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8년째 커피를 사랑하며 커피를 만드는 김종범(39) 프라이머리 커피 로스터(Primary Coffee Roasters) 대표는 ‘커피 매니아’인 어머니와 함께 1996년 호주로 이민을 왔다. 커피와의 진한 인연을 이어가면서 현재는 폿츠포인트(Potts Point)에서 프라이머리 커피 로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커피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6년도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여기가 어딘지 모른채 호주로 이민을 왔다. 호주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세차 아르바이트, 한식당, 호주 카페, 레스토랑 등 여러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엄청난 커피 애호가라고 하던데.. 

“그렇다. 어머니가 커피를 너무 좋아하셔서 한국에서도 카페를 하셨고  호주에서도 맛있는 커피숍을 찾아다니셨다. 나는 고교 졸업할 때까지는 커피를 너무 싫어했다. 모카에 설탕 4~5개를 타서 먹고 거품만 떠 먹고 다 버리곤 했다. 방학 때 늦잠자는 저를 보기 싫으셨는지, 늘 아침에 같이 카페에 가자고 하셨다. 한국에서도 북한산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으신데 아직도 저보다 커피를 더 잘 만든다고 착각하실 정도다.”

김 대표는 어머니의 커피 심부름을 하다가 우연찮게 마신 라떼 한 잔에 반해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설탕을 타지 않았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커피의 맛에 눈을 뜨고 카페를 창업했는데 운영은 어땠는가?

“어머니가 페난트힐스(Pennant Hills)에서 작은 카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20대 초반 자신감이 너무 넘쳤는지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같이 시작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 앞이라 문을 열면 대박이 날 줄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천명이 카페 앞을 지나가지만, 하루 매출은 100~300불 정도였다. 매출이 안나오는 것도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경험없는 이런 저런 조언들, 불쌍하다는 식의 시선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었다.”

현재 프라이머리 커피 로스터는 음식 판매 없이 오직 커피만 판매한다고 하는데..

지금 비즈니스를 하기 전 헤리티지 커피솝(Heritage Coffee Brewers)을  운영했다. 그때는 커피와 음식을 같이 했고 장사도 잘 됐다. 음식도 커피만큼 열정을 다해서 했는데 더 이상 주방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열정은 오로지 커피에만 있다는걸 알았고 성격상 좋아하는것만 해야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호주에서는 커피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걸 보여준 다른 커피 회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믿고 한번 도전을 해보았다.” 

카페 업계에서 기억에 남은 사람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라떼 아트를 배울 곳이 흔하지 않아서 혼자 연습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SNS, 유튜브 동영상도 많지 않던 시절이라 배우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유튜브에 라떼 아트 챔피언이 올린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튜토리얼 영상도 아니였고 그냥 자기가 잘한 아트를 올린 영상이라 수십번 돌려봤다. 영상을 보면서 제대로 라떼아트를 하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하던 작은 카페에 매일 오던 단골 손님이 있었다. 나의 라떼 아트 보면서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봤을 때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고 했는데 그 영상의 주인이 바로 그 단골 손님이었다. 

그는 계속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그의 장모가 와서 ‘바리스타 챔피언’이라는 사위 자랑을 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 그때부터 더 친해졌고 라떼아트에 이어 로스팅도 배우게 됐다. 그는 현재   홍콩으로 스카우트가 돼 그곳에 살고 있는데 얼마 전 시드니에 들러  내가 만든 커피도 마시고 원두도 사갔는데 기분이 남달랐다.”

로스팅을 직접하는 이유는?

“로스터가 되고 개인 로스팅 회사를 차리는 게 모든 바리스타의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납품받은 로스팅 원두로 커피를 만들다보면 어제까지 맛있던 커피가 오늘은 갑자기 맛이 없는 날이 있다. 로스팅까지  하게되면 그런 사소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에게 맞는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리를 할 때 좋은 재료를 골라서 만드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라이머리 커피의 원두를 소개한다면..

“정직하다고 말하고 싶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라고 하는 회사들 중에서도 좋지 않은 커피를 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나는 내가 마실 수 있고, 마시고 싶은 생두만을 골라서 사용한다. 그게 지금까지 계속 이 일을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원두의 질도 유지되며 결국엔 고객들도 프라이머리 커피의 원두를 선호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호주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 전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역시 카페 문 열기 전 에스프레소, 플랫화이트, 필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서 하루를 연다. 그 하루 시작의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고객을 만난다.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가 만든 커피로 많은 사람들의 하루가 잠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커피숍이 무척 많아졌다. 실력있는 바리스타와 유명 카페가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강국이라고 하기엔 아직도 한국에서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홀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이라기보단 아직 아르바이트라고 불리우고 손님들에게도 존중받는 사례를 들어본 경험이 없다. 호주에서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손님들에게 존중받을뿐더러 실력에 따라 대기업 연봉정도도 받을수 있고 역량이 되면 카페를 차려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요리사라는 직업이 지금은 사람들이 존중하는 쉐프가 된 것처럼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한국에서 좀 더 존중받는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향후 목표와 비전을 소개한다면.. 

“아침 6시에 오픈하는 카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 별로 많지 않는 카페 중에 하나가 프라이머리 커피다. 5시에 출근해서 꼼꼼히 오픈 준비를 하고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곤 한다. 그 새벽 공기에 커피 마시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할줄 아는게 이것 밖에 없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열심히한다. 목표가 있다면 올해 2번째 프라이머리 커피숍을 오픈하는게 목표다. 그리고 이 일을 좀 더 오래할 수 있도록 제 멘탈과 피지컬을 업그레이드 시키는게 지속적인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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