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주동안 유럽 여행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3주만에 호주로 돌아왔다. 보름동안 스페인(바르셀로나와 몇 개 남부 도시)과 포르투갈(리스본과 포르토)을 여행했고 파리는 한국으로 가면서 1박2일로 잠시 들렀다. 6명 일행 중 필자만 유럽 초행길이란 점에 ‘호주 촌놈의 유럽 나들이’인 셈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최대한 책과 구글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를 얻으며 눈으로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시론에 한가하게 사적인 여행담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유로(Euro) 화폐를 사용하는 유럽 세 나라와 한국, 그리고 호주까지 5개국의 물가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었다. 

프랑스(파리 기준)의 물가는 스페인의 2배 수준으로 매우 비쌌다. 고급스러움, 호화로움도 세 나라 중 단연 앞섰다. 그래서인지 파리 물가에 화들짝 놀랐다. 

커피 한 잔 가격이 스페인은 대략 3유로, 포르투갈은 2유로인데 파리는 6-7유로, 비싼 식당은 10유로에 달했다. 택시 가격도 비슷한 추세였는데 파리는 시드니와 비슷했다. 

식사비용(식당)은 스페인이 호주의 약 80% 선이었고 포르투갈은 60%선으로 부담이 가장 적었다. 그런 연유로 상당수 북유럽(독일,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등) 사람들이 포르투갈에서 은퇴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시드니 한 주 아파트 임대비(평균 약 $600-$700)로 포르투갈 지방에서 한 달 이상 지낼 수 있다.   

호텔비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0-250 유로선이면 양호한(3-4스타 등급) 호텔에 숙박이 가능했다. 반면 파리는 이 가격대로는 낡고 형편없는(2스타 등급)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 낡아도 깨끗하면 좋을텐데 청소 불량 등 관리 상태도 낙제였다. 만약 한국이라면 위생 불량으로 영업 정지 처벌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은 호텔은 4-500 유로 이상을 요구했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방도 구하기 어려웠다. 제한된 공급에 넘쳐나는 수요 상태이니 4박5일 정도 이상 파리 호텔에 머물 경우, 숙박료 부담이 항공료를 능가할 정도일 것 같다.   

현재(5월 18일) 환율로 호주 달러는 0.61유로선이다. 1유로가 1.63호주달러이고 1.08미국달러다. 유로가 미화보다 약간 센 편이다. 100호주달러로 약 60유로를 받는 셈이다. 공항에서 환전하면 60유로도 못 받는다.  

따라서 커피 값과 호텔비를 호주달러로 계산하면 파리의 커피 값은 9-11호주달러가 된다. 호텔비가 200-250유로면 320-400호주달러이고 4-500유로면 640-800호주달러로 계산된다. 프랑스 물가는 호주에서 고소득층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듯 하다.    

팬데믹 종료로 세 나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주말 도심지 행인들의 대부분은 관광객인 듯 했다. 유명 관광지(대성당, 수도원, 박물관 등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는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이 어려웠다. 입장료가 상당한 수입원일 것 같 다. 

프랑스는 2024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데 파리의 2개 국제공항(샤를 드골과 오를리) 모두 오래된 공항으로 드골 공항은  출입국 심사대를 약간 증축하는 것 외 다른 공사는 없어 보였다. 지금도 방문자로 혼잡한데 올림픽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만 현지인들은 별 관심 없고 많은 돈을 둘여 신축 공사를 하는데 반대했다. 한국과는 달라도 많은 점이 달랐다. 

한국도 음식 값 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 대중교통 등 싼 분야가 여전히 있지만 상당 품목이 호주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한국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야채과일, 감자,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식재료 가격이 선진국 중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한다. 종전까지는 그럼에도 음식값은 호주에 비해 다소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장점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의 약화가 뚜렷해졌다.  

리스본에 한국 식당이 서너개 있다고 한다. 한 곳에 들렀는데 주방장 겸 주인이 인도/네팔계였다. 이것도 한식의 세계화일 것이다.  

스페인에서 택시 기사, 식당과 호텔 직원 등을 만났을 때 영어 소통이 쉽지 않았다. 아쉬우면 스페인어를 배우라는 뉘앙스인지 모르겠지만 서비스 분야에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반면 인접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거의 한함이 없고 친절했다. 리스본에 이어 포르투갈의 2대 도시인 포르투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 도우로 강변의 많은 식당들 중 일부는 한글 표시 메뉴판을 준비해 놓았다. 음식도 좋았고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포르투갈이 인기 여행지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세 유럽 국가를 여행하며 한 가지 불편함 점을 꼽으라면 길거리나 식당, 카페, 공공장소 주변 등 거의 어디에서나 담배 연기를 맡을 수 있어 간접 흡연에대한 배려가 제로였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호주가 단연 선진국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담배 1갑 가격이 대략 4-5유로(6.4-8호주달러)라고 한다. 30-40호주달러의 호주 담뱃값과 비교하면 4-5배 차이가 난다. 호주는 담배 가격도 주택 임대비처럼 거의 실성한 듯 올랐지만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도 대폭 줄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세 나라는 문화, 역사, 음식값, 호텔비에 담배가격까지 호주와는 참 많이 달랐다. 필자가 호주에서 수십년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호주가 상대적으로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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