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에서 편집인으로 데스크 역할을 해 온 필자가 6월말로 퇴임하며 독자와 광고주 여러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인사를 드립니다. 

한호일보와 전신인 호주동아일보에서 일한 기간을 포함하면  2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표현처럼 ‘질기고 드문 인연인 듯’ 합니다. 많은 고생을 하시고 돌아가신 고(故) 오직일 호주동아일보 창간 발행인 시절부터 전경희, 신이정 발행인 세분과 함께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호주 동포사회에서 유일한 사례일 것입니다. 

직장 생활에서는 시작도 좋지만 ‘유종의 미(有終之美)’ 역시 중요합니다. 마무리를 잘하고 웃으며 떠난 후 다른 곳에서 과거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반갑게 만나 반갑게 그 시절을 회고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직책에서 오래 일한 후 퇴임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20여년의 기자 세월인만큼 희로애락이 많았습니다. 호주동아일보/한호일보 편집국장이란 타이틀 덕분에 존 하워드, 케빈 러드, 줄리아 길러드, 토니 애봇, 스콧 모리슨 총리까지 만나고 인터뷰를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존 하워드 총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호주동아를 소개했다(2007년)
존 하워드 총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호주동아를 소개했다(2007년)
호주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줄리아 길러드 총리(2011년) 대담 
호주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줄리아 길러드 총리(2011년) 대담 

여러 에피소드가 기억나지만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한국인 청년들에게 앞당긴 것(1995년 협정 체결)은 필자가 1994년 11월 김영삼 대통령 호주 방문 기간 중 양국 정상을 수행 취재하면서 나름 의도를 갖고 추진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지금도 뿌듯하게 여깁니다.

그 추진 과정이 올해 ‘우연하게’ 기사화됐습니다. 지난 1월 중순 연합뉴스 이충원 기자가 쓴 고(故) 송영언 전 스포츠동아 사장 부고 기사에 일부 요약돼 있기에 인용합니다. 세상 일이라는 게 참 묘합니다. 

이제 한호일보 데스킹 역할에서 떠나면서 아쉬움 중 하나는 호주 동포 신문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후배 기자들의 양성 풍토가 조성되지 못한 점입니다. 동포 신문사들의 재정적 여건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고 그 여파로 기자가 대폭 줄었습니다.

동포 신문은 동포 사회의 지적 인프라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필자는 언론계 대선배인 김삼오 박사님, 김봉주, 박병태, 고직만 선배님 등으로부터 배웠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분들과 상의를 해서 자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선후배간 도움을 주고받는 전통도 이젠 중단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하려면 절대 혼자 하는 것보다 주변 도움과 자문, 팀워크가 필요합니다. 여론 수렴과 협업을 통한 힘은 개인의 능력보다 큽니다. 신문 편집은 더욱 그렇습니다. 눈과 귀를 열어놓고 보고 듣고 판단하며 나름의 기준을 정해 신문의 아젠다 세팅, 특집과 기획, 해설, 논평 등을 해야 하는 책임 막중한 일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필자가 미력이나마 이런 일을 오랜 기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세 발행인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신문사를 지원해준 광고주, 제보와 의견 제시 등으로 도움을 준 많은 독자분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외 다른 포맷으로 얼마든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와이어리스 시대가 왔고 AI까지 등장한 급변하는 환경입니다. 

2022년 재외동포언론인 컨퍼런스 주제 발표 
2022년 재외동포언론인 컨퍼런스 주제 발표 

이민자 소수민족 커뮤니티인 한인 사회는 아직 호주 주류사회와 교감하며 파고드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이런 역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바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력일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신문 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퇴임 인사를 전하면서 족히 100명 이상의 호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에 계신 지인들로부터 인사를 받았습니다.

“20여년동안 호주 동포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감사해 할 것 같습니다.”라는 과분한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제 데스킹 역할을 벗어나지만 그 자세와 기자 정신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많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고마웠고 즐거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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