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하 청 廳)이 6월 5일 고국에 설립된다. 기구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달라질까? 그간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이 글은  호주의 현장을 오래 지켜 봐 왔고 다른 해외지역도 가 본 한 사람으로  3회로 나눠 쓴 비판적 고찰과 몇 가지 구체적 방향 제시를 한 글이다. (1)과 (2)는 재외동포 전문지인 서울의 <세계한인신문>에 최근 기고한 내용과 거의 같고 이번 마지막 (3)은 새로 추가한 현지 사회의 필요와  애로의 해결을 위한 방향 제시다. —필자 주  

앞서 (1) (2)회에서 약속한대로 내가 보는 우리 한인사회의 장기적이며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 사업 및 정책의 대강을 밝혀볼 차례다. 처음은 아니나 쉽지 않다. 방향 제시가 구체적이기 위하여는 巨視(거시)가 아니라 미시(微視)가 되어야 해서 그렇다. 고국과 해외 어느 지역, 어느 누구도 이런 이슈를 다룬 흔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어느 지역에서든 한인사회의 지도자 또는 대표자들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마이크 앞에 서서 하는 말을 들어보는 일이다. 커뮤니티의 장기적 발전과 위상 제고, 구성원 간 화합과 협조, 한마디로 소수민족으로서 삶의 질 (The quality of life) 향상, 즉 살기 좋은 곳을 만들고 그런 장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런 말은 거시적이어서 말하기 쉬우나 대안인 구체적 방법론은 미시적이어서 말하기와 쓰기 모두 어렵고, 크고 굵은 것에만 익숙한 대중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아래는 그런 전제 아래 몇개 영역으로 한정해서 엮어 본 것이다.

*경제-당장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는 호주 전체가 결정할 뿐만 아니라 자유 시장경제 아래 창업과 기술 습득 등 각자가 알아서  비교적 잘 될 수 있다고 봐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 로비 능력-남의 나라에 와서 제3등시민(The Third citizen) 대접을 받는다면 아무리 잘 살아도 삶의 질은 떨어진다. 학자들 말대로 “이민자 집단은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커뮤니티(The most neglected community in the world)”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은 집단으로서의 로비 능력이다. 로비의 대상은 크게 (1)주류사회와 (2)거주국 정부, (3)고국 정부가 되겠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게 (1)이며 이에 접근하는 통로는 현지 언론매체, 주로 메이저 신문과 방송이다.

옴브스맨(Ombudsman)

서방사회에서 이민자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게 인종차별이다. 그건 제도가 아니라  눈에 안보이게 일어나니 개선 방법은 주류매체를 매개로 주류사회의 대중의 이해와 인정을 받는 일이다. 반세기 동안 여기 어느 한인 단체나 지도자가 우리 사회 독자적이거나 다른 커뮤니티와 연대해서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발상이라도 해봤는가?

영어로 쓸 수 있는 능력

인터넷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기본 전달 수단은 현안 이슈와 용건을 활자로 정리하는 능력이다. 또 다른 방법은 상급 감독 기관, 옴브스맨(Ombudsman)과 같은 권리 구제를 위한 제3기구의 활용인데 여기도 글로 하는 전달 능력이 기본이다. 로펌이 있지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이들 비싼 변호사 그룹을 찾아 갈 수 있는 한인은 많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로비 활동은 모두 개인이 아니라 집단 차원이어야 해서 평소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어느 서방지역 한인사회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끼리 말만 무성할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200만 크기의 미국 교포사회에서도 매체의 접근은커녕 매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영어를 잘하는 2,3세들이 많은 영미권에서 현지 매체에 실리는 한인들의 칼럼이나 독자, 기고가 드문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대학 나왔다고 큰 신문사에 쉽게 글을 기고할 수 없다. 따로 훈련이 필요하지만 청소년 교육 이야기는 흔해도 이런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교민은 없다.

작은 한인사회에서 연봉을 주는 영구직을 따로 만들어 할 수는 없겠고 젊은 변호사, 학자 등 인접 분야에서 일하는 잠재력 있는 전문인들을 발탁하여 평소 부업으로 대비하게 하다가 필요할 때 위촉하는, 예컨대 영미사회의 Task force 또는 Ad Hoc위원회 등을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한편 현지 매체에 이미 기고를 하는 2세 한인을 찾아 포상하는 것도 한가지 장려책이 될 것이다. 재외동포재단이 한글 문학 작품만을 현상모집하는 지금의 제도 역시 고국지향 정책의 한 사례다.

정보센터의 보강

*언어와 매너 교육- 이 나라에서 우리의 의무는 등한시 하고 권리만 내세운다면 그것도 안될 것이다. 중요한 게 현지 언어와 매너 면에서의 주류사회로의 적응 또는 통합 노력이다. 영미권의 언어는 물론 영어다. 길에서나 붐비는 기차 역에서 자기들 언어로 유달리 큰 소리로 말하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혐오 대상이 되는 걸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교육을 따로 돈을 들여 할 수는 없겠고 그 많은 한인 교회나 다른 여러 모임에서 직간접으로 장려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모임에서 이민자로서 생활정보의 애로를 거론해보면 전화 한 통이면 되는 데 ‘왜’라고 발언하는 사람이 꼭 있다. 정보도 정보 나름 아닌가. 전화로는 물론 인터넷과 책자 안내서를 읽어 봐도 따로 리서치 없이는 안 되는 게 많다.

한 예로 호주의 의료 제도를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 당해보는 실전(實戰)은 다르다. 그 외 보험, 홈케어, 너싱홈, 자동차 면허증 등 많다. 그리고 제도는 늘 바뀐다. 벌써 40년 전이다. 홍성묵 서부시드니대학 심리학 교수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광고를 <호주소식>에 내고 특정일을 택하여 교민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 애정 어린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혼자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앞서 말한 로비의 경우처럼 비상임 조직이거나 한인 단체에서 이미 오해 가동해온 정보 서비스 기능을 보강하여 잠깐 하다 떠나버리는 직원이 아니라 보수를 제대로 받는 전문직으로서 오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보관해 두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제도를 제안한다.

한때 나는 커뮤니티의 실태와 발전 전략을 정리해 놓는 문서인 가칭 한인백서(The Korean Community Report)의 발간을 제안했었다. 커뮤니티의 발전 아젠다를 잘 적어 놓은 이런 자료가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대외 로비를 위해서도 그렇고 총선거 때와 어쩌다가 업무상 커뮤니티를 찾아오는 호주 정치인, 고국에서 시찰차 찾아오는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건네 주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할까의 지침이 될 수 있다. 서로 껴안고 반갑게 우의를 나누고 얼굴을 익힌다면 나쁠 건 없으나 남는 건 없다.

그리고 한인회 안에 ‘정책의 산실(産室)’을 두어 당장 실천을 못하더라도 수시로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 이런 과제들에 대하여 가능성을 토론이라도 해보자고 글로 쓰기도 했었다. 런던의 하이드파크 한 쪽 나무 그늘 아래에는 ‘발언자 코너(Speaker’s Corner)’라는 장소가 있다. 원하는 인사는 누구든 조금 높은 자리에 놓인 마이크 앞에 서서 관심 이슈를 말하고 참석자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 50-100여명의 관중이 모여 있는 걸 보았다.

*예산과 콘소시움(Consortium, 연합체제)-위와 같은 아이디어와 사업들을 실천하자면 인원과 구성원 간 협조와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을 마지막으로 들었지만 덜 중요해서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사업들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에 맡겨 될 수 있는 직종이 아니다. 실은 이번 글은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면 고국 정부가 그간 해오던 지원 사업들을 더 늘어난 재정 규모로 하게 될 것이어서 이에 맞추어 호주 지역도 더 생산적이고 매력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쓰게 된 것이다.

과거처럼 여러 단체가 소리 없이 경쟁, 던져 주는 닭 모이 받아 먹듯 일회용 행사 용으로 쪼개어 쓰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아무래도 주어진 기능상 한인회의 주도 아래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콘소시움을 형성 하여 밀고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어떤 사업들은 크게 돈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류가 많다. 앞서 말한 ‘정책의 산실’은 그런 예다. 방과 커피 한잔과 10여명의 참석자만 있으면 나는 나가 볼 수 있다고 썼었다. 나는 이런 제안을 말로만 해온 사람이 아니다. 한때 나는 한호지역문제연구소라는 단체 이름으로 외부 지원 없이 50-100여 명이 모여 하루 종일 하는 교민이슈 워크숍을 5번 열었었다.

그간의 여기 한인사회의 과거를 비추어 본다면 이때까지 내가 쓴 제안 대부분은  꿈이거나 어리석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을 줄 잘 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범한 호주인들과 같이 조용히 지내면 됐지 한인회와 넓은 한인회관, 회장 선거와 그 많은 코리안이 붙는 단체를 놓고 시끄럽게 할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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