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드니한국문화원을 방문한 작가들(좌측부터 김아라, 김윤정, 서혜림 작가)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을 방문한 작가들(좌측부터 김아라, 김윤정, 서혜림 작가) 

미술작가라는 직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서혜림> ‘작가’라는 직업이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세계를 자신만의 문법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를 구축하는데 세상에서 통용되던 언어 이외에 세상을 보는 관점, 색채 모든 것을 대중화된 언어와는 차별화된 것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또, 미술 작가란 다른 매체의 작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좀 더 다양한 언어를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각화(영화, 실험영상 등), 촉각화(설치미술, 조소 등), 텍스트화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김윤정> 개인적으로 미술 작가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소통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런 방식으로는 자신이 느낀 걸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통 경로를 찾아가는 일 같다. 겉으로 외향적으로 보이거나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내적으로는 왠지 움츠러들고 해소하지 못한 뭔가가 있을 수 있는데, 작가들은 그런 소외된 지점들을 그림으로든 다른 매체로든 좀 우회적으로 다가가 보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김아라> 합의된 어떤 의미가 있기보다는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각자 다르게 정의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미술분야 외에 경험했던 것들은 무엇인지도 알려달라.

<혜림> 미술을 시작하기 전에는 공과대학 학생이었다. 세상을 보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가령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여러 생각들과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코딩 언어로 그걸 표현할 수 없었다. 고민이 깊던 중에 해외에서 한 미술 전시를 보게되었다. 거기에 매료되어 예술 언어에 깊게 빠져들었고, 20대 중반에 미술대학의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된 케이스이다. 

<윤정> 어릴 때부터 뭔가를 보고 관찰하고 느끼고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속 미술을 하게 되었고, 소소하게 다른 일들을 해보긴 했지만 대부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아라> 고등학교 2학년때, 무기력하고 교과서에 낙서만 하는 저를 보고 부모님께서 미술학원을권해주셨다. 그때 입시 미술을 시작으로 처음 미술을 접하게 되었다. 미술 외에는 아르바이트로 몇번 서비스직을 해보긴 했지만 크게 다른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다. 

이번 시드니 전시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달라.

<혜림> <사라지지 않는 것, 구출>(혼합매체)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이 작품은 철거중인 갤러리에서 발견한 종이별로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단어를 만들어, 마지막 전시를 했던 것이다. Trace는 호주 작가인 하나(Hana)의 단어, 나머지 세 단어(꿈,기억,나)는 한국 작가들의 단어이다. 직접 주운 종이별을 다시 재생시켜 호주 시드니에서 전시를 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구출’작전으로 보이길 바란다.

<윤정> 호주에 와서 매체를 ‘아크릴’로 바꿨다. 이후 한 작품씩 완성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도전이고 좌절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냐를 떠나 모든 작업에 애착이 간다. 그래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리본과 애드가와 나'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그림에 등장하는 검은 동물은 내가 키우는 ‘애드가’라는 고양이다. 작업할 때마다 나타나서 그림 위로 점프하며 종이를 찢거나 방해를 놓곤 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애드가를 아예 그림에 등장시켰다. 계획에 없던 일을 하면서 해방된 느낌을 받아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다.

<아라> 하나를 특정해서 고르기가 사실 어려운 것 같다. 직접 오셔서 전시된 모든 작품들을 봐주시면 좋겠다. 

주로 어디로부터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하다. 

<혜림> 스스로나 타인, 어떤 관계, 관념, 세상 일에 대한 고민, 무언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사안을 곰곰히 생각을 한다. 주로 내적 갈등이 있을 때 메모를 많이 적어두는 편이고, 이를 풀기 위해 예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윤정> 주변 사람, 키우는 동물, 환경 등에서 영감을 받는다. 시드니에서 2년을 살다가 작년 초에 멜번으로 오게 됐는데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는 베트남, 중국, 에티오피아, 인도 등의 이민자 문화와 젊은 힙스터들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화려하고 과감한 장식과 표현들에 자주 노출되게 되는 데 이런 영향도 작품에 반영된다.

<아라> 일상에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존재나 장면, 상황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것들을 기억했다가 작품으로 담아둔다.

전시 또는 미술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헤림> 때로는 미술 작업이 그 어떤 연애보다도 스스로를 가까이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정말로 솔직하게 드러내고, 한치의 거짓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윤정> 한 가지 신념보다는 그때그때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 너무 진지해지고 싶지 않다. 삶과 적당히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라> ‘고급스러움’을 지양하는 것이다. 미술과 가장 어울릴 수 없고, 어울려서는 안되는 단어가 ‘고급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이번 전시회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알려달라.

<혜림> 교환 편지로 시작된 모임이, 실제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끊고 이역만리(異域萬里)로 날아오게 되는 현실이 되었다. 한국 을지로 갤러리 재개발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이후 2년만에 다시 연락이 닿은 호주 작가들로부터 '호주 시드니의 Prop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전시를 정말 열게 되었다. 그 어떤 국가의 도움 없이, 자생적 문화 교류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또 순수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윤정> 동네에 재미난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와서 관람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 가까운 계획은 무엇인가?

<혜림> 나의 사회생활과 미술 작가로서의 괴리, 한 쪽에서는 다른 쪽을 말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다큐멘터리나 짧은 소설로 표현해보고 싶다. 

<윤정> 시드니 전시가 끝나면 멜번으로 돌아와서 다른 전시에 참여할 계획이다. 로컬 아티스트들이 기획한 전시인데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작가님들의 비전과 꿈은 무엇인가? 

<혜림> 이제서야 스스로 어떤 방향의 작업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자신감이 생겼다. 관객들이 작가’서혜림’의 색깔을 좋아해주시고, 마니아층도 생겨 공유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또, 발견한 나만의 색을 강화하고, 뚜렷하고 선명하게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작가, 단단한 자신감을 갖고 외적으로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윤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아직도 그림 그리는 일이 재미있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그림은 그릴수록 도전의식이 생기고, 그리고 싶은 게 더 많아진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좋아하는 일을 주눅 들지 않으면서, 내가 하는 일도 가치가 있다는 걸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이고도 싶다.

<아라> 딱히 유명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진 않겠지만, 어쩌다 유명한 작가가 되어버려서 전시를 많이 하면 좋겠다. (하하) 호주에서 전시하게 되어 정말 신나는데, 다른 여러 나라도 전시 일정으로 방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전시회 : 7월 7일 - 18일 

- 시드니 프랍 갤러리 The Prop Gallery (주소: 1/361 Liverpool Rd, Ashfield NSW 2131 )

- 문의: yoonjungkim22@gmail.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