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최근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군•정•관의 권력을 장악하고 사실상 일인 지배 독재국가가 되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재국가의 역사적인 교훈을 통하여 중국 미래의 발전을 예측해 본다.

독재는 유형이 많지만 대개 한 사람이나 충성심이 보장되는 몇 명이 밀착하여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면서, 법과 제도와 언론에 구애되지 않고, 시민의 자유를 억제하고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혁명이나 전쟁을 통하여 독재국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튀르키예, 헝가리 같이 선거를 통하여 서서히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물리치고 독재국가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형태 여하를 막론하고 독재국가는 구소련, 동유럽의 여러 공산국가같이 쇠퇴하고 망한다. 

독재국가가 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쇠퇴나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북한이다. 1970년도까지 남북한의 생활수준이 비슷하다가 지금은 물가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개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4%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경제적 쇠퇴를 통하여 멸망할 수밖에 없는 독재국가가 우리 개인에게 주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자원(노동,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자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런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가의 역할이 지극히 중요하다. 1) 국가는 자원배분을 위한 경제제도를 마련한다. 제도는 경기의 규칙과 같아서, 경제제도는 경제주체(소비자, 기업가)들이 경제활동이나 경제거래를 하는 규칙이다. 

제일 기초가 되는 제도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자원배분을 시장체제에 맡기는 자본주의와 독재 체제하에서 자원배분을 정부가 결정하는 사회주의가 있다. 1990년도 구소련이 멸망하면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 국가통치자가 어느 시점에 이 두 기본제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제뿐 아니라 국가의 흥망도 결정된다. 이런 기본적인 제도의 틀 하에서 국가는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그에 수반되는 법과 규정, 정부나 기업의 통치방식, 원활한 시장체제 등을 위한 여러 제도도 마련한다.  

그 외도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의 임무가 많다. 2) 국가는 자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한 국민교육실시, 사유재산권 보호, 자본조달을 위한 금융제도 구축, 3) 도로, 철도, 항만, 통신 같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4)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보 제공, 5) 국제 무역과 자본거래를 위한 경제개방, 6) 사회복지 사업과 사회안전망 구축, 7)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위한 통치자 견제 제도 설립과 언론자유 보장 등이다. 

독재자는 절대 권력을 수호하기 위하여 경쟁자를 제거하므로 적을 많이 만든다. 따라서 독재자의 권력은 팽창하지만, 독재자가 느끼는 안도감은 줄어지고 더 억압적인 통제를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이라 하는데, 지금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재자는 자기의 실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반대 여론을 말살하기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 더욱이 국민이 갖게 될 외부의 정보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하여 국가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킨다. 따라서 독재자의 정책은 투명성이 없고, 자기의 치정을 선전하고 정보를 조작한다.

이런 독재자는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은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경제를 자기 권력의 팽창과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사유재산권제도와 경제운영을 여러 면으로 통제한다. 경제정책은 대중의 경제적 부흥보다 몇몇 추종자들에게 경제적 특혜를 주는 경제제도를 마련한다. 이런 정책은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하고 부정부패를 유발한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은 부를 창조하거나 창의력을 개발할 의욕을 잃는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나 통계가 없고, 정부정책에 투명성이 없기 때문에 기업가는 사업을 설계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독재국가의 경제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긴 영국 역사가 & 정치인 존 액튼경(19세기 중후반)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긴 영국 역사가 & 정치인 존 액튼경(19세기 중후반)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고 했던가.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가 없고 정책이 불투명하고 언론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독재국가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런 부패는 독재자나 그와 가까운 추종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하부 정부 부처에서도 만연하게 된다. 이런 부패상황은 지금 중국에도 높고, 러시아의 높은 부패 현상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부패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게 되고, 빈부격차를 악화시킨다. 중국과 러시아의 빈부격차는 한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서구 국가보다 높다는 통계가 독재국가의 빈부격차를 나타낸다. 부패와 빈부격차는 국민들 간의 갈등을 높이고, 준법정신과 사회적 신뢰를 낮춘다. 이런 나라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경제주체 간의 협력이 낮아지고 그들의 경제거래 비용은 커져 경제성장을 저하한다. 이렇게 경제가 쇠퇴하는 독재자는 대중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없고, 독재국가는 그 속성상 권력의 승계를 둘러싼 권력투쟁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대중의 지지를 잃고, 권력투쟁을 거치면서 독재국가의 말로가 이어진다. 

한국이 박정희 독재체제를 가지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역사적으로 예외인 것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택한 것이다. 둘째, 박정희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경제성장을 통하여 정권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경쟁하기 위하여 경제성장에 필요한 여러 정부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 박정희 대통령 자신은 부패하지 않았고, 탄압은 있어도 야당과 언론이 비교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패가 심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독재체제와 그 경제적 쇠퇴라는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진핑 독재체제 하에서 중국경제의 앞날은 밝지 않다. 게다가 최근의 인구 고령화와 서방과의 탈동조화(decoupling)는 경제 성장둔화를 가속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사는 우리 개인은 그 체제를 수호하기 위하여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경제적 번영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 체제가 멸망하는 것은 그 밑받침이 되는 제도가 무너지면서 일어난다. 법과 규범뿐 아니라 사유재산권 보장, 언론의 자유, 투명한 정보 등을 포함하는 제도는 선거를 통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보존된다. 

최근에 일부 위정자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사회에 유포되는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이성적으로 정치를 판단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선거에 임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적절한 투표권 행사가 요구된다. 

권오율(그리피스대학 석좌교수 & SFU 경영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