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의 시작은 두 개의 다른 날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하나는 1865년 5월 17일 국제 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의  창립을 기념하여 1973년 말라가 토레몰리노스ITU회의에서 제정된 “세계 전기 통신의 날(World Telecommunication Day)인데요, 1969년 5월 17일부터 매년 기념해오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2005년 11월 튀니스에서 열린 세계 정보화 정상 회의에서 UN 총회에 의해 결의된 세계 정보화의 날(World Information Society Day)입니다. 이 두 기념일은 2006년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 ITU 회의에서 매년 5월 17일에 “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로 함께 기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969년 “세계 전기 통신의 날” 포스터 (사진출처_ UN)
1969년 “세계 전기 통신의 날” 포스터 (사진출처_ UN)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 멀티미디어, 통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의 생산과 전달이 중심이 되는 사회인데 우리가 흔히 일컫는 3차 산업 혁명을 통해 발달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기술 혁신과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로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근간을 이루는 사회를 뜻합니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그 자료의 처리, 저장, 검색이 필수적인 역량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사회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비롯한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생활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기반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인 인구가 사회에서 더욱 급격하게 배제되는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에서는 디지털 중심의 온라인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병원, 은행, 식당, 취미 생활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노인들의 자기 결정권이 박탈당하고 있으며, 이는 노인 인구가 디지털 활용을 위해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므로 자존감이 하락하고, 무가치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UN에서는 최근 “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을 기념하면서 “노년층과 건강한 노령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세계 인구의 고령화는 21세기의 주요 인구통계학적 추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건강한 노령화를 위한 정보 통신 기술(ICT)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년층이 신체적, 정서적, 재정적으로 건강하고 연결되어 있으며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 통신 기술(ICT)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노년층과 건강한 노령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보급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화상 회의 연설 모습 (사진출처_ UN Photo/Eskinder Debebe)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화상 회의 연설 모습 (사진출처_ UN Photo/Eskinder Debebe)

 

이에 대해, 2022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을 맞아 우리는 노년층과 건강한 노후를 위한 디지털 기술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도시는 직장에서 연령을 기반으로 하는 차별이나, 전 세계 수만 명의 간병인 지원에 이르기까지 노년층과 그 가족 및 지역 사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인류의 거의 절반은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2030년까지 모든 사람을, 모든 곳에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도 오프라인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과 개인 데이터의 악용하는 정보 기술의 위험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 협력을 위한 나의 로드맵의 비전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약속을 받아들이면서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가상 현실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노년층의 모습 (사진출처_ Australianoverfifties)
가상 현실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노년층의 모습 (사진출처_ Australianoverfifties)

노년층이 현대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존재하기 않고 주체로서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디지털 교육과 정보사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인간 소외 현상은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목격한 정보 사회의 역기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을 기념하면서 이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 정보 사회의 역기능을 완화시키며 정보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만의 프로그래머 출신 장관인 오드리 탕은,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The future of digital innov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반드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코비드19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비누를 사용하여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좋은 방법은 알코올로 소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디지털 기술로 바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누나 알코올 소독을 과학기술로 대체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디지털 사회에서 경험하는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발전된 디지털 사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상입니다. 

굿네이버스 호주 세대 간 예술 활동 프로그램 포스터 (사진출처_ Good Neighbours Australia)
굿네이버스 호주 세대 간 예술 활동 프로그램 포스터 (사진출처_ Good Neighbours Australia)

 

 예를 들면, 굿네이버스 호주에서는 2022년부터 호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청년층과 노년층을 연결하기 위한 “세대 간 예술 활동 프로젝트(Intergenerational Art Project- Connection through Creativity)”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가 고령사회이자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세대들이 함께 교류하며 어울리는 장이 있다면 상호 간의 필요를 채우고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과 장년이 한 팀으로 하나의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활동으로, 총 4주간 진행됩니다. 4주간의 미술 활동 과정을 통해 함께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만날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청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자연스러운 교류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노년층은 사회활동으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줄이고, 청년층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호주에 정착한 노년층으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듣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동시에 미술 작품을 완성하는 활동을 통해 두 세대 모두 성취감과 자기 효용감을 높이게 됩니다. 

기술과 사람 사이에 균형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카툰 (사진출처_ https://medium.com)
기술과 사람 사이에 균형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카툰 (사진출처_ https://medium.com)

이러한 프로그램과 같이,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을 줄이고, 통신 기술로부터 인간 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대면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침 인사를 나누며 짓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차를 마시며 가을바람을 즐기는 일을 인터넷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세계 통신 및 정보 사회의 날”

을 맞아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손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게 해준 통신 및 정보 기술의 발달에 감사하되 그러한 발달에 인류의 중요한 가치들이 묻히지 않을 수 있도록, 양쪽의 균형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후원문의:]

W. https://goodneighbours.com.au/

P. 0416 030 381 / Kakao. GN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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