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호주 사회로의 순조로운 융합을 돕기 위한 뜻에서 기획되었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포함,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드니에서 멜번으로 이주해서 카스 서비스를 계속 받게 된 윤 교정 어르신의 멜번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세월 따라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이란 노래말을 들으면서 88년 그 오랜 세월 동안의 일들을 어찌 구름 한 조각에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 한 줄 한 줄 써 놓은 세월의 흔적들을 묶어 베개 머리에 쌓아 놓고 한 가닥 한 가닥 꺼내어 보면서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은 산더미 같은 무거운 세월을 돌이켜 보는 것도 벅차다. 

1988년 가족 모두 시드니로 이민 와서 34년동안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다. 좁은 나라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좋은 인연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고, 나누고 사랑을 배우며 영육 간에 내 인생의 풍요로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카스 메도뱅크의  고전 읽기반,  윌로비 카운슬의 모자이크 다문화센터(MOSAIC) 프로그램, 성당의 기도 모임, 한호일보가 주최한 문학 강좌, 지인들과의  뜨게질 모임, 다양한 문화교실 등 많은 모임은 늘 내게 성장 발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알찬 시간이었다. 

이러한 생활이 코비드-19로 인해 모든 게 달라졌다.  더구나 주 경계가 막혀 멜번에 사는 가족과도 만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며 힘들게 지내던 때에는 우연히 카스의 ‘시니어를 위한 줌 무료 강좌’에 관한 정보를 듣고 웨스트 라이드 소재 카스 사무실에 찾아가 줌 강좌 등록을 했다. 

내가 잘 배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수업 시간 강사와 자원 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천천히 가르쳐주어 강좌를 무사히 이수할 수 있었다. 다문화 사회복지 기관인 카스에서 팬데믹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우리 같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줌 교육을 통해 이후 만나기 어려운 가족, 지인들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 얼마나 숨통이 트였는지! 직접 가지 않아도 문화 교실에서 하는 인문학 클래식 음악 시간의 설명도 대면 수업과 똑같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 중의 하나였다.

멜번으로 이주 후 실버 타운 입주를 결정한 것은 너무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빅토리아 멜번으로의 이주

코비드가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멜번에 두 아들과 남동생 가족을 합쳐11명이나 살고 있고 남편도 멜번의 스프링 베일(Spring Vale) 묘지에 있으니 혼자 시드니에 있을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정리하고 멜번으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나이 들어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더구나 호주는 주(NSW) 와 주 (Victoria) 사이 관련 법을 포함해 너무나 다른 점이 많아 같은 나라에서의 이주도 이민 오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힘들었다. 

호주 이민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면 정든 시드니를 떠나 멜번으로의 이주는 내 삶의 마무리 여정을 위한 결정이었다. 멜번에서 어떻게 거주할 것인가가 그 다음 고민 거리였다. 자녀들과 동거할 것인가, 또는 아파트나 실버타운에서 거주할 것인가 등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족들과의 논의 끝에 사생활도 보호받으며 외롭지 않게 공동 생활할 수 있는 세 번째 옵션으로 가닥을 잡았다. 

멜번의 어느 실버 타운(Retirement community)에 입주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만족스러워 내 자신의 결정을 칭찬해 주고 싶다. 현재 머무는 실버 타운에 대해 잠깐 소개한다.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크루즈 여행을 지난 2월 2주간 다녀왔다. 

120여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데 몇 집씩 나누어 반장이 있어 서로의 안전과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유익하다. 또 한 달에 한번 월보, 매주 주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개인 스케쥴에 맞추어 참가할 수 있는 활동을 신청한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는 건강 관련 운동 클라스, 손뜨게/ 합창/ 워킹 그룹/ 볼링/ 탁구 등의 취미 반, 쇼핑 위한 버스 운행 및 영화 감상, 일일 관광, 외식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 무료할 틈이 없다.  동양인은 나를 포함, 싱가폴인 1명과 중국계 1명, 그 이외는 서양인들로 이런 환경을 선호하는 것은 아무래도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잘 살아온 세월을 아름답게 기억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나머지 인생 길을 편히 살아가는 이 곳 실버 타운 거주민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는다.

노후에 생각지 못했던 이런 삶을 살게 된 것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지난 2월에는 2주 동안 피지-뉴 칼레도니아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지인들이 크루즈 여행을 간다 해서 용기 내어 따라 나섰다, 15층 빌딩이 물 위를 미끄럼 타듯 흘러 간다. 나란히 마주 보던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만나 곡선을 그린다. 서로 시샘하듯 푸르름을 자랑하며 눈부시게 나를 유혹한다.  하늘은 구름으로 수를 놓고 바다는 노래하며 예쁜 그림을 그려내며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 놀라운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뱃머리에 앉아 하염없이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호주 승객들, 특히 시니어들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배 안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으니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할머니는 아예 집을 정리하고 크루즈 여행만 한다고 했다.  “은퇴자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는 여유있는 돈을 이렇게 쓰게 해서 사회 경제가 잘 순환되게 하니 이 또한 의미 있는 경제활동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안 남은 인생을 집에 갇혀서 지내기 보다는 세상 구경하며 대접받으며 멋진 노후를 보내는 저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도 노년에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 여행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분에 넘치는 행복을 맛 보았다.  

시드니에서 카스를 통해 홈케어 팩키지 서비스를 받았는데 멜번으로 옮겨와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카스 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또한 이 자리를 통해 시드니 지인들에게 멀리서나마 안부의 인사를 전한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도 드린다.  

(카스 칼럼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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