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보도(한호일보 7월2일자 참조)된대로  호주 한인사회에서도 그간 발행된 신문과 다른 모든 정기간행물의 콘텐츠를 영구 파일로 보관, 검색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사업 추진의 모체는 한인 단체인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 (KCC, 대표 강병조, 김대근)다.

약 2달 전 강대표가 찾아와 이 사업 계획을 알려주어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찾아 온 건 내가 한때 발행한 <호주소식>이 이 사업중 하나의 대상이어서였다.

시작이 반 아닌가. 그리고 관련 보도를 읽고 나서야 평소 알고 지낸 강 대표의 신뢰성과 추진력으로 봐 잘 되리라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의 가치와 의미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반세기가 넘는 이민 역사를 자랑하는 여기 한인사회는 인구가 적어도 15만, 위치적으로 분산해 있어 그렇지 웬만한 작은 도시의 규모다. 당연히 경제 규모도 적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한인사회의 구성원들이 밥이나 먹고 친목이라며 놀고만 지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많은 코리안이 붙는 단체들의 존재이유가 바로 그것 아닌가. 총체적 발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이 있어야 하고 그런 목표를 향한 구성원 간의 합의와 교육이 필수다. 그런 과정은 공학적 기술이나 육체 노동만으로 잘 될 수 없다. 우리대로의 지성이 선결 조건이다.  

걸어온 발 자취

미래지향적이라며 터무니 없는 장래 희망만 말해서도 안 된다. 사회 현상치고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일은 없다. 강대표가 지적한 대로 그간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공(功)과 과(過)) 위에 새로 벽돌 한 장 씩을 쌓아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하여 과거 자료를 전부 모아야 한다.

우리대로의 대학과 연구 기구는 물론,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했던 우리의 기록과 간행물만이라도 증발 되기 전에 정리, 보관하는 일은 성원을 받아야 옳다.

지금은 뉴미디어인 이른바 SNS의 획기적 발달과 대중화로 활자매체는 덜 중요한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어떤 정보, 지식, 아이디어, 기술도 그 전달과 보관은 원초적으로 활자를 떠나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제2의 우리의 향토(鄕土)

그간 한인사회 안에서 있었던 유일한 동종의 사업으로서는 한인사회의 원로 인사인 추은택 선생(전 시드니한인회장)이 편찬위원장자격으로 여러 편집위원들을 등용하여  2008년 펴낸 <호주한인50년사>가 있다. 상당한 비용이 든 이 672쪽의 방대한 이민사에 불초 본인이 조심스럽게 쓴 추천사에서 시사한대로 이 작품은 지금 추진중인 디지털 자료와 함께 기본적으로는 기록물이어서 그 높은 자료 가치에도 불구하고 공산품에 비한다면 원자재나 중간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걸 어딘가에 보관, 또는 저장해 놓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정제해서 제2의 우리의 향토(鄕土)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래 발전을 위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 닥치게 되는 어려움은 재원 조달이다. 이번의 디지털 사업도 마찬가지다. 강대표가 시사한 바 모금을 위한  모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과 일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안한 심정이다. 한인사회 말고 외부 지원을 자신 있게 신청할 만한 곳은 한국의 재외동포청과 호주의 호한재단(The Australia-Korea Foundation)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한인사회에는 이런 사업을 돕는 공익 자금이 한 푼도 모아져 있지 않다.

다만 호한재단의 자금 신청은 1년 단위로 받으니 이 사업을 단시일에 끝내겠다면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사업의 성공을 마음 속 깊이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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