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멀리(Mathew Mulley)
                                  매튜 멀리(Mathew Mulley)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 매튜 멀리(Mathew Mulley, 이하 매튜) : 수화로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통역하는 수어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법률, 의료, 교육,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는 들을 수 있었지만 어머니는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이다.

▲챠피아 하움(Chaffia Haouam, 이하 챠피아): 저 또한 청각장애인들의 보건 관련 업무나 기업 통역, 교육, 상담 등의 분야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으며 부모 두 분 모두 청각장애인인 코다이다. 나의 첫번째 언어는 오슬란(Auslan, 호주수어)이다.

                                         챠피아 하움(Chaffia Haouam)
                                         챠피아 하움(Chaffia Haouam)

수어 통역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 매튜: 자연스럽게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통역을 시작한 이후에 이 직업에 대해 즐기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 챠피아: 처음에는 아버지가 청각 장애인 의사소통 보조 업무를 권유했고 통역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는 수어, 구어를 모두 유창하게 할 수 있어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을 시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청각 장애인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을 통해 격차를 좁히는 데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어렸을 때 부모가 ‘농인’이라는 것을 언제 알게되었나?

▲ 매튜: 12살 때쯤인 것 같다. 시내에 영화를 보러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있었다. 친구는 “매튜, 너는 너희 어머니에게 영화 보러 가는 것을 말하지 않았어.”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목소리로 말하지 않았을 뿐, 수어를 사용하여 소통했다. 친구는 그 소통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나와 어머니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 챠피아: 어렸을 때부터 항상 우리 가족이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다른지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빠는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놀리는데,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이 모이는 시간에 ‘손을 조금 작게 사용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수어를 습득하고, 청각 장애인 부모를 대신해서 통역을 해야하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 매튜: ‘어린 아이’였던 내가 가족을 위해서 통역을 할 때, ‘나의 말, 나의 감정’이 아닌 어머니의 말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지만 나는 우리 가족을 정말 사랑한다. 

▲ 챠피아: 우리 부모는 복잡하거나 심각한 상황에서 자녀들을 통해 소통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어린 시절의 통역은 대부분 상점에서의 소통이었다. 예를 들어 버닝스, 영화관, 가족 행사같은 경우였다.

‘농인’에 대한 편견으로 겪은 불쾌한 일을 공유한다면..

▲매튜 : 이웃들이 아기와 같은 침대에서 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신고하려고 정부 어린이 복지 서비스에 연락한 일이 있었다. 이것은 편견이다. 상점이나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곤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나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챠피아: 주로 청각 장애인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편견에서 오는 불쾌함이다. 청각 장애인에게 지적 장애가 있다고 사람들은 착각한다. 어떤 이들은 청각 장애인이 글을 쓸 수 있는지,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상당히 불쾌하지만, 불행하게도 꽤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전통 문화 체험을 하고 있는 수어통역사들이 한국 지화로 '코다'를 표현하고 있다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전통 문화 체험을 하고 있는 수어통역사들이 한국 지화로 '코다'를 표현하고 있다

청인사회와 농인사회에 함께 속해있지만 때로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했나?

▲매튜 : 나는 들을 수도 있고, 수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두 세계에서 나는 모두 말을 할 수 있다. 정체성의 혼란은 나와 같은 코다들을 만나서 우리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경험을 나누면서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온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 챠피아: 두 세계가 연결될 때 마다 나는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수어통역사로써의 역할 외에도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나 존재를 쌓아가야 한다. 지금도 그 부분은 여전히 고민 중이고,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코다들과 연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6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코다컨퍼런스’가 매우 기대된다. 

호주보다 한국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강하고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업에서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고 있는지?

▲매튜 : 호주도 여전히 농인들보다 청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많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가족들이 거주하는 주에서 정신 건강을 위한 최초의 청각 장애인 공인 카운슬러이다. 체계적인 상담과 무보수로  헌신했으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농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성공했다. 이런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 챠피아: 우리 부모는 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국가장애보험제도)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을 지원하고, 회사를 설립하여 최고경영자와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의 대부분이 청각장애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청각장애인의 역할, 모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호주의 많은 농인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농인들이 직면하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특별히 농인 아동들을 위해서 더 많은 지원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6월 인천에서 열리는 ‘2023 국제 코다컨퍼런스’에 호주 대표로 참석을 한다고 하는데..

▲매튜 :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코다 공동체에 함께할 때 마치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행사 기간동안 ‘봉사자’로 참가한다.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코다’라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행사이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농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우리는 만나서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하고, 감탄하는 놀라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챠피아: 인생 첫 코다 국제 컨퍼런스 참석이라 설렌다. 작년에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최고의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문화, 음식, 패션, 음악 등 너무 흥미롭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 여행이 처음이라 곳곳을 여행하고 또 한국만의 특색으로 열어갈 이번 컨퍼런스를 정말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2023 국제 코다콘퍼런스’가 개최된다. 2014년, 한국의 코다들이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로를 환대하는 모임인 코다코리아가 이번 컨퍼런스 유치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섰고 2021년 7월 한국 유치가 확정됐다. ‘컬러풀 코다’라는 주제로 인종, 민족, 국적, 성정체성, 연령, 장애 등 다채로운 다양성을 지닌 코다를 위한 컨퍼런스는 2023년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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