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라 작가 (탐라 제8경, 2023)
김아라 작가 (탐라 제8경, 2023)

한국의 미술작가 3명과 호주의 미술작가 3인이 펜팔(penpal)을 주고 받으며 한국에서 호주 작가들의 전시를 열어주고, 온라인을 통해 그 동안 주고받은 기록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 작가 3인이 시드니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도 몇년동안 예술로 함께 호흡해 온 한국 작가 3인을 인터뷰했다.

세 분의 첫 만남 기억하는지

<김윤정> “혜림과 아라는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다. 나와 혜림은 홍대에서 했었던 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알게 되었고 우연찮게 당시 살고 있던 집이 서로 5분 거리였다. 그리고 우리 셋 다 같은 학교, 학부 출신이다.” 

<서혜림> “윤정과는 당시에 이별의 아픔을 서로 겪고 있어서 작업보다는 술을 마시면서 돈독해졌다. 아라는 내가 늦깎이로 학교에 들어갔는데 나이 어린 친구들 중에서도 작업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셋 다 대학원에 가게 되었고, 나는 중간에 휴학을 했지만 아라와 윤정은 졸업을 하게 되면서 또 돈독해졌다. 셋 다 학교에서 벗어나 작업실을 얻어서 미친 듯이 우리 작업을 해보자, 이리저리 싼 곳을 찾아서 다니다가 지금은 굉장히 힙해졌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을지로에 작업실을 내고 함께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김윤정 작가 (리본방의 애드가, 2023)
김윤정 작가 (리본방의 애드가, 2023)

이 셋은 나이는 다르지만 햇수로는 10년지기 친구들이다. 4년 반정도 함께 작업을 해왔다. 친구와 함께 작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속 가능 이유는 무엇이었나? 

<윤정> “세 명 모두 성격이 급하다. 할 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쌓이는 것이 없이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김아라> “원래 친구였으니깐 친밀한 건 너무 당연하다. 신기하게도 우리 세 명의 분야, 예술 매체가 다르다. 그런데 미술이라는 세계를 아우르는 가치관이 비슷하고, 명확하다. 도구는 다르지만 결이 같기 때문에 친구이면서 동료로 계속 작업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세 호주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전시를 했다고 하던데. 호주 작가들과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었는지.. 

<윤정> “결혼을 하고 갑자기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그래서 을지로에서 함께 운영하던 작업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있었고 화상 회의를 하면서 뭔가 계속 해보자는 의견을 나누고 있던 중 시드니대학교 버지갤러리(Verge gallery)에서 ‘This is who I am’ 이라는 ‘정체성’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태국계 호주인 작가 ‘라이 보 ’를 만나게 되었고, 보의 친구 작가 2명과 저희 세명 이렇게 호주 3명, 한국 3명의 작가들이 펜팔을 주고받아보자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서혜림 작가 (꿈, 기억, 나, 기록, 2023, 다큐멘터리)
서혜림 작가 (꿈, 기억, 나, 기록, 2023, 다큐멘터리)

2020년 5월 5일, 6명의 작가들이 줌미팅을 가졌고 윤정과 보, 혜림과 하나, 아라와 아멜리는 서로 짝이 되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일상 부터 미술 이야기, 혹은 이미지와 영상만으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적게는 6번, 많게는 36번의 편지를 서로 교환했다. 교류의 결과 2020년 11월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있는 갤러리  ‘가삼로지을’에서 ‘미씽 퓨쳐스 인박스 : 난 가끔 너랑 어떤 장면을 공유하거나, 같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져(Missing Futures Inbox : Somtimes I wanted to share a scene with you, or write a story together)’ 라는 제목으로 실제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 작가 김아라, 김윤정, 서혜림이 전시를 기획하고, 호주 작가 스켈튼 아멜리아(Amelia Skelton), 라이 보(Beau Lai), 후게듀어 하나(Hana Hoogedeure)의 작품이 가삼로지을에서 3인전으로 개최를 했었다.

을지로 전시 후 상가 재개발로 인해서 더 이상 전시를 할 수 없게 됐다. 작업실이 없어져 공백기가 있었을텐데..

<혜림> “을지로 작업실이자 갤러리였던 ‘가삼로지을’에서 다양한 전시도 기획하고 작업을 할 때는 한 달에 한번씩 전시를 하고, 에너지를 빨리 쏟아내야 하는 작업들을 계속했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할 수 있는 전시들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로 5가에 작은 작업실을 얻어서 개인 작업을 했다. 아라도 개인작업을 하고, 윤정도 호주로 떠나 개인작업을 계속 했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나에게는 ‘가삼로지을’이 분출구와 같은 존재였는데 그게 없어지니 마음이 허하고 힘들었고 예술의 이상향이 사라진 슬픈 마음도 있었다.” 

공백기 중 호주 작가 ‘하나’가 2년만에 보내 온 영상 편지로 인해 다시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는데..

<혜림> “그렇다. ‘하나’의 영상편지가 ‘계기’가 되어주었다. 우리가 함께 전시를 했던 ‘가삼로지을’이 망했다는 소식을 호주 작가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 전에 펜팔이 끝났기 때문에. 그 이후에 있었던 상황을 ‘시각적’으로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을지로에서 쫓겨난 이후 다시 근처도 가보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한 뒤, 하나 작가가 보내준 영상편지를 가이드로 삼아서 아라 작가와 함께 다시 을지로 갤러리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 

2023년 7월, 시드니에서 한국 작가 3인 전시회는 어떻게 하게 됐나? 

<윤정> “혜림과 짝이었던 ‘하나’라는 호주 친구가 ‘언젠가는 얘네들을 위해서 나도 시드니에서 전시를 열어줘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2년만에 연락이 와서 개인 돈으로 갤러리에 이미 돈을 지불하고, 전시가 기획이 되었다고 말했다. 국가 공모 사업에 지원을 해보기도 했다고 들었다. 계획이 구체화되고 저희에게 공유를 해주면서 신기하게 한국에 있는 혜림, 아라 작가도 오게 되고 여기까지 진행이 되었다.” 

미씽 퓨쳐스 인박스 ,최선의 탈출 (Missing Futures Inbox  Escape with best intent) 포스터
미씽 퓨쳐스 인박스 ,최선의 탈출 (Missing Futures Inbox  Escape with best intent) 포스터

 

시드니 전시회를 하는 소감은? 

<혜림> “호주는 여행 리스트에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라이다. 백인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비주류 문화’를 선호하는 편이라 더욱 호주에 대해서 호기심이 없었다. 윤정이 이민을 간 이후에 호주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되었는데, 아프리카 음식도 팔고 비주류 문화,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많다고 해서 전시도 기대되고 상상했던 일들이 실제로 펼쳐지는 것 같아 즐겁다.” 

<아라> “10년 전 멜번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었다. 그때 같이 쉐어생활 했던 호주 친구들이 내가 시드니에서 전시를 하는 걸 본다면 어떨지 상상해보곤 한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멜번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하하) 오랜만에 호주를 가게 되어서 정말 신난다.” 

<윤정> “사실 시드니에 최근까지 있다가 멜번으로 이주했다. 코로나때문에 친구, 가족들이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시간이었는데 드디어 혜림과 아라가 호주로 온다고 하니 너무 신나고 다시 시드니로 가는 것도 설렌다.”

관객들이 이번 전시회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혜림> “편지 교류로 이뤄진 모임에서 실제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끊고 이동하기까지 이역만리(異域萬里)로 날아오게 되었다. 우리가 을지로에서 전시를 열어줬던 3명의 작가가 이제는 큐레이터가 되어 전시를 기획해주었다.  '탈출'이라는 키워드로 각자 다큐멘터리, 그림, 설치 작업을 만들어 시드니로 이번 주말 가져간다. 그 어떤 국가의 도움 없이, 자생적 문화 교류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순수하고, 교류 그 자체에 집중해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윤정> “동네에 재미난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와서 보고 가시면 좋겠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작가 SNS를 통해서 언제든 연락해 주셔도 좋다.” 

- 전시회 : 7월 7일 - 18일 

- 시드니 프랍 갤러리 The Prop Gallery (주소: 1/361 Liverpool Rd, Ashfield NSW 2131 )

- 문의: yoonjungkim22@gmail.com

미씽 퓨쳐스 인박스 프로젝트 출판물 일부
미씽 퓨쳐스 인박스 프로젝트 출판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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