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하 청(廳)이 6월 5일 고국에 설립된다. 기구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달라질까? 그간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아래는 호주의 현장을 오래 지켜 봐 왔고 다른 해외지역도 가 본 한 사람으로서의 비판적 고찰이며 몇 가지 구체적 방향 제시다. 재외동포 관련 전문지인 서울의 <세계한인신문>에 최근 기고한 글을 여기 한인사회에 맞게 한 장을 추가해 3회로 나누어 낼 수 있게 썼다 — 필자 주(註)  

청의 위치가 수도 서울이 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게 다른 건 제쳐 놓고 1차 관심이 되는 현실은 문제다. 청의 일부 전신이 될 재외동포재단은 여론조사 결과라며 서울을 꼽았고, 미국 교포사회를 대표한 미주현직한인회장협의회가 소재지를 서울이어야 한다고 건의한 건 앞서 말한대로 기구하면 내용보다 외모, 알맹이 보다 껍데기를 먼저로 하는 공직자 마인드와 중앙집권적 구습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변화를 위해서 좋은 징조는 아니다.

고국에서나 해외에서 열리는 재외동포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동포들이 실질적 의미와 필요보다 어떤 고위직자가 나와 축사를 해주는가 하는 의전에 더 관심을 갖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공무원 재택 근무에서 볼 수 있었던 대로 편지나 영상으로 행정이 가능하게 된 오늘 행정 기구의 위치는 과거에 비하면 크게 의미가 없게 되었다. 더욱 인맥(人脈)을 쌓기 위하여는 수시로 만나야 하는 한국의 조직사회 문화와 지방분권화의 필요를 생각할 때 기구들이 분산되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 같다.

해외에 나와 있는 공직자들을 보면 대부분 오래 나와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인가는 바로 위에서 시사한 바다. 해외 단체장들도 인터넷 서류만 가지고는 안되고 고국 방문 때마다 청을 드나들며 만나야 하니 청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이점에서 나는 호주의 외무부 산하 호한재단(The Australia Korea Foundation)의 사례를 들고 싶다. 이 재단은 1차적으로 호주의 3대 수출 시장인 한국과의 문화교류 증진을 위하여 설립되었고 그런 목적에 맞는 사업을 공개적으로 신청 받아 보조금(Grants)을 주는 사업을 한다.

신청자는 구체적인 사업 제안 설명(Project proposal)과 추천서 등 관련 서류를 인터넷으로만 보내야 한다. 담당 실무자들과의 질의와 소통도 원칙적으로 구두로는 안되고 인터넷 문자로만 하게 되어있다. 호주 사회의 풍토로 봐 그 절차는 잘 지켜지라고 본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

청이 생긴다니까 자연히 관련 인사들의 관심이 청장과 4명의 국장과 알려진바 200여명의 직원의 인사에 쏠리는 것 같다. 특히 곧 해체될 재외동포재단의 인력이 몇이나 청으로 흡수될까, 외교부 산하이니 몇이나 거기에서 내려올까, 모두 밥그릇의 문제니 주변이 뒤숭숭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청이 그 성격상 글로벌 눈높이의 업무를 하겠다면 인사부터 먼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인사 스타일인 권력 내부에서의 자리의 안배, 정실, 편의가 아니라 누가 봐도 능력과 실적 우선이라는 평을 받게 되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내가 보는 기준이다.

첫째 해외 관련 근무니만큼 기존의 해외나 재외동포정책 분야 경력이 중요할 것 같지만 그 자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1차 자격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979년 호주 도착 후 3년차에 나는 이 나라에서 처음인 교포신문을 만들어 10년간 버텼고, 그 후 지금까지 꾸준히 커뮤니티 이슈 중심의 칼럼을 써오다 보니 나와 있는 시드니 총영사와 캔버라 주재 대사, 그밖에 기관장과 관리들을 남달리 눈 여겨봐 왔다.

그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재외동포정책의 입장에서 한인사회의 필요나 애로를 알려고 파고드는 걸 보지 못했다. 섞이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이임 인사 때 말하듯 대과없이 지내느라 필요하고 친여적이며 듣기 좋은 말만을 하는 인사들과만 가깝게 지내다가 떠난다. 현지 국가는 몰라도 현지 한인사회를 깊이 알아 봤자 출세에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오래, 그리고 여러 지역을 다녀 근무했어도 한인사회 전문가는 될 수 없다.

공관장은 대교민 업무만을 위하여 나와 있는 건 아니다. 대사는 거주국의 중앙정부, 총영사는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외교 교섭과 현지 정보 수집이란 고유 업무를 하지만 여기 글의 논의는 물론 그들에게 동시에 주어진 동포정책 업무다.

원스톱 민원 서비스(One-Stop Service) 

둘째 내가 1차로 보는 또 다른 인원 선발 조건은 해외 한인사회에 애정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실정을 깊이 알아보려는 열성형, 특히 리서치형 일벌레다. 비교적 현지 실정을 파악하기 위한 의견 청취와 드문 연구 자료와 신문 등을 찾아 파고드는 열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서치형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현지 답사차 나오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기껏 한인회장과 기관장 등을 만나 정치 이야기나 나누고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 

절차이기 쉬운 행정 자체는 대개 대학을 나온 정도면 쉽게 익힐 수 있다. 국적과 출입국, 병무, 서류 확인 등 영사 업무는 이왕 영사관에서 틀이 잘 잡혀 잘 되어 왔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청이 생기면 현지에 지부가 생겨 따로 그 업무가 이관되든가 아니면 종전대로 일지 현지에는 아무런 정보나 안내가 없다. 안내와 정보가 없기는 다른 사항도 마찬가지다.

역마살이 낀 사람이어서인가, 나는 한국에서 언론사에 가기 전 짧지만 여러 직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거기에서와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똑똑하고 남달리 이권에 밝고 기회주의적이며 정치적으로 뛰어나는 인재들이 꼭 있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공직사회가 부패하거나 복지부동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청이 이런 류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재외동포청에 크게 기대할 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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