낮아 건강과 행복은 악순환도 한다. 

소득이 증가해도 높은 행복수준은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는 실증분석이 있고 이를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 한다. 이런 역설이 생기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행복은 소득의 절대액에 의하지 않고 남의 소득과 비교한 상대적 소득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과 행복의 역설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남의 건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남의 건강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 건강에 기준을 두고 더 건강해져도 시기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건강이 좋아질수록 우리의 행복감은 더 향상되고 더 건강해진다.

그러면 왜 한국인의 건강을 표시하는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은 길어져가고 선진국 중에서도 월등히 높은데 행복수준은 줄어지고 상대적으로 무척 낮을까? 첫째, 우리의 정신상태인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건강은 객관적인 것 보다 우리가 인식하는 건강상태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사람 중 건강이 좋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33.7%로 OECD 나라 중 제일 낮고, 반대로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15.2%로 OECD에서 두번째로 높다. 호주는 건강이 좋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85.2%이고, 나쁘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3.7%밖에 안 된다. 이렇게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은 한국이 호주보다 높으면서 인식하는 건강은 훨씬 낮다. 한국인의 인식건강은 나이가 들수록 빨리 나빠진다. 한국의 65세 이상의 인구 중 77.1%가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는데 호주는 26.0%이고 OECD 평균은 55.2%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인식하는 건강에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제일 가난한 20% 사람들 중 건강이 양호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25.9%이고 제일 부유한 20% 사람들의 인식건강 수준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1.5배나 높다. 호주에서는 고소득층 중 건강이 양호하다는 비율이 저소득층에 비하여 1.1배가 높다. 한국에서는 이와 같이 소득의 차와 더불어 건강의 차이까지 심하여 국민적 갈등을 높이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신뢰는 국민의 행복수준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세계행복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둘째, 한국사람은 건강에 과민한 것 같고, 이것에는 대부분 사기업들로 구성된 병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한국인은 일 년에 병원이나 의사를 17번을 방문하여 OECD에서 제일 높고, 호주와 OECD 평균은 모두 일곱 번씩이다. 한국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도 18일로 OECD에서 제일 높고, 호주와 OECD 평균은 각각 5일과  8일씩이다. 한국에서는 MRI와 CT 스캐너를 인구 백만 명당 75대를 갖고 있는데 호주는 88대이고 OECD 평균은 45대이다. 그런 검색기기의 연간 이용횟수도 한국에서는 천 명당 327번이고 호주는 196번, OECD 평균은 238번이다. 한국에서는 ‘종합 검진’이라면서 예방적 진단을 해주고 한국 사람은 일 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호주에서는 예방적 진단을 하여 주지 않는다. 종합검진을 하고 나면 대개 부차적인 검진을 하게 되니 많은 검진을 하고 건강에 과민하게 되어 건강인식이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무엇이든 과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한국에는 행복의 제일 중요한 요인이 되는 정신질환이 높다. 2020년 정신질환인 불안감과 우울증은 한국인이 각각 30%와 37%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고, 호주는 각각 21%와 28%이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2021년에 한국에서 천 명당 12명인데, 호주는 15명이고, OECD 평균은 16명이다. 그러나 2050년에는 한국이 41명이 되고 호주와 OECD 평균은 각각 26명과 29명으로 한국이 제일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치매환자의 수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빨리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런 높은 정신질환의 이유로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고 OECD 평균보다 2.5배나 높다. 

자기의 건강에 과민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사람들이 건강검진, 의사 면담 등을 많이 받는데, 막상 자신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가 할 운동은 걸맞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 신체적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37.1%로 호주의 31.8%보다 상대적으로 꽤 높은 편이다. 

건강과 행복의 상호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높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좋은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식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고, 명상 등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동도 유산소운동, 근육운동, 균형운동을 다 주기적으로 하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운동의 적당한 양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속담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생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하게 살겠다는 뜻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고, 필요한 운동을 생활의 최우선 순위로 정하고, 매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라 믿는다. (필자도 그렇게 노력하며 즐거이 산다) 

권오율 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 SFU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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