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하 청(廳)이 6월 5일 고국에 설립된다. 기구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달라질까? 

그간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아래는 호주의 현장을 오래 지켜 봐 왔고 다른 해외지역도 가 본 한 사람으로서의 비판적 고찰이며 몇 가지 구체적 방향 제시다. 재외동포 관련 전문지인 서울의 <세계한인신문>에 최근 기고한 글을 여기 한인사회에 맞게 한 장을 추가해 3회로 나누어 낼 수 있게 썼다 — 필자 주(註)  


한국인들은 어떤 공익사업(프로젝트, 프로그램)을 발기할 때는 대체적으로 먼저 그 뼈대가 될 정관과 기구 명칭과 건물 또는 사무실 마련은 잘한다. 그 자체에 잘못은 없다. 그러나 과연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명실상부한 사업과 기구가 될까에 대하여는 그다지 고심하지 않는다. 외모와 형식은 근사해도 실질 또는 내용은 허술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좋아도 실제 작업을 의미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닌 셈이다. 

해외 주요 한인 거주 지역에 예외 없이 조직된 그 많은 한인회가 한 가지 좋은 사례다. 한인회관은 크고 작고 간 어디나 잘 되어 있고 한인회장을 할 지도급 인사가 많아 그게 공석인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매년 하는 실질적 기능을 보면 회장 선거, 대외관계 연락 업무, 고국 정부에서 나온 대사와 총영사, 그리고 다른 기관장들, 현지 자율 단체라지만 고국의 연장선에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비슷한 모임과 단체장들이 주로 참석하는 3.1절, 광복절, 개천절 행사, 그 보다는 일반 동포들이 더 많이 참여한다지만 역시 같은 행사인 ‘한인의 날’ 등을 준비하고 장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언필칭 커뮤니티의 대표 기관이나 구심점으로서 장기적이고 실질적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잘 하는 걸 못 본다.

면과 같거나 못한 동포사회의 영향력 

이에 대하여 나는 어느 특정인을 탓할 생각은 없다. 구성원들, 말하자면 필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자치 능력이 문제다. 개혁 방안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세계한인신문>에 실린 재외동포청 관련 기고나 그에 대한 동포 인구가 가장 많은 미국 한인사회의 반응 또한 같다. 모두 단일 기구로서의 청의 규모와 권한과 위치 자체에 먼저 관심을 갖지 이게 생기면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에 비하여 실질적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오랜 경험이나 리서치(Research)를 바탕으로 지적하고 건의하는 류는 없다.

원래 여기 사회에 리서치가 없거나 취약한 것은 말과는 달리 해외 한인사회란 고국의 시각으로는 작고 미약하며 당장 고국 정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군(郡)은 말할 것 없고, 아마도 미국과 일본을 빼고는 면(面)만도 못하거나 같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오래 살면서 나는 많은 인문 분야 한인 유학생들이 한인 밀집 지역에서 동포들을 상대로 한 면접조사(Field research)로 학위를 받은 걸 잘 알고 있다. 그 자체에 잘못은 없다.

문제는 고국에 돌아가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해외에서 인문사회학을 전공했다고 하지 동포사회에 신세를 졌다고 말 안한다. 왜인가는 위에서 시사한대로다. 그러니 해외 한인사회에 대한 지식은 언제나 언론 보도의 겉핥기 수준인 건 당연하다.

본론으로 들어가 그럼 청이 생겨 어떻게 하면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을 탈피할 수 있을까? 위임 받은 보고서도 아니니 길고 자세하게 쓸 수 없고, 문제의 윤곽을 그려봄으로써 해답이 자명해질 수 있게 희망해 본다. 그리고 (2)장 말미와 (3)에서 몇 가지 구체적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의 특징이거나 취약점을 요약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건 나의 과거 글에서도 지적한대로 한마디로 말해서 정책의 고객(Clients)인 동포사회보다 고국 정권의 필요에 맞추어져 왔다. 그런 사정은 고국의 불안정한 정치세력 간 권력 장악과 유지를 위한 집요한 투쟁, 한반도의 분단상황, 해외 한인들도 고국의 연장으로서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중앙집권적 행정 스타일, 권력에 줄을 대려는 소수를 빼고는 무관심한 현지 일반 교포들의 태도가 만든다.

위 언급한 고국이 아니라 현지 사회의 필요에 대하여도 말뿐만 아니라 나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 마지막 (3)장에서 다뤄본다.

중앙집권적 정책의 예는 서울을 본부로 하거나 아니더라도 세계 전 지역을 망라해서 촘촘히 엮어진 여러 분야별 재외동포 단체들과 이들 단체장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하는 행사에서 잘 볼 수 있다. 세계와 각 국가와 지역 단위로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식 여러 총연합회들을 만들게 유도해온 것도 그렇다.

고국이 정해 놓은 재외동포정책의 두 가지 근간은 해외에 살면서도 (1)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2)현지 사회로의 성공적인 통합(현지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는 것)을 돕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이론적으로는 상호보완적이기 보다 배타적이어서 말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목표로서는 타당하고 실제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실제를 보면 고려인, 조선족, 재일동포 사회와는 달리 이민 역사가 비교적 짧아 아직도 1세 주도여서 가만 두어도 잘 되거나 너무 강한 고국지향성이 오히려 골치인 서방지역 한인사회에 대하여 지나친 민족정체성 중심의 정책은 재원 낭비이며 역시 중앙집권적 행정의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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